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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랑 May 22. 2024

물결 랑(浪)에 흩어질 만(浪). ‘낭만’

물결 랑(浪)에 흩어질 만(浪). ‘낭만’

난 이 단어가 참 좋다.

이전에도 나의 낭만에 당신을 초대합니다.라는 글을 쓴 적이 있는데, 자칭 ‘낭만 수집가’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나는 낭만 찾아 향유하는 수집가가 확실하다.


잠시 지난 글(나의 낭만에 당신을 초대합니다.)에 표현을 빌려보자면, 물결 랑(浪)에 흩어질 만(浪). 낭만의 낭과 낭비의 낭은 같은 자를 쓴다. 낭비를 해서 좋은 것은 없다지만 낭만만큼은 가능하다면 계속 낭비하고 싶다. 빚이 없이 사는 것이 꿈이지만, 낭만이나 열정 같은 것들은 빚을 내서라도 쓰고 싶다. 




부질없고 덧없는 감정과 순간들을 무용하다 깎아내리지 않고 있는 그대로 예뻐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고 싶다. ‘어차피 지나가는 시간인데 그렇게 박하게 굴 건 없잖아.’ 하는 마음으로 사는 사람들과는 여름밤 새벽을 걷고 싶다. 끝없이 걷게 되는 요상한 여름의 밤을. 낭만으로 벽을 새운 시간들을.


우리 모두에게는 잠시 쉬는 기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항상 다른 사람들과 자신을 비교하면서, 늦었다고 생각하고 이미 열심히 살아가는 삶에서도 자신을 채찍질하며 더 힘들고 바쁘게 살아가고자 한다. 그럴 때마다 생각하던 것은 우울감에 잠식되는 것이 아니라, 완전히 다른 분야, 다른 일을 해보는 것이다. 일탈을 해보는 것.


즐거운 감정을 느끼고, 누군가와 함께 즐거워하는 감정과 후기를 나누는 것. 더불어 에너지를 다시 채워나가기. 정신적으로 건강해야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일을 조금이나마 수월하게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자기 자신을 너무 홀대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너무 자기 자신을 채찍질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고민해 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나의 이번 주 금요일은 낭만의 시간으로 낭비해 볼 예정이다. 대구로 내려온 나에게 와주는 그녀, H에게 신발과 편지 그리고 꽃다발, 팔찌와 인형들을 선물하고 H가 좋아하는 구제샵 그리고 음악, 드라이브 그리고 새소리가 들리는 식당에서 브런치와 커피를 선물할 예정이다. 번지르르한 낭만은 아니더라도 나의 낭만 안에서 H가 행복해하길.


드라이브하다가 우연히 우리의 추억이 깃든 노래가 나올 때. 지나가다 만난 강물에 비친 윤슬을 보고. 어쩌다 우연히 카메라 렌즈를 돌렸을 때 만난 햇빛의 빛줄기. 이렇게 우리의 30대의 어느 여름날에 또 한 장의 페이지를 장식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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