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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y Nov 03. 2022

내가 언제 유럽을 다녀왔더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만큼 좋은 곳도 없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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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e.

유럽을 언제 다녀왔지 싶을만큼 벌써 아득해진 10월 여행.

여행 중반 쯤 몸이 안좋아 얼른 한국에 가고싶다고 염원하던 게 딱 한 달이 됐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감자탕을 시켜 완국하고, 늘어지게 잠을 자던 그 시간도 완벽한 과거가 됐다.


예전에 혼자 여행을 다녀올 때, 묵혀둔 사진들을 잊어버리고 몇 년을 보낸 적이 있었는데 한참 뒤 다시 생각해보려니 도무지 떠오르지 않았다. 여행지에서의 맛, 분위기, 사람들 모두 기억 너머로 흘러가버려 무척이나 아쉬웠다. 그 시절의 일을 교훈삼아, 더 늦기전에 여행지에서의 기록을 남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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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rlin.


아마도 베를린에 가는 사람이라면 꼭 한 번 찾아갈 듯한 부스토어와 모토서점.

부스토어는 온라인에서 워낙 자주 접하던 제품들이 많아 큰 기대는 없었다. 역시나 택에 적힌 유로 금액을 보고 더 빠르게 감흥을 잃어갔고..




오히려 이렇게 시끄러운 베를린 거리가 더 재밌었다.

그래피티가 거리마다 가득했던 베를린은 앞선 도시인 뮌헨, 뉘른베르크, 뷔르츠부르크와는 다른 자기주장 혹은 장인정신의 느낌이 강했다. 순도 베를린에 도착하자마자 느껴지는 '날 것' 그대로의 느낌에 꽂혀버렸다.




과거 동독과 서독의 통합을 이뤄낸 도시인만큼 곳곳에 역사적인 장소들이 많았다. 자신들의 과오를 이렇게나 열렬히 인정하고 반성하는 모습이 새삼 대단하면서, 가끔은 무섭기(?)도 했다.




뮌헨이랑 확실히 다른 분위기가 있다.... 몰까 이 아우라는.




고전적인 스타일의 카페가 많았던 독일의 여러 도시들과 가장 큰 차별점을 느꼈던 곳은 바로 카페다.

사실 우리나라도 카페시장이 워낙 넓고 다양해서 '와 미쳤다' 할만큼의 신선함은 다소 찾기 어려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멋진 카페들이 많았다. 특히, 같은 인류가 아닌 것 같이 잘생긴(!) 사람들이 많아 순은 잠시 성정체성에 혼란이 오기도 했다(카더라.)




베를린 역시 쌀쌀하고 흐린 날씨에 아무 곳이나 들어가자 했던 카페가 꽤 유명한 카페였다.

쏘 럭키..!




인터넷으로 아이쇼핑 하던 편집샵들의 뿌리를 찾아서..




가끔씩 길을 걸으며 베를리너의 파격적인 패션들을 볼 때마다, '와 베를린이네'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비슷비슷한 패딩류만 입던 뮌헨 사람들과 달리, 정체모를 아우터에 알록달록한 악세사리까지. 거기다가 애니메이션에서나 볼 듯한 헤어스타일의 사람들. 유럽 최대의 클럽이 베를린에 위치한 것도 이상할 것이 없었다.


순은 베를린을 기점으로 자신의 철학이 확장되는 경험을 했다. 지켜보는 아내인 나는 완벽히 그를 이해할 순 없었지만, 아마도 이런 것이 여행지가 주는 신선한 자극이자 짜릿한 흥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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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is.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는 파리를 경유하는 루트였다. 단순히 비행기만 갈아타기엔 좀 아쉬워 일부러 시간을 늘려 파리에서 3박을 보내기로 했다. 내 인생 첫 파리이자, 첫 프랑스!

대체 어떤 곳이길래 낭만, 낭만, 낭만의 도시죠?




우리는 낭만을 맛보기 전에 우선 라면 맛을 보기로 했다.

몸이 안좋기 시작하던 때라, 도무지 치즈와 빵. 그리고 고기는 내 위가 승낙해주지 않았다.

한국에서 라면 하나 챙겨오지 못한 죄로 한인마트에서 4유로짜리 컵라면과 8유로짜리 김치, 3유로짜리 삼각김밥을 샀다.. 맛이 없을 수가 있을까요?




내내 쌀쌀하고 흐린 날씨가 가득했던 독일에서, 10월이지만 따뜻하고 화장한 파리에 오니 자연스럽게 기분이 좋아졌다. 인간에게 날씨란 이렇게 중요한 것이다. 그리고 파리 겐조에서 귀여운 스카잔 자켓을 샀던 순이는 다음날 과감하게 다시 환불을 때렸다. (이유는 우리 둘만 알기로^^) 잠시나마 행복했던 때의 순.....ㅎ




멋집 샵, 테라스가 즐비한 카페, 패셔너블한 사람들, 어딜가나 푸릇한 공원. 이래서 파리파리 하는군요..



아마도 파리음식 최고의 픽.. (근데 이탈리아 음식이라는 것이 함정^^)

사실 파리는 글로벌 도시이기 때문에 다양한 나라의 음식이 인기가 많을 수 밖에...?!




특별한 관광지를 가는 것보다 공원을 걷거나 센강을 보는 평범한 시간들이 좋았다.




파리에 가면 루브르박물관은 필수라던데... 우리는 그 필수는 패스하고 오르세 미술관과 오랑주리 미술관을 들렀다(?)




오르세 미술관의 고흐, 오랑주리의 모네는 잊지 모태~




초췌했던 모습이 많아 내 사진은 적고, 순의 사진만 가득한 내 사진첩. 약간 어떤 브이로거의 편집자가 된 것 같은 그런 기분^^..


파리에서 보낸 짧은 시간은 부부공동체에게 큰 의미를 남겼다. 앞으로 살아가야 하는 방향이나 가치관, 이런 것들을 거창하게 정하기 보다는 '아무것도 하지 않음'에 대해서 더 몰입했다. 늘 해야할 일이 가득한 순과 하고싶은 마음만 가득한 나는 아~주 조금은 비워내야 한다고 결론지었다. 몸과 정신을 가볍게, 더 가볍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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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oul.


한국에 돌아와서 감자탕을 시켜먹은 다음날은 바로 닭갈비를 해먹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치즈나 밀가루 섭취를 본능적으로 제한함.. 일단 무조건 빨간 걸로..




한국오고 가장 좋고 아름다운 순간: 2년 동안 염원하던 '트리 인형'을 엄마가 이마트 오픈런으로 구해주셨단 사실. 파리에 있는 내게 별 모양 트리로 하면 되냐고 빠른 대답을 재촉하던 엄마가 너무 귀여웠다. 후후...

부산에서부터 트리인형을 무사히 데려와 우리집에 둠으로써, 한국은 너무나 아름답고 멋진 곳임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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