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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인표 Jul 19. 2023

어쩌다 코로나가 주고 간 약


코로나에 확진이 된 채 눈을 떴다.

PCR을 받기 전이었음에도 알 것 같았다.

 ‘올 게 왔구나.’ 


전날에도 분명 하던 대로 운동을 했는데 두들겨 맞은 것처럼 움직이지 못한다.

근육들이 <나 여기 있어요.>라고 저마다의 위치를 적극적으로 알려주고 있다.


- 아, 내가 운동을 구석구석 제대로 했네. 좋은데?-


좋은데 일어나지 못한다. 몸을 돌려 눕는 것도 힘들다. 

좋은데 이 정도면 근육 어디 한 군데가 끊어진 게 틀림없다.


목구멍에 수백 개의 바늘을 꽂고 숨이 넘어가도록 기침한다. 

기침을 할 때마다 근육이 또 두들겨 맞는다.


물을 가지러 갈 수가 없다.

전기포트로 물을 데워 오는 시뮬레이션을 수천 번 돌리고 있다. 일어나기만 하면 따뜻한 물을 먹을 수 있다.


일어나자고 나를 어르고 달래 보지만 100평도 아닌 집에서 주방까지 너무 멀기만 하다.




 - 나 아프구나.-

말을 토해내며 기운을 차린 아침, 한쪽 다리를 괴고 앉은 아빠가 지켜보고 있다.

'아빠가 나를 데리러 왔나, 내가 이렇게 죽는 건가'

자세를 고쳐 누워본다. 움직인다.


어쩜 걱정이 돼 찾아온 모습에도 다 늘어나 너덜너덜한 러닝셔츠에 회사에서 입던 파란색 작업복 바지를 입고 있는지.


아파서 약해진 정신에 더 속상해 베갯잇이 다 적도록 한참을 울었다.


엄마에게 전화해 양성임을 알리고 아빠가 데리러 왔더라고 했다. 늙어가는 딸이 아프다고 걱정이 돼 그 와중에 들여다보러 온 모양이란다.

엄마는 따뜻한 물을 많이 마셔야 한다고 신신당부한다.


머릿속으로는 물을 1리터씩 들이켜고 있는데 주방이 너무 멀다는 것을 엄마는 모른다.

 

살겠다고 오렌지를 한 박스 시켰다. 왠지 이럴 땐 비타민을 먹어야 할 것 같다. 이거라도 때려 넣어 주면 빨리 회복할 것만 같다.


그렇게 격리를 끝내고 코로나 생활지원금을 받았다.

아주 죽으라는 법은 없다. 재난지원금에 이어, 이렇게 또 마른 지갑에 기름칠했다.




요즘은 아빠가 이렇게라도 찾아와 주는 것이 참 고맙다.

지금보다 더 불안하던 이십 대 땐 가족 중에 내게만 찾아왔었다. 응원해 주고 싶었던 건지 걱정이 됐던 건지.


그렇게 걱정이 되면 건강하게 오래 같이 있어 줄 것이지 야속하다.


아무튼 코로나가 생각지 못한 방법으로 약을 주고 갔다.


사진출처: 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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