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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y Jan 01. 2022

폭설이 내린 제주에서 보낸 날들

제주여행 기록


제주도 가기 전 보일러가 고장나는 바람에 이틀밤 정도를 차디찬 방에서 잠을 자야했다.

핫팩 2개를 허리와 등에 붙이고 이불 속엔 흔드는 핫팩을 던져두고..

이때부터였을까 우리의 혹한기가..




이대론 안되겠다 싶었는지 순이가 시댁에서 라디에이터도 챙겨왔다

덕분에 하루 정도는 훈기가 가득한 침실에서 잠을 잘 수 있었고




우리는 아~주 오랜만에 제주로 향했다

머리가 너무 길어버린 순이는 꼭 삽살개같이 생겼다




서울에서부터 노래를 불렀던 고기국수

고기국수로 유명한 <자매국수>만큼의 깊은 쿰쿰함은 없었지만 그래도 행복한 맛




동백꽃이 만개한 시즌이라 동백수목원부터 달려갔다

어딘지모르게 그로테스크한 순과 함께




서울과는 완전히 다른 기온에 '제주는 제주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 겨울에 볼 수 있는 꽃이라니. 굉장히 낭만적이지 않나요?




순이가 즉석으로 찾아낸 수목원 근처의 카페. 생각보다 훨~씬 아름답고 좋았다. 

사장님의 선곡 센스나 오브제들의 배치, 공간이 주는 안락함 등 모두가 완벽했다. 




날씨 좋은날에 가면 좋을 것 같아서 산굼부리를 미리 다녀왔는데 아주 좋은 선택이었다

우리는 다음날의 날씨는 상상도 하지 못한 채 열심히 돌아다녔다




온통 황갈색으로 흐르던 들판과 숲들. 겨울이 빚은 특유의 색감이 나를 차분하게 만들어줬다.




3박 4일간 지내게 될 숙소에 가기 전, 냉장고를 가득 채울 식재료를 사러 마트행




그리고 잊을 수 없던 고등어회...




일찍 하루를 마감하는 동네 주민들의 패턴에 맞춰 우리도 조금 일찍 저녁을 마무리한다




아침에 일어나 숙소 앞 해변에서 가벼운 러닝도 하고




미역국와 계란을 구워 아침도 뚝딱




<소소재>라는 숙소에서 3일을 묵었는데 모든게 완벽했던 숙소였다.

'감성'이라는 분위기가  달린 숙소들은 하나같이 너무 비싼 가격이 많았고 가격과는 달리 이용제약들도 많았다. 우리는 생활감이 묻어나는 마을의 분위기, 오래되었어도 깔끔한 상태, 주인 분의 작은 센스만 있으면 되는 여행객이기에 그 조건에 완벽히 부합한 아름다운 숙소였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면 아이패드와 연결된 블루투스 스피커에서 음악이 플레이 되고, 부엌과 침실 모두 먼지하나 없는. 그야말로 이 곳을 매우 아끼고 있는 듯한 정성이 보이는 곳. 조용히, 그리고 소박하게 지내길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매우 추천해주고 싶다. 




섭지코지 인근에 있는 유민미술관으로 가는 길

가는 길부터가 이미 예술이다~




아르누보 유리공예 컬렉션으로 유명한 유민미술관

안토 타다오가 건축했다는 이 미술관은 미술관 외관부터 압도적이지만 내부를 돌아다니다보면 더욱 아름답다. 차가운 콘크리트가 주는 기존의 이미지와는 달리 제주의 자연과 어우러지는 모습이 매우 이색적이고 오랜 편견을 깨게 하는 멋이 있었다.




길목을 지나다보면 우연히 발견할 수 있는 귀여운 새. 너 참 귀여웡..




종달리로 넘어와 여러 소품샵들도 구경했다. 이곳은 <달리센트>라는 인센스 전문 샵.

이것저것 향을 맡아보다 제주의 시원한 향을 담은 인센스도 하나 득템!




유난히 여유로웠던 종달리에서의 산책




집으로 돌아와 2차로 사발면에 우도 땅콩 막걸리 한 잔 때리고




다음날엔 김창열 미술관에 들렀다. 물방울 화가로도 유명하다는 김창열 화백의 여러 작품들을 구경하고




미술관 근처에 있던 <영신상회>라는 카페에서 라떼 한 잔

아주 오래전에 있던 영신상회를 그대로 리모델링한 곳이라 더욱 운치가 있었다. 리얼 상회다..!




이때쯤이였지.. 제주의 폭설을 체감한 것이..

11년 만의 화이트 크리스마스라는 제주는 온통 눈길이었다. 저마다 갓길에서 체인을 갈아끼우는 운전자들과 구름의 움직임에 따라 눈이 내리는 곳과 내리지 않는 곳을 오갔다. 꼭 아이슬란드 같다며 신기해했던 우리.




이왕 미술관 투어를 시작한 김에 현대미술관까지 가보자 싶어 도착한 제주현대미술관.

작품 수는 적었지만 신진 작가들의 작품들을 하나씩 살펴보는 재미가 있었다. 마음에 드는 작품은 사진을 찍어 마음 속으로 소장하는 재미도 있었고.




흔치않은 제주의 폭설로 하룻밤을 더 보냄




여행 후 잠시 넋을 놓고 있으니 어느덧 2022년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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