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가 자산이 되는 순간

고통의 허들을 넘은 순간

by 희랑




20대 중반쯤 스타강사 김미경의 강연을 들은 적이 있다. 그녀가 한 말 중 아직도 기억나는 한 문장이 있는데, 진자운동을 해야 어떤 기회들과 만날 수 있다는 말이다. 상처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적었던 글이 근육처럼 단련이 되고, 성장하더니 2024년 봄과 가을 나는 두 개의 공모전에서 수상을 했고, 상금을 받았다.


우리집 6살 왕자님의 고사리 같은 손


아! 공모전 말고도, 2024년에는 브런치작가도 될 수 있었고, 책을 내라는 권유도 받았던 한 해였다. 나의 인생사에 나의 성장기 기록에 사람들은 관심을 주었다. 이래서 글을 써야 하는 거구나. 기록은 역사가 되었고 내가 겪은 상처들은 여러 가지 모양의 자산으로 나에게 돌아왔다. 처음 공모전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쓰는 편지였는데 나는 돌아가신 할아버지에게 썼다.


https://brunch.co.kr/@zuumood/3



위의 글로 상을 받았었고, 두 번째 공모전 글은 아래 글로 상과 상금을 받았다.


https://brunch.co.kr/@zuumood/6


누군가에게는 별거 아닐 테지만, 나에게 공모전 수상은 크나큰 성취감을 넘어 고통 속에서 허우적거리다가 허들을 넘은 순간이었다. 매일매일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글을 쓴 건 아니었지만, 가급적이면 어떠한 글이라도 적으려고 노력했고, 그런 행위들과 습관은 성취, 성공의 경험을 쌓으면서 나아지는 내면아이와 단단해지는 자아를 느낄 수 있었다.


첫 번째 받은 상금으로는 주변 사람들에게 밥을 샀고, 두 번째 받은 상금으로는 우리 집 현관문을 바꿨다. 수상식에 참여여부를 물었었는데, 당연히 참석의사를 밝혔고 학창 시절 이후로 아주아주 오랜만에 강단에 올라 상장을 수여받았다. 아이와 남편의 눈에서는 나를 자랑스레 여기는 눈빛과 마음이 느껴졌고, 꽃다발을 들고 달려오는 아이에게 나는 무기력하고 우울한 엄마가 아닌 자랑스러운 엄마가 되었다.


규칙적인 생활과 나를 챙기는 작은 일들은 미미하지만 쌓이고 나면 큰 자산이 된다. 항우울제나 수면제에 의지하지 않아도 될 만큼 내제능력이 생긴 것이다. 하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폐렴환자가 약을 끊으면 더 큰 병이 되듯이, 마음의 병도 내 의지대로 약을 끊거나 나는 내가 가장 잘 안다며 다시 방관해 버린다면 아주 작게 생긴 회복탄력성이 생겼더라도 언젠간 끊어지기 마련인 법.. 혹여나 이 글을 읽는 독자 중에 아직 치료 중이라면, 꼭 전문의와 상담 후 결정하도록 하자. 우리는 이겨내고 싶은 갈망과 갈구를 하는 사람들 일터이니..




마음의 병은 보이지도 않고 증상도 드러나지 않아서 의지가 부족한 것 같거나, 나는 왜 이럴까?라는 질문을 시작으로 내 탓을 하기 시작한다. 감히 내가 첨언해 보자면 당신이 하는 그 모든 생각은 당신 탓이 아니다.





오늘 내가 겪었던 일이다. 수영복 어깨에 고무줄과 수영복 원단이 터지면서 왼쪽 어깨 부분이 너덜너덜 해졌다. 유명브랜드의 수영복이고 나랑 잘 맞는 수영복이라 버리기엔 아깝고 새 걸 사자니 많이 정든 녀석이라 수선집에 들러 혹시 수영복 어깨 고무줄 부분도 수선이 되냐고 물었다.


“안녕하세요. 혹시 뭐 좀 여쭤보려 하는데요. 수영복 어깨 부분도 수선이 될까요?”라고 나름 정중하게 물었는데, 돌아오는 말은 짜증과 한숨. 그리고 기분 나쁜 어투였다.


