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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무드 Jul 27. 2023

엄마 제바알! 내 말 좀 들어줘! 진심이 아니야!

내 얘기 좀 들어봐! 왜 물어보지도 않고 엄마 마음대로 해석해!





나는 이혼가정의 자녀, 한 부모 가정의 자녀, 조부모에게 컸던 자녀, 재혼가정의 자녀이다. 사회는 그게 뭐가 어떻냐고 그럴 수 있다고 하지만 내가 살아온 n 년의 시간은 그 말을 모순으로 만들었다. 간혹 천인공노할 범죄를 저지르는 이들에겐 불우한 가정에서 자란 영향이라는 프레임이 씌워질 때마다 우리가 설자리는 더 좁아지곤 한다. 쉽게 말하는 ‘정상 가정’에서 자라지 못한 사람은 쉽게 범죄자가 되는 거구나 같은 인식이 견고해질 때마다 마음 한편이 송곳으로 찔리는 것 같다. 이런 어려운 환경에서도 꿋꿋하게 잘 자라고 견뎠는데, 꼭 범죄자가 아니더라도 간혹 그렇다 할 상황이 올 때면 사람들을 쉽게 프레임을 씌운다.





나의 어릴 때 시간을 돌이켜보아도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나는 상처와 동정으로 자랐다. 그런 나의 세상은 5살, 9살에 머물러 있다. 그런 내가 4살 아이의 엄마가 되었지만 여전히 5살, 9살에 갇혀있는 나를 꺼내주려고 이야기를 써 내려가본다. 나와 같은 상황에 있는 몇몇의 사람이 있다면, 그들에게 또 한 번의 상처가 되지 않길 바라며. 나의 솔직한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나도 나올 테니 당신도 나와도 괜찮다고. 그때의 나를 이제 보내주라고 말이다.






“엄마! 내 얘기 좀 들어봐! 왜 물어보지도 않고 엄마 마음대로 해석해!

엄마 제발, 제바알! 내 말 좀 들어달라고! 진심이 아니라고! 왜 말할 기회조차 안 주는데!”


“.....”


그렇게 4년 동안 나는 엄마와 흔한 일상 대화도 하지 못했다. 그 일이 일어난 후로 말이다. 엄마의 생신 때도 딸로서 생일 케이크 하나 전해주지도 못했고, 미역국 끓이면 며칠 동안 쉬어버리고 결국 음식물 쓰레기로 버려졌으며, 엄마는 4년 내내 나와 눈도 마주치지 않았고, 숨도 섞지 않았다. 내가 뭘 그리 잘못했다고. 나는 태어날 선택조차 하지 못했는데! 도대체 내가 어떻게 알겠냐고. 나를 이 세상에 소환한 건 부모라는 당신 둘이잖아! 내 얘기를 들어보지도 않으면 나더러 어쩌라고. 그 일 하나가 이렇게까지 할 일이냐고 소리치고 싶었다. 엄마 어깨를 잡고 흔들면서 울부짖으며 말하고 싶었지만 하지 못했다.


이 정도 나이가 되어보니, 어른이라고 다 진짜 어른이 되는 것 같진 않다.

개인 상담을 받으면서 느꼈던 또 하나는 부모와 자식의 끈이 이렇게 긴 것은 인간뿐이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4년이 지난 어느 날 엄마가 내 방문을 열고 나를 불렀다.


“얘기 좀 해.”

“무슨 얘기.”

“계속 그렇게 얘기 안 하고 남처럼 살 거야?”

“여태 안 들어줘놓고 무슨 얘길 하라는 거야. 무슨 얘길 듣고 싶은 건데 엄만.”

“나와. 일단 나와서 얘기해.”


4년 동안 눈도 안 마주치고 벌레보다 못한 투명 인간으로 취급하더니 무슨 얘길 듣고 싶은 건지 원망스러웠다.

그동안 할 얘기가 너무나도 많았지만 목구멍 뒤로 삼킨지 오래라 별 얘기가 나오지 않았다. 그냥 이 상황을 모면할 정도로만 털어놨다.

상황은 유야무야 정리되었다.


늘 그랬다. 엄마는 내게 관심이 없었다. 내가 전학을 많이 다녀서 강전(강제전학) 다닌 거냐고 학우들 사이에서 놀림을 받아도. 9번의 전학으로 친구를 어떻게 사귀어야 하는 건지 몰라서 왕따를 당할 때도. 동생들이랑 싸워서 억울한 상황일 때도. 선생 같지 않은 교사가 국어사전을 안 가져왔다는 이유로 엎드려뻗혀 체벌을 주면서 손을 밟고 지나가면서 ‘꼭 이렇게 부모가 없는 애들은 티가 나.’라며 반 아이들 앞에서 나한테 모욕을 줬다고 말할 때도. 늘 이랬다. 유야무야. 흐지부지.


그때는 몰랐다.

내가 이렇게 아파질지.










아파하는 나를 외면하고 방치하다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똑같이 해주는 가스라이터가 되지 않기 위해. 자존감이 낮은 나를 계속 갉아먹지 않기 위해 남들이 나를 부정적으로 본다고 해서 나까지 내가 살아온 환경을 부정하고, 미워하고, 미화시키고, 원망하지 않기 위해. 나답게 나의 중심축을 세우기 위해 나를 제대로 들어내고 단단하게 다지기 위해. 그리고 지금껏 가장 아프게 걸어온 시간들이 종국엔 나를 가장 따뜻하게 안아줄 가정이자 집이 되길 간절히 바라며, 조금은 안온해진 지금의 마음까지 혹은 더 나아가 완치가 되는 그날까지 적어보려 한다.




진심을 담아.






*나와 비슷한 상황에 있는 당신이라면, 겁 먹지 말아요. 숨기지 마세요. 나 먼저 나가볼게요. 당신도 당신을 너무 미워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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