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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인표 Sep 10. 2023

잘못된 어른질


날아온 축구공이 뛰던 다리 사이에 휘감겨 넘어질 뻔했다.

러닝을 시작한 후로 처음 멈춰 섰다. 화가 났다.


무너진 교권, 싸고도는 금쪽이가 문제라는데 잘못을 혼내지 않는 어른도 책임이 있다고 생각했다. 이어폰을 빼고 아이에게 소리쳤다.

"야, 사과할 줄 몰라?"

"죄송합니다."

아이 얼굴을 보니 나쁜 애는 아닌 것 같다.

맞다. 나쁜 아이가 없다.

아이 특유의 천진난만한 생각과 행동이 얼마나 이쁜지 모른다. 악의를 갖고 하는 행동이 하나도 없다. 몰라서 저지르는 실수지 아이만큼 세상에 귀한 보석이 어디 있겠는가.

반짝반짝 곱고 깨끗하다.

- 아, 왜 화를 냈지.-


저 아이가 찬 공이 아닐 수 있다. 운동장 밖으로 굴러가는 공을 단지 주으러 온 건지도 모른다.


아이가 축구 무리에서 빠져 트랙 밖 정자에 앉아 휴대전화를 본다.

나 때문인가, 괜한 소리를 했나.

뭘 또 대단한 어른이라고.

아이가 상처받은 건 아닌지 뛰는 내내 신경이 쓰였다.


선생님 심정을 헤아려 본다.

고작 한마디를 해놓고도 이렇게 신경이 쓰이는데 온종일 아이와 생활하는 그들은 매 순간 얼마나 조심스러울까.

행여 아이가 교실에서 다치는 일이라도 생기면 어쩌나 노심초사할 터이다. 무심코 뱉은 말이 아이에게 상처가 되진 않을지, 말이 부모에게 잘못 전달되어 문제가 되진 않을지 가슴앓이가 말도 못 할 것이다.


선생님은 남의 자식이 더 신경 쓰일지 모른다.


그냥,

- 이런 상황에서는 사과하는 거야. -라는 것을 알려 주고 싶었는데 화가 난 기분대로 말을 했으니 내가 잘못한 것이리라.


러닝을 마칠 무렵 마침 공원을 내려가는 아이와 마주쳤다. 나 또한 끝내 사과하지 않았다.

- 이런 상황에서는 어른인 너도 사과하는 거야. 이러면서 누가 누구를 혼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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