“(만지던 옷을 바닥에 턱 떨구며) 하- 수영복 어깨 수선이 되냐고 하면 뭐라고 말해야 합니까?”


나는 당황하며, 불거진 얼굴로 다음 말을 이어나갔다.

“어깨 부분 원단과 고무줄이 있는데 오바로크 되어 있는 부분이 뜯어져서요.”


다시 돌아오는 말은 또 날이 서있었다.

“(한번 더 만지던 옷을 바닥에 턱 떨구며, 한숨 쉬며) 원단 종류가 수도 없이 많지 않습니까? 그걸 제가 우찌 압니까? “


나는 “다음에 한번 가져와볼게요.” 하고는 뒤도 안 돌아보고 나와버렸고, 곧장 내 가게로 돌아가면서 “어이없군.” 하고는 털어버렸다. 지금 이 얘기를 브런치에 쓰는 걸 보면 완전히 털어지지는 않은 것 같지만, 불과 2-3년 전의 나와는 많이 달라진 모습이었다.


달라지려고 하지 않았을 과거에 나는 아마 거기서 그 사람의 말투를 듣고 곧바로 싸웠을 거다. 혹은 아무 말도 못 한 채 집에 들어와 가족들이나 나 자신에게 툴툴 거리며 해결도 못한 채 끙끙 앓는 몇 날 며칠을 보냈을 것이다.


그 수선집 주인의 말을 듣고 기분 나쁜 감정은 나의 것인가? 그 사람의 것인가. 분리하여 생각해 보는 훈련을 해본 결과.. 그 사람은 내게 퉁명스럽고 불친절이라는 키워드의 쓰레기를 던진 것이고 난 그 쓰레기가 내 앞에 떨어졌을 뿐 그걸 주워가지고 나와 내 마음 안에 넣는 행위까지는 하지 않았기에 2-3년 전보다는 나아진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상대가 주는 상처에 상처를 받지 않는 방법 중에서는 마음일기나 내 마음 알아차리기 훈련이 도움이 되었다. 오늘처럼 이런 일이 일어나서 하루 종일 나를 괴롭힌다면 오늘 있던 내용을 그대로 노트에 적는 것이다. 거기서 내가 느낀 감정을 모두 적는다. ‘불쾌, 화남’이라는 포괄적인 단어보다는 ‘그 사람의 눈빛이 선하지는 않아서 내가 그 사람의 표정이 보기 싫었고, 다짜고짜 짜증 섞이고 한숨 쉬는 그 사람의 행동과 말투에 나는 당황스럽고, 얼굴이 화끈거렸고, 괜히 들어왔다는 생각과 다시는 여긴 오지 말아야지. 저 사람은 무엇이 화나서 나한테까지 저런 태도를 보인 것일까.’ 이런 식으로 느낀 감정, 마음상태를 구체적으로 적어보는 것이다. 그리고 그다음의 문장에서는 나를 위로하고 달래주는 문장들은 적어나간다.


‘그냥 수선이 되는지 물어보려고 들어갔고, 수선집은 처음 방문해서 어떻게 물어봐야 하는지 몰랐기에, 혹시.. 하면서 물어본 건데 그런 반응이 돌아와서 당황했겠다. 하지만, 그 사람이 너에게 그렇게 했다고 해서 네가 잘못한 건 아니야. 네가 잘못한 건 하나도 없어. 그 사람을 이해할 필요도 없고 그 사람의 말을 다시 되새길 필요도 없어 순간적으로는 속상했겠지만 되새기면서 너의 기분을 망치지 말자. 수선이야 뭐 다른데도 많고 그 사람은 네가 아닌 집에서 뭐 안 좋았던 일이 있었을 수도 있고, 아님 뭐 매출이 안 좋았거나 여러 가지 일들이 있었을 거야’라는 식의 나 자신을 위로하는 괜찮다는 글들도 채워나간다. 그렇게 한참을 나의 마음을 위해 시간을 쓰고 나면 내가 제일 소중해진다.


나의 감정은 나의 것. 나의 마음도 나의 것. 그걸 가장 잘 알고 듣고 싶은 말을 해줄 수 있는 것도 나뿐이다. 이런 훈련들이 작게나마 소복소복 쌓이면 허들을 넘을 수 있는 힘이 길러진다.






이전 14화나도 괜찮아지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