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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y Jul 24. 2022

서른하나였던가 서른둘이었던가

나이핑계는 멈춰!


엊그제 하이브 민희진표 걸그룹 신보 소식을 들었다. (구)여자친구 덕후였던 순은 이 소식을 놓칠 리 없었고 내게 바로 공유해줬다. 순과 나는 식탁에 앉아 '뉴진스'라는 새로운 걸그룹의 뮤직비디오를 틀었다.


https://youtu.be/js1CtxSY38I

뉴진스 좀 보고 가세요. 넘 이쁨...


04년, 06년, 08년생 등 다양한 나이대를 가진 어린 친구들이었는데 이젠 많이 어린 나이에도 크케 놀라워하지 않았다. 사실 회사에서나 모임에서 "와 그때 나 몇 살이었어~ㅠㅠ"라고 말하는 것만큼 재미없는 게 또 있을까. 이야기를 듣는 어린 친구도 딱히 할 리액션이 없어 서로가 머쓱해지기 참 좋은 주제다.


어쨌든, 비슷비슷한 어린 시절을 지나고 이러쿵 저러쿵 멋진 청춘들을 지내온 우리들은 각자의 나이에서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물론, 10대나 20대만큼이나 혈기왕성한 에너지가 부족한 것은 물리적으로 인정해야하지만 마음만큼은 너도나도 다 아직 활활 타오르니까. (그렇죠..?)

그런데 최근 내가 내 나이를 완벽히 잊고 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변명을 하자면.. 몇 년 사이 코로나로 인해 바깥 생활을 하지 않다보니 내 나이가 몇이오, 몇 년 생 누구입니다라는 소개를 할 자리가 적었다는 건데(요..),

나는 늘 회사에서 주니어 포지션이라 <언제 어디서든 막내> 모드를 장착하고 지내왔다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랜만에 사무실로 복귀 후 근무를 하다보니 여기저기서 보지 못했던 후배들이 상큼하게 튀어나오는게 아닌가? 특히 최근엔 하계 인턴사원들까지 입사를 한 터라 어색한 등을 굽힌 인사까지도 많이 받고 있는 것...


아아... 난 느꼈다! 이제 막내 시절은 다 지났다는 걸. 생각해보니 최근에 내 나이가 몇이더라 하고 스스로 되묻는 일이 많았다. 어머어머, 나도 내년에 서른 둘이네.. 하다가 화들짝 놀라며 "와 지금 서른 둘이구나" 이러는 일의 반복이랄까. 하긴 순이 가끔 '내가 곧 마흔'이니까 하는 소리를 할 때마다 등골이 오싹해지곤 하니까.


또르르...


내가 상상했던 삼십 대의 나는 무엇이었을까. 사실 크게 고민해본 적은 없다. 소소한 불안감과 오래 동반했던 내 유년을 떠올려보자면 <건강하게만 살아있자>가 가장 큰 바람이었다. 욕심을 보태보면 시나 에세이를 쓰며 낭만적으로 사는 사람이면 좋겠다 정도였다.


건강하게 살아있어서 감사한 나와 달리, 순은 내가 욕심을 더 발휘하길 바라는 눈치다.

은주는   아는게 많은데 너무 게을러. 순은 올해들어 유독 내게 희망을 곁들인 고문을 한다. 나는 소파에 누워 대답했다. 내가   아는게 뭐냐고. 그럼 순은 나도 모르는 나의 강점을 줄줄 읊는다. 이건 마치 수요없는 <인생 멘토 코칭> 시간 같다. 요즘 젊은 친구들이 얼마나 잘하는데..  정도는 누구나 . 하고 반박을 하면 순은 단호하고 간결하게 다시  채찍질한다. 논리적이고 똑부러진 (ENFJ) 순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이건 고문을 곁들인 희망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피어오를 정도다.


순이 그린 서른 두 살의 나. 악감정이 있지 않고서야...


어쨌든 나도모르게 조금씩 나이 핑계를 대고 있다. 나이 소재만큼이나 매력없는 것도 없는데 내가 그러고 있다니. 이제 겨우(혹은 벌써) 서른 둘이지만  길이 멀고 창창하다는  알고있다. 하이브 뉴진스만큼의 싱그러움은 아니여도, 늦은 데뷔지만 소규모 팬클럽의 사랑을 받는 솔로 포지션도 나쁘지 않겠다.. 하고 즐거운 상상을 해본다. (이경영 톤으로) 재밌군 재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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