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tay Dec 19. 2022

마음 편한 밤

혹시 새해를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한가요


불안은 숨기려고 할수록 더 커지고 복잡해진다. 신기하게도 욕망 역시 숨기면 숨길수록 고개를 들고.

모든 인위적인 행위에는 진실과 진심이 표면으로 팡팡 솟구친다. 몇 주 전, 오랜만에 불안함을 느꼈었다.

 

'올해 뭐 했지?'

매번 연말엔 제법 뿌듯하게 한 해를 마무리했던 것 같은데, 올해는 잘 모르겠다는 것이 거짓없는 내 마음. 이런저런 불안이 불만으로 바뀌어 가려던 찰나, 순은 지금 느끼는 그 감정이 사실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했다.


'함께 사는 배우자를 질투해 본 적이 있는가?'

네..! 나는 결혼 후 남편 순을 부러워하고 가끔은 과한 질투를 느낀다. 어쩌면 내가 평생 가질 수 없는 그의 본성과 의지들이 너무나 탐나기 때문. 모든 일처리에 '똑소리'는 기본 탑재요, 허허실실 하지만 차분한 그의 성격은 결코 내가 가질 수 없다. 약간 킹(king)받는 포인트로 배우자는 나를 질투한 적이 없다는 사실이지만, 어쨌든 순은 내게 늘 반짝이는 영감이자 인성 좋은 나침반이다. 그리고 때로는 뾰족한 내 불안이, 사실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판단해 주는 몸값 높은(?) 경력직 심판.


순의 말처럼 내가 불안해한다고 해결될 것들이 아무것도 없다. 그렇다고 불안을 상쇄하고자 철저하게 목표하고 계획을 세우는 것도 답이 아니다. 내가 살아온 모든 방식을 보면 늘 목표한대로 굴러왔던 것들이 아니다.

서른 두 살의 내가 서울 후암동에서 결혼 4년 차로 살아갈 것을 상상이나 했던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불안 DNA의 뿌리가 살아있는 나는 해를 거듭할수록 앞으로 일어날 일들이 걱정된다. 솔직히 말하면 '무섭다'는 말이 더 맞다. 가족들은 빠르게 늙고, 티 안나게 아프고, 감정은 조금씩 건조해질지도 몰라서 그게 참 무섭다.


하지만 의도적으로 마음을 놓아본다. 의식적으로 되새긴다. 언젠가는 모두 떠날 인생에 대해 너무 많은 마음을 주지 말자고. 지금 이 감정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이것이 내가 올 한 해 배운 삶의 요령이다. 꽤 도움이 된다.


모든 사람들의 연말이 조금 더 편안하길 바랍니다.



+

하반기에 목표로 했던 한 달에 영상 1개 만들기를 성공했다!

자축의 의미로 발자취를 남겨봅니다. 쿄쿄..


https://youtu.be/p55J7XXSB8Q

매거진의 이전글 환영한다! 모든 감수성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