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괜찮아, 앞으로도 괜찮을 거고.
기억을 마주하면서 마음껏 울어보고, 부딪혀보니 알게 된 것들이 있다.
도망쳐도 된다. 힘들면 피해도 된다. 포기해도 된다. 돌아서도 된다. 인연의 끈을 놓아도 된다. 잘하지 않아도 된다. 망가져도 된다..... 내가 느끼는 모든 죄책감들은 느끼지 않아도 된다는 것들과 내가 했던 걱정들 불안들은 모두 괜찮다는 것들. 하지만, 또 하나 알게 된 건 모순적이게도 나는 염세주의자이면서 쇼펜하우어 같은 철학자들의 말 앞에 숙연해지는 사람이었다. 괜찮다는 말로 위로를 받길 원하면서 나 자신에게는 엄격한..... 하지만, 이런 나도 괜찮다. 이 모습도 나의 일부이기 때문이니.
기억은 왜곡되기 마련이듯, 갈기갈기 찢어진 기억들은 이제 더는 나를 괴롭힐 수 없다. 나를 지키는 건 나라는 걸 알게 되었고, 더는 나를 벼랑 끝내 내몰고 밀지 않는 법도 배웠다. 마음을 이렇게 먹게 되기까지 많이 힘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일 지키려고 했던 건 3가지.
✓ 하루 30분 이상 햇볕 쬐기
✓ 규칙적으로 생활하기
✓ 혼자 하는 운동을 하면서 자신 내면에 집중하기
양질의 평범한 일상을 위하여 몸의 모든 세포가 바뀌는 기간은 평균 80일이 걸린다고 한다. <아비투스>의 책에서는 돈, 명예, 인간관계와 같이 세간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자본보다는 심리적 자질이 뛰어난 것이 가장 큰 자산이라 한다. 세상을 어떻게 바라볼지는 자기가 마음먹기에 달렸고, 이것이야 말로 나의 자력으로 단련할 수 있는 영역임을 알게 되었다. 생활 방식 즉 나의 루틴이나 습관들을 고치려 할 때면 생각보다 쉽지 않다. 철학자 니체(F. Nietzsche)는 “나를 죽이지 못하는 고통은, 나를 더욱 강하게 할 뿐이다(Was mich nicht umbringt, macht mich stärker)”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책 소개를 하려고 했던 건 아니지만, 도서 한 권에 대해 이야기를 해야겠다. 도서 <세상은 고통이다 하지만 당신은 고통보다 강하다> (필 스터츠 Phil Stutz, 배리 마이클스 Barry Michels 지음)는 바로 우리는 왜 고통을 겪어야 하며, 이 고통은 역설적이게도 어떻게 우리의 삶을 윤택하게 할 수 있는가에 대한 논의를 담은 책이다. 저자는 본 책에서 5가지 초월적인 힘을 제시한다. 전진의 힘, 사랑의 물결, 자기표현의 힘, 감사하는 마음, 의지력이 그것이다.
첫 번째 초월적인 힘인 ‘전진의 힘’은 고통을 두려워하지 않고 이를 돌파하는 태도를 강조한다. 두 번째 초월적인 힘인 ‘사랑의 물결’은 바로 단순히 우리가 일상에서 갖는 사랑의 감정이 아니라 더 나아가 자신의 내면을 변화시킬 수 있는 사랑의 감정이다. 세 번째 초월적인 힘은 ‘자기표현의 힘’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자신을 어떤 모습으로 타인에게 드러낼 것인지는 생존뿐 아니라 자존감과 같은 부차적인 문제에 있어 중요하다. 네 번째 초월적인 힘은 ‘감사하는 마음’이다. 최근 성공한 사람들은 감사 일기를 매일 아침 쓴다는 콘텐츠가 자주 보였다. 감사 일기를 통해 매일 긍정적인 마음으로 시작할 수 있게 되고, 그것이 삶 전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이유에서였다. 이 책의 저자 또한 사소한 것에서 감사를 느끼는 마음은 생명의 힘에 영향을 미치며, 끊임없이 감사함을 생각하는 힘인 ‘감사의 흐름’이라는 툴을 통해 궁극적으로 좋은 삶의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강조한다. 마지막 초월적인 힘은 ‘의지력’이다. 저자는 의지력이 한 인간을 단순 소비자가 아니라 창조자로 만든다고 이야기한다. 창조자는 곧 생산자이다. 저자는 창조하는 능력이 누구에게서 받아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고 본다. 창조라는 행위 자체가 자기 자신의 표현이자 자신의 내면을 밖으로 드러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 인간이 창조자가 되기 위해서는, 스스로 노력을 통해 창조 능력을 계발하고 키워야 한다.
어쩌다 읽게 된 책에서 나는 감사하는 마음과, 의지력 이 키워드 두 개에 마음이 움직였다. 글을 쓰면서 나를 객관화하는 메타인지 데이터가 쌓였다면, 다음은 내면 들여다보기 차례였다. 나를 완전히 이전의 나와는 다른 사람으로 낯설게 바라보며 나를 어떻게 쓸지 고민했다. 내제역량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제로베이스를 만든 후 재조명 하는 편이 낫겠다 싶었다.
가장 먼저 나를 작아지게 만들고 있는 요소들을 지워나가기 시작했다. 예를 들면, 인스타그램 사진 전부 지우기, 내 감정의 상태를 인기의 척도로 세워 스토리나 릴스에 올리지 않기, 나 혼자 오롯이 느끼기, 유튜브 구독 모두 삭제하고 정기결제 해지하기, 가장 많이 이용하는 앱은 로그아웃 해놓고 들어가서 보는 과정을 번거롭게 만들기부터 시작했다. 하나씩 지워나가니 세상의 시끄러운 소음을 따라가지 않게 되었다.
다음은 몸을 움직일 단계인데, 내가 하고 싶던 수영을 시작했다. 초급반에 등록해 매월 상급반으로 이동하며 성장하는 것이 마치 게임 같았다. 덩달아 몸도 건강해지고 살도 빠지니 나를 위한 운동이었다. 내면아이가 소리치거나 혹은 무기력한 무망감 우울증이 주기적으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라는 마음의 소리를 내비칠 때면 애써 버티기보다는 마음일기에 적기 시작했다. 6살 아이를 키우고 있지만, 내 아이를 키우는 것보다 나는 나를 챙기는 일이 더 어려웠을 정도였다. 그렇게 하루를 어르고 달래며 버티다 보니 삶에서 정말 빼버리고 싶은 과도한 자극들을 과감히 없애는 용기도 생겨나기 시작했다.
나의 경우는 나의 어깨의 지나치게 많은 짐을 짊어지려는 습성이 있다. 중압감을 느껴야 진취적이라고 여겼으니 말이다. 하지만, 과감히 무언갈 내 인생에서 제외하고 제거하니 중압감 같은 스트레스에서 벗어나야만 나 자신을 고요하고 텅 빈 상태로 만들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래야 무력감에서 벗어날 수 있다.
정말, 살고 싶었다. 이겨내고 싶었다.
간절했고 더는 소홀히 할 수 없는 것들이 무엇인지를 알게 되었다.
그렇게 하루하루는 쌓여 10개월 간 지속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