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일기
첫 작품을 만들 때
이건 어마어마한 작품이야 하고
대박이 나길 바랐다.
아, 그건 너무 크게 잡은 꿈이었고
그걸 알게 되자 만들었던 작품의 단점들이
갑작스레 무수히 보이는 것이었다.
무관심 속에 난 그 작품을 마음에서 버렸다.
아주 어린아이 같은 마음이었다.
그런데 그 작품을 인정해 주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전시를 할 때도 일상생활을 할 때도 가끔씩 내 작품을 봐주었다는 사람이 나타나서 나는 고맙고도 부끄러웠다.
이야기를 쓸 때의 과정이 떠오른 것이다. 어딘가 헤매는 사람이 내 이야기를 보고 이겨냈으면 좋겠어. 응원하고 싶어. 이런 마음으로 그린 것인데 고작 사람들이 안 봐준다고 그 과정들을 지웠다니...
다시 만든 작품을 봤다.
재밌어.
수많은 단점들을 봤음에도 재밌다 느꼈다.
보완해서 더 잘 만들 생각을 했어야 했구나.
이 작품의 장점들도 다 잊고 갈 뻔했어.
그래, 내가 만든 작품들은 다 내가 떠안고 가야 한다.
못나든 잘났든. 그게 끝까지 함께한 독자들과 열심히 만들었던 지난 시간들에 대한 예의구나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