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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인표 Sep 24. 2023

공허한 주말


삽목하기 딱 좋은 계절이다.

식물을 며칠 시원하게 쏟아지는 비에 좀 내놓았더니 청소년이 되어 돌아왔다.

시원해진 공기 탓인지 잎에 탱탱하게 탄력이 붙는다. 손바닥에 닿는 기분이 좋아 한참을 튕겨본다.


이럴수록 좀 모른 척 내버려 둬야 하는데 욕심이 생긴다. 햇빛 따라 옮겼다가 밖에다 내놨다가 한시도 가만히 두지 않는다. 신경 쓰는 만큼 쑥쑥 자라는 맛을 알면 외면하기가 더 어렵다.


빨래, 설거지하기도 참 좋다. 금방 마른다. 바람 덕분에 집안 가득 세제 냄새로 뽀송뽀송하다.


이제는 일몰까지 기다렸다가 러닝을 할 필요도 없다.

아무 때나 나가도 바람이 부니 안 뛰고 못 뛰고는 핑계가 되어버린 날씨다.


야속하게 시간이 간다.

뭘 한 게 없어 마음이 조급하고 공허하다.

애먼 식물만 잡고 늘어지고 집안을 쓸고 닦느라 분주하다.




사진출처: 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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