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tay Oct 23. 2022

여행을 마친 자의 새로운 다짐

반항! 또 반항!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 묵혀둔 피로를 푸는 데만 2주가 걸렸다.


여행지에서 몸이 조금 아팠던 것도 있지만, 다녀와서 이런저런 생각들을 되뇌는데 회복의 시간이 필요했다. 이번 여행은 우리 부부에게 참 특별했다. 순은 삶은 비워내고 또 비워내는 것이라는 해답을 얻었고, 나는 좀 더 과감하게 살 필요가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베를린 거리를 걷는 자유로운 옷차림의 청년들은 아름다웠다. 그 어떤 유행 혹은 보수적인 규제에도 속하지 않는 자유로움이 있었다. 파리의 여유로운 분위기는 또 어떤가. 계산하기 위해 서두르는 우리에게 천천히 하라며 여유 있는 웃음을 짓는 직원들. 그들을 보면 한국에서의 내 모습이 오버랩되어 그들 옆에 둥실둥실 떠다녔다.


스스로를 가두고 있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는데 나는 나를 완벽하게 가두고 있었다. 꽤 괜찮은 낭만들을 모아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것조차 내 합리화이자 보기 좋은 허상일 수 있다는 허무함도 들었다. 7년 차 직장생활을 하며 이 편안함에 나도 모르게 엉덩이를 꾹 눌러앉고서, 모른 체 했다. 충분히 자유로운 삶이라고 스스로를 속였다!


어릴 적부터 하고 싶은 일이 많았다. 자문자답하며 언젠가 이룰 그 일을 상상하는 일이 매번 즐거웠다.

그런데 환경이 변하고 시간이 흐르면서 스스로 하고 싶은 일을 줄여갔다. 버킷리스트라는 말이 멋쩍어지고 자기 계발이라는 목표는 어색해졌다. 무엇보다 손으로 써가던 작은 일기들이 더 이상 새로운 페이지로 넘어가지 못한 적도 많았다. 조금은 비겁하고, 냉소적인 몇 년을 보냈다.


인생은 자신의 부조리함에 대해 계속 반항하며 살아갈 때 진정한 즐거움을 느낀다고 한다. 객관적으로 '나'라는 인간의 부조리함을 이번 여행지에서 많이 목격했다. 낯선 이에게 미소를 건네는 사람, 깊은 사색에 잠겨 있는 사람, 경계 없이 환대해주는 사람. 그 모든 사람을 보며 변명하기 바빴던 지난날의 나를 자주 마주쳤다.


언젠가 나는 '나와의 싸움은 없다!'를 선포하고 그것과 함께 살아가겠노라 마음먹은 적도 있었다. 그것이 나를 존중해주는 길이자, 자존감을 넓히는 과정이라 생각했었다. 그런데 연약한 자아를 감싸는 연약한 자아로는 무언가를 이룰 힘을 기를 수 없음을 알게 된 것.


결국엔 반항, 또 반항이다!


어제 순이와 이야기를 나눈 것 중에, '귀찮다', '힘들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잘하고 있다는 증거라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 대충, 적당히, 좋게좋게라는 마음으로 타협하다간 또 재미없는 인생을 살고 말 것이다. 조금은 더 치열하게 나를 대하고 싶다. 싸우다 보면 정도 들고 하는 그런 사이들처럼, 가끔 혹은 아주 많이 반항할 타이밍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우리의 집은 아름답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