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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무드 Sep 27. 2023

글을 한동안 쓰지 못했다.





글을 한동안 쓰지 못했다.

글로성장연구소 66일 동안 매일 글쓰기 챌린지 또한 38일 차에 멈춰있다.

여러 가지 변명을 해본다.


바빠서, 글 쓸 소재가 없어져서, 더 이상 내 얘기를 하고 싶지 않아서, 나를 들여다보는 일이 힘들어서, 남들이 내 글을 읽는다고 생각할 때마다, 나의 발목을 붙잡는 자신감이 결여된 생각들이 스멀스멀 피어 올라왔다. 브런치작가가 되면서 회차점이 필요했다. 나 같은 사람이 글을 쓸 자격이 있는 건지 의심했다. 지식이 전무하면서 글을 쓸 수나 있는 걸까. 글을 통해 부족한 논리와 지식이 들통나버리는 건 아닐까. 내가 다듬은 문체들은 논리적인 측면에서 단단하지 않으면서 괜히 겉멋만 잔뜩 들어 보이는 문체는 아닐까. 내가 만든 허상의 평가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졌다. 확신이 부족한 상태에서 글을 쓴다는 게 과연 합당한 일인지 끊임없이 검열했다.


그러다가 28일이 지난 챌린지 66일 차 마지막날에 나는 다시 글을 쓴다.

헤어진 연인을 다시 찾는 마음이랄까. 그간 심경변화가 자주 일렁였다. 내면아이의 내가 다시 나타나 여러 가지 부재가 있던 내 유년시절에 대한 질문과 관심 미움 등등 여러 복합적인 감정들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글을 쓰는 사람들은 충분한 지식, 그리고 그 지식을 흥미롭게 설명할 수 있는 기술을 지녀야 한다고 생각했다. 글감에 대해 확신을 가져야만 글을 쓸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런데 진정으로 확신이 드는 순간은 글을 쓰기 전이 아니라, 바로 글을 쓰고 난 후일 지도 모르겠다. 내가 글을 만드는 게 아니라, 글이 나를 만들어간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그래서 다시 돌아온 것일지도 모르겠다.


나의 머릿속에 오랜 시간 머물던 활자들이 안에 있을 때는 형편이 없어 보였지만, 막상 밖으로 꺼내 보니 자신만의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다. 생각 속에서 품던 글자와 손끝에서 태어난 글자는 전혀 다르다는 걸 깨달았다. 글을 쓰면서 끊임없이 부유하던 생각들이 드디어 정착하기 시작했음을 체감했다. 다시 한번 나를 채찍질하고 검열하려 하고 파고들어 나를 파국으로 치닫게 하기 전에 글을 다시 만날 수 있어서 다행이다.


최근에 가장 별로인 나의 모습을 많이 발견했었다. 대인배스럽지 못했던 어린 나를 마주한 날, 작은 티끌하나를 거대한 풍선처럼 만들어 나를 잡아먹게 한 날, 집착이라는 심통을 부려 상대를 힘들게 한 날 등등 나에게는 타인의 시선에 민감하여 자신감과 용기가 새어 나가는 마음의 틈이 존재한다. 그 틈새를 글로 하여금 메우고 싶다. 다시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이 생겨 다행이다. 글을 통해 더욱 단단한 사람으로 거듭나고 싶다.


p.s. 직전의 나처럼 글쓰기가 버거워진 모든 이들에게, 글쓰기의 최종 목표는 결과물이 아닌 그 과정 자체라 말해주고 싶다. 의도를 잘 표현할 문장력 또한 무시할 수 없는 요소지만, 그전에 내가 담아내고자 하는 의도, 생각을 굳건히 보완해 보는 것은 어떨까? 글쓰기의 부담감과 힘겨움을 덜어줄 수 있는 마법의 문장이 될 것이다. 글을 쓰는 것, 그리고 글쓰기의 본질을 생각하는 것. 모두 한 번쯤 생각해 볼 만한 주제다.








#별별챌린지 ##66일챌린지 #글로성장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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