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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하나였던가 서른둘이었던가

나이핑계는 멈춰!

by stay


엊그제 하이브 민희진표 걸그룹 신보 소식을 들었다. (구)여자친구 덕후였던 순은 이 소식을 놓칠 리 없었고 내게 바로 공유해줬다. 순과 나는 식탁에 앉아 '뉴진스'라는 새로운 걸그룹의 뮤직비디오를 틀었다.


https://youtu.be/js1CtxSY38I

뉴진스 좀 보고 가세요. 넘 이쁨...


04년, 06년, 08년생 등 다양한 나이대를 가진 어린 친구들이었는데 이젠 많이 어린 나이에도 크케 놀라워하지 않았다. 사실 회사에서나 모임에서 "와 그때 나 몇 살이었어~ㅠㅠ"라고 말하는 것만큼 재미없는 게 또 있을까. 이야기를 듣는 어린 친구도 딱히 할 리액션이 없어 서로가 머쓱해지기 참 좋은 주제다.


어쨌든, 비슷비슷한 어린 시절을 지나고 이러쿵 저러쿵 멋진 청춘들을 지내온 우리들은 각자의 나이에서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물론, 10대나 20대만큼이나 혈기왕성한 에너지가 부족한 것은 물리적으로 인정해야하지만 마음만큼은 너도나도 다 아직 활활 타오르니까. (그렇죠..?)

그런데 최근 내가 내 나이를 완벽히 잊고 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변명을 하자면.. 몇 년 사이 코로나로 인해 바깥 생활을 하지 않다보니 내 나이가 몇이오, 몇 년 생 누구입니다라는 소개를 할 자리가 적었다는 건데(요..),

나는 늘 회사에서 주니어 포지션이라 <언제 어디서든 막내> 모드를 장착하고 지내왔다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랜만에 사무실로 복귀 후 근무를 하다보니 여기저기서 보지 못했던 후배들이 상큼하게 튀어나오는게 아닌가? 특히 최근엔 하계 인턴사원들까지 입사를 한 터라 어색한 등을 굽힌 인사까지도 많이 받고 있는 것...


아아... 난 느꼈다! 이제 막내 시절은 다 지났다는 걸. 생각해보니 최근에 내 나이가 몇이더라 하고 스스로 되묻는 일이 많았다. 어머어머, 나도 내년에 서른 둘이네.. 하다가 화들짝 놀라며 "와 지금 서른 둘이구나" 이러는 일의 반복이랄까. 하긴 순이 가끔 '내가 곧 마흔'이니까 하는 소리를 할 때마다 등골이 오싹해지곤 하니까.


또르르...


내가 상상했던 삼십 대의 나는 무엇이었을까. 사실 크게 고민해본 적은 없다. 소소한 불안감과 오래 동반했던 내 유년을 떠올려보자면 <건강하게만 살아있자>가 가장 큰 바람이었다. 욕심을 보태보면 시나 에세이를 쓰며 낭만적으로 사는 사람이면 좋겠다 정도였다.


건강하게 살아있어서 감사한 나와 달리, 순은 내가 욕심을 더 발휘하길 바라는 눈치다.

은주는 할 줄 아는게 많은데 너무 게을러. 순은 올해들어 유독 내게 희망을 곁들인 고문을 한다. 나는 소파에 누워 대답했다. 내가 할 줄 아는게 뭐냐고. 그럼 순은 나도 모르는 나의 강점을 줄줄 읊는다. 이건 마치 수요없는 <인생 멘토 코칭> 시간 같다. 요즘 젊은 친구들이 얼마나 잘하는데.. 이 정도는 누구나 해. 하고 반박을 하면 순은 단호하고 간결하게 다시 날 채찍질한다. 논리적이고 똑부러진 (ENFJ) 순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이건 고문을 곁들인 희망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피어오를 정도다.


순이 그린 서른 두 살의 나. 악감정이 있지 않고서야...


어쨌든 나도모르게 조금씩 나이 핑계를 대고 있다. 나이 소재만큼이나 매력없는 것도 없는데 내가 그러고 있다니. 이제 겨우(혹은 벌써) 서른 둘이지만 갈 길이 멀고 창창하다는 걸 알고있다. 하이브 뉴진스만큼의 싱그러움은 아니여도, 늦은 데뷔지만 소규모 팬클럽의 사랑을 받는 솔로 포지션도 나쁘지 않겠다.. 하고 즐거운 상상을 해본다. (이경영 톤으로) 재밌군 재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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