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단한 응원
유독히 어두웠던 날 작은 방 한 칸에 은은한 불빛이 켜져 있었다. 나는 문을 열고 들어가 자리를 잡고 앉았다.
들어올 때 한 눈인사 말고는 오고 감이 없던 선배에게 내가 먼저 말을 걸었다.
내게는 툭 건드려지면 금세 마음이 무너져버리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그 약점과 부대끼며 지내다 보니 어느 정도 자유해졌다고 믿었다. 그런데 다시 마주한 상황에 나는 금세 무너지고 말았다. 내가 자유하다고 믿었던 건 아마 그 약점을 이겨내려고 해 왔던 씨름들이 너무 강렬해서였던 것 같다. 그만큼이나 애를 썼는데 자유해져야지 하는 보상심리에서 비롯된 믿음이었을까. 실상은 다시 찾아온 내 약점이 나를 퍽이나 괴롭게 하고 있었다. 원래부터 이건 아직 내게 어려운 영역이라는 걸 알고 있는 채로 겪었어야 했는데 이미 난 자유하다고 믿고 있는 상태에서 마주한 무너짐은 훨씬 더 컸다.
- 자유함이라는 게 뭔지 제 안에 제대로 확립되지 못한 것 같아요.
분명 그가 자유함에 대해 설명을 했던 것 같은데 그 설명은 기억에 크게 남아있지는 않다. 말미에 한 그의 덤덤한 말만 기억난다. 자유함을 얻기 위해서는 싸워야 한다고 당장 보기에는 벗어나지 못하고 갇힌 것 같지만 사실 자유함을 얻기 위한 과정일 거라고. 실은 자유함이 뭔지, 어떤 상태에 이르러야 정말 자유해졌다고 말할 수 있는지 그게 궁금했던 건 아니었다. 그런 나를 알아차린 건지 아니면 그냥 맥아리 없이 듣고 있는 나를 알아차린 건지 그는 확신 있는 어조로 더 이야기했다.
- 넘어졌으면 어떻게 해야 돼? 일어나야 돼. 길 가다 자빠지면 그냥 엎어져있는 게 아니라 툭툭 털고 일어나야지. 안 일어나면 차에 치여서 죽는 거야. 물론 쪽팔리지. 수치스럽지. 그래도 어떡해. 일어나서 다시 가야지. 넘어지는 건 우리에게 너무 당연한 거야. 그냥 일어나면 돼.
너무 확신 있게 말하길래 선배는 넘어질 때 아무렇지 않은건지 궁금했다. 선배는 다시 차분해진 목소리로 말했다.
- 싸우는 거야. 낙심돼도 '내가 넘어지는 건 당연하다. 일어나면 된다.' 싸우는 거지.
대화를 마치고 다시 문을 열고 나오면서 나는 그제서야 안도했다. 여지껏 해왔던 씨름이 내게 어떠한 결과도 주지 않았다는 좌절과 이 싸움의 끝이 보이지 않아서 오는 절망은 전부 사라졌다. 다시 일어나 보겠다는 힘이 생긴 거다. 더군다나 나만 이러고 있는 게 아니라 다들 각자의 자리에서 치열하게 살고 있음을 알려줬으니 그거만큼 단단한 응원이 어디 있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