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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y Jan 09. 2020

늦은 2019년 회고

조금은 늦은 2019년을 돌아보며


어릴적부터 챙겨보던 지상파 3사의 시상식들을 모두 챙겨보고 새해 카운터까지 살뜰히 모두 해냈다. 

작년에는 미혼자로 무엇인지 모를 외로움으로 한 해를 마무리했다면 2019년은 기혼자가 되어 남편과 함께 연말을 보냈다. 


한동안 2019년을 정리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나는 스물아홉을 어떻게 보냈더라, 직장생활은 잘 보냈던건가, 사람들에게 상처준건 없었나, 게을렀던 건 어떻게 합리화 할 수 있을까 이런저런 생각으로 억지로 외면했다. 참 부지런하게도 미루고 또 미뤘다.

늘 그렇듯, 시간은 곱절로 빠르게 흘러가고 어느덧 2020년을 맞이하고도 10일이 지났다.

새해 복 많이 받으라는 메시지가 주던 들뜸은 어느샌가 흐려졌다. 가족들과 친구들, 그리고 내 남편도 새로운 한 해에 빠르게 적응해갔다.


이제 서른이 됐다. 이십대의 나는 어땠을까.

작년 한 해를 이제야 돌아보자면, 참 바쁘고 정신없었다. 그만큼 놓치는 것들도 많아서 중요한 것들도 가끔 놓고 다니기도 했다. 결혼을 했고 새로운 가족이 생겼다. 더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어서 감격스럽고 뭉클한 것도 잠시, 사랑하는 만큼 걱정되는 것도 늘었다. 시아버지가 많이 편찮으실 땐 정말 하늘이 무너질 것 같았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관계인데도 이렇게 마음이 먹먹해질 수 있다는 것에 대해, 새삼 놀랍기도 했다. 

나는 단 한 번도 가족의 힘이라는 걸 믿지 않는 사람이었는데 태어나 처음으로 가족의 힘을 느끼던 해이기도 했다. 뜨거웠던 작년 여름을 잠깐만 상상했을 뿐인데 눈물이 울컥 나올 것만 같다. 나참!


그리고 작년엔 처음으로 정신과라는 곳을 갔다. 요즘엔 정신과라고 하지 않고 정신건강의학과, OO의원이라고 좀 더 순화됐다고 한다. 나역시도 재작년까지만 해도 정신과라고 하면 멈칫 하곤 했으니 말이다.

나는 태생이 우울한 사람은 아니지만, 확실히 생활 전반에서 '불안'을 많이 느끼는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됐다. 그로인해 빈번하게 우울함을 느끼고 강박을 느꼈다. 중고등학생땐 책을 읽고 글을 쓰며 해소했다. 대학생땐까지도 온갖 책과 강의 그리고 이따금씩의 명상을 통해 마음을 비워냈다. 그런데 이십대 후반으로 접어들며 그런 것들로만 온전히 해소되지가 않았다. 책이나 명상을 권해주는 사람들에겐 정말 고마운 마음도 들었지만, 내가 지금 불안해죽겠다는데 책이 손에 잡힐 일이 있겠는가. 하물며 마음을 고요하게 해야하는 명상은 더욱 어렵게만 느껴지는 것이 당연했다. 


남편은 진심으로 치료를 받길 권유했다. 나도 남편과 같은 마음이었다. 어떤 의사가 말했듯이 정신적인 문제는 '의지'로만 이겨낼 수 있는 건 아니었다. 뇌의 호르몬 불균형으로 생기는 일들이기에 적절한 치료제가 필요했다.

만약 운동이나 독서, 취미 활동으로만 이 모든 문제를 이겨낼 수 있다면 그것은 우울증이 아닐 지도 모른다.

결과적으로 나는 지금까지도 약을 종종 먹고 있지만 병원을 다니기 시작한건 정말 잘한 일이었다.


29살이라는 나이를 가졌던 2019년의 나는 매일매일 '호다닥!'거리는 삶을 살았다.

오늘 화르르 타오르다가도 내일이면 또 어디론가 도망치곤 했다. 차분하지 못했고 여유롭지 못했다.

어딘가에 집중하고 싶다가도 돌아서면 침대에 누워있고 싶어졌다. 생후 29년 차, 사회생활 4년 차, 결혼 1년 차의 작년은 참 오락가락했다. 


자책도 많이 했지만, 돌아보면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이유가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평소 새해 계획을 참 착실히도 세워왔던 나지만, 올 한 해는 스스로를 괴롭히지 않기로 했다.

대신 하루하루 꾸준히, 제 시간에 자는 것만이라도 꾸준히 해보자는 그것 하나만을 마음에 새겨본다.


모두가 꾸준히 여유로운 일상을 보낼 수 있길.

그리고 나도 그럴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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