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도 괜찮아질 거라는 믿음

누적의 힘을 믿으세요

by 희랑






MBC 예능프로그램 ‘심장을 울려라 강연자들’에서 오은영 박사님이 나온 적이 있다. 오은영 박사를 맹신하는 건 아니지만, 마음이 힘들 땐 그녀의 책이나 상담내용, 유튜브 등을 찾아보는 편이다. 그녀는 강조와 권유보단 늘 ‘그래도 된다’고 말한다. ‘견뎌내세요. 그럴 수 있습니다.’가 아닌 짐을 짊어지려 하면서 힘들어하는 나 같은 사람들에겐 꽤나 허용적인 분이다. 그날 보았던 강연자들에서도 그녀는 내가 여태 듣던 위로의 말이 아닌 머리가 ‘띵’한 말로 강연을 해주셨다.


‘한계’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이렇게 비유했다.

“엘리베이터는 인원이 꽉 차면 내려야 한다. 그게 엘리베이터라는 한계의 사물이다”라고 설명했다. “한계는 사실 뛰어넘으면 안 되는 것”이라는 오은영 박사의 주장에 청중들은 귀를 기울였다.


오은영 박사는 “살면서 한계라는 것이 온다. 그건 막지 못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한계를 극복한다는 건 쉽지 않다. 그냥 겪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오은영 박사는 “사람이 반드시 받아들여야 하는 한계가 있다. ‘죽음’이다”라고 말했다. “요즘은 기대수명이 늘어났다. 지금 초등학생은 140세까지라고 한다”라며 그는 진시황을 예로 들었다. 진시황은 수명이 유한하다는 한계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찾아다녔는데, 그 비용과 시간을 가까운 사람과 잘 지내면 좋았을 것이란 설명이었다.


오은영 박사는 “일만큼 휴식도 중요하다는 체력적 한계를 받아들여야 한다”라고 강조했고, 체력적인 한계를 받아들여야 한단 얘기였다. 또한, 그는 “인생 주기 중 내 역할이 있다”라고 말했다. 모처럼 친구와 약속한 날, 아이가 아프다고 하면, 친구들 얼굴만 보고 빨리 오는 게 정답인데, 그때 ‘난 복도 없다 결혼했더니 친구도 못 만나네’라고 하면 불행해진다는 설명이다.


오은영 박사는 “육아 주기는 찰나다. 그 시간 지나면 아이들이 아빠 안 찾는다”라며 인생 주기와 그때 해야 하는 나의 역할이 있다고 말했다. 그걸 인정할 때 삶에 안정을 찾는다는 얘기였다. “한계를 잘 다루고 살자. 그러자면 나를 잘 알자”라고 말했다.


이어 그녀는 “장점과 능력 잘 알아야 하지만 나의 약함도 알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내면의 한계를 한발 물러나 들여다보면 알 수 있다며 “내 약함을 알아야 인정할 수 있고 그래야 조언 받아들일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것이 인간이 성숙해지는 과정이란 설명이었다. “내가 있어야 관계가 시작된다”라며.






집 밖에서 나가지 않고 하루 종일 침대에 누워 하루에 12시간 이상 핸드폰을 붙들고 있던 나날이 있었다. 현실세계와는 많이 다른 행복한 사람들만 가득한 것 같은 가상세계의 인스타그램. 도파민의 천국 릴스나 숏폼, 유튜브에서 허송세월을 보내는 일이었다.


1980~1990년. 시대가 급변하는 여러 교차점에서 나는 꽤 여러 번 나의 가치관 속에서 혼란이 자랐다. 아날로그 시대와 디지털이 지배적인 시대에서 자라면서 나는 세상 속에서 길 잃은 돛단배처럼 정처 없이 떠돌았다. 나의 정신건강과 심신을 위해서는 아날로그 방식으로 도파민 자극제와 멀어져야 함을 느끼면서도 한편, 그들이 사는 세상 속에서 도태되는 기분이었다. 수면시간은 당연히 부족했고, 건강한 하루를 보내지 못한 채 가까운 가족들에게 날이 서 있던 시간들은 지속되었고, 나를 괴롭히다 못해 나의 주변 모두에게 상처의 검을 휘두르던 내가 마음을 다잡기까지는 정말 오랜 시도와 누적들이 필요했다.




* 내가 누적한 것들

- 감정일기 (아침, 점심, 저녁, 자기 전)

- 글감수집(느끼는 모든 것을 메모장에 적기)

- 필사(읽는 책 모두 1 회독 후 2 회독할 때 필사)

- 일기(감정일기처럼 나를 다독여주며)

- 육아일기

- PDS 다이어리

- 시 쓰기

- 운동하기

- 산책하기

- 사색, 공상보단 명상하며 마음의 소리 듣기

- 해결책을 찾을 땐 글쓰기

- 답이 없을 땐 책 읽기

- 답답할 땐 나를 객관화한 후 낯설게 바라보기

- 나 인정해 주기

- 나의 마음 알아주기

- 나를 위한 요리하기

- 나에게 맛있는 거 해주기

- 나를 좋은 곳으로 데려가기

- 좋은 것 보여주기



자세히 보면, 전문가들이 하라는 모든 것들이 나를 살렸다. 가장 처음에 한 일은 감정일기 쓰기였는데, 이게 가장 효과가 좋았다. 자기 객관화가 빨리 된다. 자기 최면에 빠져 있는 나와 변하고자 하는 내가 분리되면서 메타인지가 확연히 높아졌다. 이렇게 10개월에서 1년간 변해보고 이로운 양분을 주니 나라는 사람은 건강해졌고, 다시 위기가 찾아올 때는 한번 해냈다는 경험에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이 생기더라.


일상을 보내다 보면 우리는 수많은 이슈들이 생기기 마련이다. 잠을 좀 못 잔 날에는 아이에게 큰소리를 치고는 아이가 잠들고 난 후 나를 자책하는 날도 주기적으로 찾아오고, 금전적으로 풀리지 않는 날엔 자괴감에 쌓여 또다시 진흙탕에서 허우적거리는 나날도 있겠지만, 누적의 힘은 배신하지 않더라. 우울감의 핵심은 ‘감정의 병’보다 ‘에너지의 고갈’이다. 즉, 해야 할 일은 많고, 나를 돌볼 힘은 사라졌을 때 생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곡차곡 쌓인 누적은 쏠쏠하게 쌓인 마일리지처럼 나를 다시 괜찮아지게 만든다.






Let it add up!

매일매일 조금씩 하다 보면 뭐라도 되어 있겠지요.

그렇게 뭐라도 되세요. 누적의 힘을 믿으세요.






이런 나의 누적의 힘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닿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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