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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y Jul 10. 2022

삶의 낙

"행복해?"라는 질문을 들었다.


1.

건강을 위해 식단 관리에 몰입 중인 순은, 술을 안 먹은 지 꽤 오래되었다. 연애시절 3차는 기본, 5차나 6차까지도 달리던 우리였기에 금주/절주 생활이 쉽진 않을 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건강을 위해 최소한의 음주만을 하고 있는데 그것도 가족들과의 식사에서만 지키고 있다.


이런 순에게 많은 사람들이 '힘들겠다'라는 말을 한다. 특히, 회사에서는 팀장이나 팀원들이 종종 단골멘트를 보내고 친구들 모임에서도 '안됐다'라는 뉘앙스의 말을 많이 한다. 어제저녁엔 순이 군대 동기들을 오랜만에 만나는 날이었다. 1차는 치킨, 2차는 양꼬치.  어찌 맥주   없이 버틸  있는 메뉴들이란 말인가.


나는 순에게 연락을 했다. 너무 참지 말고 먹고 싶으면 1~2잔은 즐기라고. 그런데 순은 본인과의 약속을 철저히 지키는 것에 흥미를 느끼는 희한한 사람이라   컵과 소량의 음식만 즐겼다고 했다. (소름 돋는 대목..) 그러던   동기가 순에게 "형은 삶의 낙이 없겠다"라고 말을 했는데..



2.

그 순간 순은 '삶의 낙'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보다가 확실히 이런 술자리는 '삶의 낙'이라고 부를 수 없을 것 같다고 느꼈단다. 집에 돌아온 순은 어젯밤 있었던 일을 얘기해며, 자신이 생각하는 삶의 낙은 맹목적으로 술을 벌컥 들이키는 자리가 아니라는 점이 다행이라고 말했다. 순은 나와 함께 하는 것이 가장 재밌고 또 가족과 멋진 음식을 나눠먹는 것이 더 행복하다고 했다.


잠에 들기 전, 나는 생각했다. 우린 종종 싸우고 자존심도 부리지만 순이 날 정말 좋아하는구나 하고. 삶의 낙이 우리라니. 이보다 더 대단하고 고마운 사이가 또 있을까? 생각해보니 나도 떠오른 일이 하나 있는데...



3.

최근 지인들 모임에 나간 적이 있었다. 너무 가깝지도, 너무 멀지도 않은 사이는 늘 애매한 리액션이 오간다. 언제나 그렇듯 근황 공유와 함께 귀여운 신세한탄을 이어갈 줄 알았는데, 그날 따라 날카롭고 무거운 기운이 가득했다. 좀처럼 적응되지 않는 분위기에 가만히 듣고만 있었는데 지인 A가 "우리 다 너무 불행한 것 같아"라고 말을 했다. 오랫동안 경청만 열심히 해오던 탓일까? 졸지에 불행한 사람이 된 것 같아 조금 억울했다. 당황한 기색을 눈치챘는지 지인 B가 "너는 행복해?"라고 물었다.


행복해. 라고 말 하기엔 그들에게 조금 미안했다. 소심한 나는 조심히 눈치를 보며 말했다. 그냥 결혼 후 낄낄거리며 잠드는 것이 삶의 낙인 것 같다고. 나의 '삶의 낙'이란 "에이~" 혹은 "엥?"하며 싱거워할 수 있는 사소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에겐 이게 낙이다. 퇴근 후, 밥먹고 운동 다녀왔다가 낄낄대며 잠드는 것. 이게 행복이다.


*네. 결론적으로 이 글은 서로를 삶의 낙이라고 여겨주는 것에 대한 감사편지입니다. 불편하시면 어쩔 수 없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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