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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y Jul 04. 2022

모든 시련은 미션이다

인생의 끝판왕을 위해 깨고 또 깬다!


유튜브 알고리즘의 힘은 대단하다. 우연히 추천 영상으로 뜬 드럼 연주 영상을 봤는데, 호기심 가득한 썸네일이 날 자극했다. 일단 누르고 보니 무작정 웃음이 나다가 천천히 연주를 감상하게 됐다. 심장을 두드리는 가쁜 비트!


그리고 아래로 쭉 드래그하니 나타나는 수많은 주접댓글 중 마음을 사로잡은 댓글 하나.

"이걸 듣는 순간, 삶의 시련이 모두 미션으로 바뀐다."


나만큼 마음이 울컥한 유저들이 많았는지 대댓글에 공감된다는 글이 쭉 이어져있다. 요즘 나는 일명 '시련 시즌'을 보내고 있다. 오래간만에 머릿속을 활개 하는 각종 걱정들과 소소한 불안들이 나를 힘들게 하고 있었는데 이런 시련들을 하나의 '미션'으로 다르게 바라보니 조금 귀여워졌다.


나는 죽는다. 순도 죽는다. 우리 엄마도, 아빠도, 못생긴 동생도 다 죽는다. 그런데 뭐가 불안한 걸까. 영원히 존재하는 건 이 세상에 아무것도 없는데 너무 많은 욕심을 부리며 세상을 바라보고 있다. 오만한 생각을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둔갑해 나를 높이 우대했다.


행복이 있으면, 불행도 있다. 이처럼 공평한 게 또 있을까. 그런데 그 불행을 바라보는 마음가짐은 조금 다를 수 있다. 불행 앞에 무너지고 녹아드느냐, 아니면 환영하고 넘어서느냐. 어쩌면 이것이야말로 비로소 '성인'이 되는 길인지도. 종교의 다른 형태가 있다면 이런 것이지 않을까?


인간은 매번 행복과 불행 위를 둥둥 떠다닌다. 행복의 근원은 생명력에 있다고 믿는 사람으로서 생명력을 잃는 것에 두려움을 느낀다. 그와 동시에 불행은 생명력을 잃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영혼 없는 눈빛이나 말투, 맹목적인 소비나 모방으로 나의 생명력은 차츰 소멸하고 불행의 감각은 최고치를 찍는다.


그때. 그럴 때 저 비트 소리를 재생시켜 보려고 한다. 한여름 날파리처럼 어수선한 불행과 시련을 하나의 미션처럼, 깨고 올라가야 할 퀘스트로 생각해 본다. 실패할 경우 처음으로 리셋되는 것 일뿐 달라진 건 하나도 없는 채로 깨고 또 깬다. 그럼 미션의 끝판왕을 만나보기도 하고 의외의 아이템도 득템해보고. 뭐 그러겠지?


인생은 게임이란 말이 딱 맞다. 제아무리 대단한 인간이라도 자연과 운명 앞에선 아무런 힘을 쓰지 못한다. 그저 정상을 향해 끝을 향해 넘고 또 넘어갈 뿐이다. 죽음이 오는 날까지 남은 목숨을 아껴가며 씩씩하게 돌진해나는 것. 그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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