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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y Dec 01. 2019

6개월간 블로그를 하지 않았더니

블로그를 접고 브런치를 해본 소감




 꽤 오랜시간 동안 블로그를 좋아했던 나는, 올해 6월부터 자의반 타의반(?)으로 블로그를 접을 수 밖에 없었다.

내 개인영역의 블로그가 회사 사람에게 노출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사실 이조차도 굉장히 아이러니하다. 이 넓은 인터넷 바다속에 나를 아는 누군가 내 블로그로 흘러 오기엔 너무나 쉽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조금 불편해졌다. 제 일상 좀 보러오세요!로 시작한 내 블로그의 취지라면 아무런 문제가 일어나지 않아야하는데, 그 후로 몹시 불편해졌다. 일상 사진을 올리는 것이 겁이 났다.

모든 사람에게는 N가지의 자아가 있다고 하는데, 나는 블로그를 통해 회사에서의 자아가 아닌, 그렇다고 완전히 개인적인 자아도 아닌 미지의 자아를 표출해내고 있었다. 아마도 회사에서의 자아 = 개인적인 자아 = 미지의 자아가 모두 일정했다면 이런 불편함도 겪지 않았을 것이다. 혹시라도 느껴질 부끄러움은 내 몫이 아니고, 상대방의 몫일 테니까. 유수의 기업들이 조그마한 회사를 인수하고 합병하며 최대한 심플하게 사업군을 묶어나가며 몸집을 확정해나간다면, 나 역시 자아를 묶어나갈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생각으로 이 곳 브런치를 들르게 되었다. 최소한 개인적인 자아와 미지의 자아는 하나로 합쳐가는게 좋지 않을까 하는 취지에서 말이다.


 돌아보니, 브런치에서의 자아는 제법 솔직하고 궁상맞았고 또 적나라했다. 

그러다보니 사진도 덜 찍게 됐다. 블로거로써의 나는 참 많은 사진을 찍고, 또 어쩔땐 조금 집착했다.

이렇게 예쁘고, 귀엽고, 멋진 것을 나만 볼 수 없다 혹은 나만 보고 왔다를 보여주고 싶었다. 뽐내고 싶었고, 가끔은 오지랖을 넓혀 여러분들도 가보시라고 했다. 그리고 그럴수록 내 사진첩의 사진들은 늘어만 갔다.

브런치로 표현의 터전을 바꾼 후 눈에 띄게 달라진 점이 있다면, 하나는 솔직함이요 둘은 편안함일 것이다.

이상하게도 블로그에서만큼은 100% 솔직하지 못했던 나는, 어딘가 불편하게 일기를 써왔다. 비단 매체의 특성 뿐 아니라 내가 그만큼 또 나이를 먹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매일매일 순간을 가득 채우며 살아간다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지만 이곳 브런치에서의 내 삶이 조금 더 여유롭게 흐르고 임팩트 있는 일상만을 담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행복하고 풍족할 것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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