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tay Oct 05. 2022

우리의 집은 아름답다


누구나 집이 있다. 그 집이 자가인지 아닌지에 따라 현대인들은 조금씩 피곤하고 서럽지만, 어쨌든 모두가 집에서 살고 있다. 내가 살고 있는 서울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다수의 사람들은 아파트에 살고 있다. 작은 면적으로 알뜰살뜰 쌓아올린 고층 아파트들은 저마다 유럽의 어느 말들을 달고 가치를 높인다. 언젠가부터 나는 아파트에 대한 불신이 있었다. 세련됐지만 다소 차갑고 낭만없는 건물. 아파트만의 테두리에 갇혀 살다보면 내 생각도 자유롭지 못할 것 같은 그런 막연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다가 우연히 아래의 인터뷰를 보게 됐다.


- 신선한 이야기네요. 아파트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많은데요.
- 아파트를 비인간적인 도시의 상징으로 보는 시선에 약간의 반발심이 있어요. 남들이 보면 갑갑한 성냥갑 같은 데서 산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저한테는 그 어떤 주거 형태보다 인간적이에요. 사람들은 아파트라고 하면 무조건 삭막한 공간을 떠올리잖아요. 근데 옛날 아파트에 살아본 사람은 그렇지 않아요. 그때는 차도 별로 없던 시절이라 친구들이랑 아파트 앞 공터에서 야구도 하고 메뚜기도 잡으러 다니고 그랬어요. 이웃 간의 정도 각별했고요. 게다가 이제는 한국 사람 대부분이 아파트에 살잖아요. 너무 부정적으로만 보지 말고, 이 공간을 어떻게 최대한 활용하고 인간답게 받아들일지 고민했으면 해요.


그렇다. 결국 또 나만 테두리 안에 갇혀버렸다! 종종 나는 이런 글들을 통해 내가 얼마나 작고 좁은 인간인지를 알게 된다. 누군가의 기억 속에 아파트는 소중한 낭만과 추억이 있을텐데 말이다. 지금 내가 여행 중인 독일인의 집들은 창틀과 테라스 꾸미기에 그 누구보다 진심인 것 같다. 슈퍼 곳곳에 조금씩 파는 꽃을 사서 테라스에 두거나 오래된 창문과 지붕을 예쁜 색의 페인트로 보수한다. 결국엔 내가 살고 있는 집에 애착을 가지고 열심히 꾸며나가는 것. 그것이 '집'에서 살아가는 사람이 할 수 있는 유희이자 낭만이라는 생각이 든다.


마침 인터뷰가 끝나지 않고 이어진다.


- 주인이 어떤 사람인지 보여주는 물건들이요. 특히 아파트처럼 규격화된 집은 주인이 좋아하는 물건을 채우면 그대로 그 사람 공간이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집을 고치는 일에 큰 관심이 없어요. 인테리어 잡지도 잘 안 보고요. 딱 하나, <아파르타멘토Apartamento>는 여전히 즐겨 봐요. 거기 보면 한 집에서 오래 산 사람이 온갖 물건을 너저분하게 늘어놓고 사는 풍경이 자주 나와요. 저도 나이가 들면 그렇게 아끼는 물건들로 가득한 집에서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죠.


좋아하는 것으로 채우는 집. 좋아하는 그림, 좋아하는 향초, 좋아하는 식기가 가지런히 놓인 집. 어쩌면 우리는 모두 다 아름다운 집에서 살아가고 있는지도.

매거진의 이전글 모두의 '처음'을 부추기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