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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y Jul 24. 2022

촉을 믿습니까?

날이면 날마다 오는 촉이 아닙니다


직감적으로 느끼는 것이 종종 있다.

보통 왜 '여자의 촉은 무섭다'고 하지 않는가. 나에게도 그런 이상한 촉이 있다.


예를 들면,

1) 나 좀 대박 날 것 같다(...) = 내 촉을 꾸준히 듣고 계신 시어머님은 종종 내게 "며느리 대박 언제나?"라고 KPI 체크를 해주신다^^;

2) 이건 덤으로 주어진 인생이다 = 우연히 건강검진으로 알게 된 나와 가족들의 소소하고 묵직한 질병들.

3) 이대로 가다간 무너질지 모른다 = 불안한 심리가 꽤 지속되다보면 이상하게 몸과 마음이 바로 알아챔.

"정신차려 인간아.."하는 소리가 들린다.


나는 이런 직감 덕분에 오만의 경계에서 내려와 제자리를 찾아간다. 내 멋대로 굴고 싶은 지점에서 '한낱 인간'으로의 객관화가 가능해진다. 그리고 이런 '촉'에 의존하며 내 삶을 구해내는 일이 많아진다. 순이 조용히 날 부르며 가족회의를 하자고 소환하거나, 멀리서 사는 친구가 또 그 시기냐고 장난을 친다거나, 몸은 당장이라고 누워만 있고 싶은데 억지로 신발을 신고 홀린듯 밖으로 나가는 일들. 이런 작은 신호들을 자주 느낀다.


예전엔 이런 신호를 무시했던 적도 있었다. '에라 모르겠다'는 심정으로 벌러덩 다시 누워버리고 마는, 나를 포기하는 일을 손쉽게 허락했었다. 그런데 남는 것이 없었다. 겨우 남은 거라곤 슬픔과 후회의 감정 정도였고 좋았던 시간과 순간, 아름다운 시절들은 모두 지나가고 없었다. 모든 것이 지나간 곳에 허무함과 권태로움만 자리 잡는다.


종종 가는 한남동 페이스 갤러리의 축전에 이렇게 적힌 글을   있다.


"인생의 긍정적인 아름다움을 받아들이거나 부정적인 슬픔에 굴복하거나, 우리는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인생을 양자택일로 구분해서 살아갈 순 없지만, 일반적으로 우리는 기쁘거나 슬픈 상태로 일상을 보낸다. 하지만, 이왕이면 기쁜 마음을 많이 탐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라 기쁜 일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가족을 챙기고, 맛있는 것을 먹고, 멋진 풍경을 보고. 긍정적이고 아름다운 것을 가까이하려 한다.


사람들에게 종종 찾아오는 이런 촉은 기쁜 일로 인도하기 위한 구원의 손길이다.

'그는 위험함', '지금은 몸을 지키세요', '다시 움직여야 할 때'. 같은 조용한 메시지들을 주의 깊게 관찰하고 행동한다면 50의 슬픔을 20의 슬픔으로, 50의 기쁨을 80의 기쁨으로 만들 수 있을지 모른다.


인생을 양자택일로 구분해서 살아갈 순 없지만, 이왕이면 많은 기쁨이 좋겠지. 그렇다면 우리는 오늘의 촉을 믿고 움직이자. 부정적인 슬픔에 굴복하지 않도록 일어나서 움직이자.


움직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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