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스토리는 글 중심 인스타그램 정도로 표현해도 틀리지 않다. 수년간 시각적 콘텐츠가 강세임에도 <글>에 중점을 둔 플랫폼을 개발한 이유가 뭘까.
- 오류도 방치하는 걸 보면 계획한 큰 뜻이 처음과는 달라진 게 틀림없다.-
말만 들어도 설레는 ‘작가’라는 호칭에 글 쓸 자격을 부여받았다. 그게 뭐라고 특별해진다. 게다가 책이라는 미끼를 던지는데 마다할 수 있는가. 여기 기웃, 저기 기웃 설탕 맛을 알아버린 개미가 된다.
- 올해 6월 기준 누적 브런치 작가 수 6만 3,000명, 브런치 출판물을 출간한 작가 3,600여 명, 해당 작가가 출간한 도서 수는 6,500권이라고 한다. (아주경제, 2023.9.4)-
숫자를 보니 내 브런치가 자꾸만 일기장이 된다.
포기하지만 글은 쓴다.
포기가 되지 않지만, 글이라도 쓴다.
개인 SNS는 하지 않는다.
수십 장 사진을 찍어보고 색깔을 보정하느라 쓸데없이 나를 좀 먹는다. 못 해 먹을 노릇이다.
사진 하나 올리고 나면 앱을 열 수가 없다.
사진에 카메라를 심어놓은 것 같이 불안하다.
글로 더 많은 사생활을 노출하고 있으면서 두려움이 웬 말인가.
에세이와 일기가 한 끗 차이다.
유튜버가 콘텐츠를 찾아 헤매듯 소재를 찾아 글을 쓴다. 구구절절 끄집어내 진솔하게 쓴 글이다.
얼굴 가린 글이라고 내가 아닌 게 아닌데 인스타그램 카메라를 보고 숨을 일인가.
브런치 문화에 어떻게 스며들어야 할지 여전히 어리둥절하다. 글을 읽고 쓰는 게 전부가 아닌 건 확실하다.
해병대전우회가 왜 끈끈한지, 지역 맘카페가 왜 존재하는지 알 것 같다.
애써 쓴 글이 맥없이 잊히고 한없이 쌓여간다.
어미 심정에 여간 가여운 게 아니다.
퍼뜩 정신을 차려 자식 같은 글을 팔아보려 애써본다.
유기농 우유는 못 먹여도 흰 우유라도 먹이겠다는 일념으로 노상에 좌판을 깔고 글을 널어놓는다.
그러느라 인스타그램을 몇 날 며칠 열었다 닫았다 한다.
어휴.
다시 브런치.
누가 단골 장사만 하는 자영업자를 비난했는가.
구독자가 있는 브런치에 꾸준히 글을 쓰자고 마음을 다잡는다.
쓰다 보면 알게 되겠지.
사진출처: Unsplash의 DuoNguy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