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철저하게 개인주의적인 사람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기적인 건 아니다. 오히려 전체를 위해 열심히 움직이고, 즐거움을 추구하며 살아간다. 문제는 그 모습이 오해를 불러일으켜 마치 우두머리가 되려는 것처럼 보일 때가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괜한 견제를 받는 일이 많았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각자 자기 삶을 사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래서 나는 남에게 기대지도 않고, 실망도 하지 않으며, 비교와 경쟁도 서로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하길 바란다. 그런 사고를 가진 사람들과는 잘 지내지만, 집단 내 역할이나 서열, 태도에 집착하는 사람들과는 도무지 맞지 않았다. 결국 나는 자아가 분명하지만 사회화도 잘 된 사람들과 함께 있는 게 편했다. 하지만 요즘 그런 케이스는 드물다.
이제 나이 서른이 되고서야 내 결을 명확히 잡았다. 나는 그냥, 각자 역할만 잘하고 거래만 잘되면 된다고 생각한다. 상부상조하며 놀 땐 제대로 놀고, 일할 땐 확실히 일하고, 각자의 삶을 잘 살아가면 되는 거다. 피해를 주거나 상처를 주지 말고, 그냥 즐겁게. 그게 정말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
왜 자꾸 ‘동족’을 찾으려 드는 걸까. 다르다는 걸 인정하고, 소통 방법만 잘 갖춰지면 얼마든지 잘 지낼 수 있다. 오히려 서로를 너무 비슷하다고 착각할 때 갈등이 더 커진다. 예전에 나한테 “사람들 다 다르네?“라며 훈계하던 음침한 애가 있었다. 정작 그런 애는 자신과 다르면 상종도 안 하면서 말이다. 내가 얼마나 맞춰줬는데, 참 어이없는 일이었다.
사실 나는 어릴 때부터 ‘나 같은 사람은 없구나’ 하는 걸 일찍 깨달았다. 좀 특이했고, 좀 별났고, 그래서 더 이해받고 싶어 맞춰보려 한 적도 많았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알게 됐다. 나는 그냥 내가 가고 싶은 방향으로, 내 리듬대로 살면 된다. 원래 내가 원하는 건 일은 각자 알아서 잘하고, 놀 줄 아는 사람들과 어울리는 삶이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그 즐거움의 구조가 무너졌다. 제대로 놀 줄 아는 사람들은 죄다 해외로 나가버렸고, 남은 건 사람을 일처럼 대하는 노잼 인간들뿐이었다. 심지어 놀던 걸 일로 삼으면서 예전처럼 즐기지 못하게 된 사람들도 생겼고. 그런 현실이 좀 슬프다.
나는 사실 일을 좋아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해야 한다면, 이왕이면 정확하고, 하면 할수록 내 것이 쌓이는 그런 일을 하고 싶다. 반면 노는 건 낭만적이고 활발하게, 진짜 ‘즐기는’ 방향이어야 한다. 나는 원래 뭔가에 몰두하고 깊이 빠져드는 성향이 있으니, 그 성향을 일로 잘 풀어낼 수 있어야 내 삶이 즐거워질 거다. 그래야 놀 땐 가볍고 자유롭게 놀 수 있다. 일에서 충분히 몰입하고 채워졌을 때, 놀 때는 부담 없이 진짜 즐길 수 있는 것이다. 억지로 맞추거나 꾸며내지 않고, 내가 가진 몰입을 ‘좋은 일’로 전환할 수 있다면, 그게 가장 자연스러운 삶의 방식일 것이다.
사실 나는 일이 잘 해결되기만 하면, 혼자서도 충분히 잘 살아갈 자신이 있다. 그런데 매력 없는 인간들일수록 이상하게 사람을 소유하고 통제하려 들다가 관계를 망친다. 느슨하게, 편안하게 연결만 유지하면 충분한 걸 괜한 욕심을 부려서 망쳐버린다. 가르친다던지, 그 사람에 대한 해석을 악의적으로 한다던지. 지금 생각해도 토나오네. 지가 나를 싫어해서 그딴식으로 생각하는 걸 무슨 정답처럼. 그걸 내가 어찌 아냐고? 난 사랑을 받아봤으니까. 날 사랑해주는 사람들이 날 보는 시선을 아니까. 그 외의 것으로 나를 판단하는 건 어느정도 내가 고려해야될 사항일 뿐이지 객관적인 지표가 아님. 그냥 비방임.
자기 욕망은 자기가 책임져야지, 사람들과는 이해와 공감으로 관계를 쌓아가야 하는 건데, 그게 가능한 사람이 별로 없다. 만나온 시간만큼 서로에 대한 이해가 깊어져야 정상인데, 그게 전혀 안 되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얼마나 오래 봤냐’는 관계에서 전혀 중요하지 않다. 얼마나 배신감이 들던지, 진심으로 죽을 때까지 저주하고 싶다. 난 사랑으로 봐줬거든. 근데 그걸 거부했음. 그러니 사랑을 못 받지. 뭐 안 맞는거지. 그럼 그냥 싫다고 하던지, 관계는 유지해야할 것 같고, 근데 싫고, 억지로 억지로. 친구도 오래가려면 어느정도만 참는 거지 싫은건 얘기하고 관계 손을 봐야되는데 그런걸 못하더라. 연애를 안 해 본 애들이라 그런가.
그리고 또 하나 피곤한 부류가 있다. 첫인상이나 느낌만으로 자기 망상에 빠져서 사람을 있는 그대로 못 보는, 일명 ‘금사빠’들. 그런 사람들은 감정이 앞서다 보니 현실을 왜곡하고, 관계도 자기 식으로 끌고 가려 한다. 진짜 피곤하다. 나는 관계라는 건 현실 위에서 이해와 존중으로 쌓여야 한다고 믿는다. 처음부터 오해 없이, 끝까지 편하게 가는 관계가 요즘 세상에 얼마나 귀한 건지 뼈저리게 느낀다.
나도 정신 나가서 엉망진창이었는데 다시 복구해야지. 비즈니스냐 진심이냐. 그냥 이젠 뭉뚱그려 그렇게. 이 시기는 내 진심 재정비하는 시간이었고. 내가 변하는 시기였긴 했나보다. 내가 변하니까 내 주변도 변하는 거지. 그걸 버틸만한 지혜와 유대감, 강함이 있는 사람만 남고. 그리고 또 새로운 세상이 오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