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주무드 Oct 05. 2023

Ep.9 내가 이런건 다 엄마때문이야!


'너는 니 애비를 닮아서 욕심이 배 밖으로 튀어나온 애야.'

'너는 씨알머리가 그래서 그래.'

'니 이기심과 심통으로 세상을 살아갈때 어떻게 되는지 보자!'

'뼛속까지 이기적이야 너는'

'누굴 닮아서 그러니 넌'


이런 말들이 들린다. 큰일이다. 내면아이가 나오는 그날이다.

이성적인 판단이 되질 않고, 누구의 탓을 해야만 하는 그런날.


자존감이 또 낮아졌다. 마음 정리가 되질 않아서 내가 가장 편해지는 곳을 찾다가 브런치를 찾게 되었다. 오늘은 내가 필요한 친구들이 없는 날이다. 아니 어쩌면, 친구란 필요가 있는 존재인가.. 싶은 나날들이었다. 요즘 몇일간, 부정적인 내면의 내가 들었던 말들이 나를 또 감싼다. 나와야한다. 나와야 하는걸 알지만 나오기 쉽지 않다. 무슨일이 있었는지 엉킨 실타래가 어디쯤이었는지 풀어내야 한다.


몇주 전, 친한 동생 결혼식에 다녀왔다. 내가 올라간다길래 그 동생은 내게 10만원을 보냈다. 이게 뭐냐며 소리치다 결국 그 돈을 받고 다시 축의금에 합쳐서 다시 돌려주었다. 그리고 그 친구는 결혼식 당일 신혼여행을 떠났고, 나는 그 친구에게 결혼식 와줘서 고맙다 혹은 오느라 고생했다라는 빈말을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친구에게 처음엔 간, 쓸개 다 빼주도록 잘한다. 하지만 어느 적정시기에 그 기브 엔 테이크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참 지독한 고통, 심통들을 느낀다.


이번 역시도 그런 현상이다. 여러가지 감정들로 퇴적되어 그 마음은 퇴적물이되고, 어느 순간 그 퇴적물 지층 어딘가에서 지진을 일으키려 요동친다. 오늘이 딱 그날이다. 그 친구한테 나는 어떤 말을 기다리고 있던걸까. '내가 너를 이렇게 생각하고 있으니, 너는 나한테 당연히 이렇게 해야해.' 라는 마음이었을까. 정확이 무엇이 나를 이렇게 신경쓰게 하는지도 모르겠다. 확인하고 싶다. 따지고 싶다. 참 별로인 나라는 걸 알지만, 그게 나를 너무 미치게 한다.


결국엔 가장 별로인 내 성격인건데, 나는 또 오늘 어렸을때 엄마가 나한테 했던 막말들 때문이라고 탓을 한다. 이성적인 사고와 탓을 하고 싶은 못된 심통이라는 마음이 대립할 땐 글을 쓰면 정리가 됐는데, 오늘은 어떤 버튼이 눌린건지, 어떤 버그가 발생한건지 찾기가 힘들다.


'너는 니 애비를 닮아서 욕심이 배 밖으로 튀어나온 애야.'

'너는 씨알머리가 그래서 그래.'

'니 이기심과 심통으로 세상을 살아갈때 어떻게 되는지 보자!'

'뼛속까지 이기적이야 너는'

'누굴 닮아서 그러니 넌'


정말 나는 이런 말을 듣고 자라서 그런걸까. 왜 꼭 사람사이 갈등이 생길때 나는 이 허들을 넘지 못하는가. 너무 답답하고 힘들다.. 원인을 이상한데서 찾는 내가 오늘 참으로 정말이지.. 별로다.



매거진의 이전글 Ep.8 앙금의 화석, 화석의 잔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