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틈 ] 당신과 내가 서성이는 시간

by 졔하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설명하는 건 어렵지 않은데,

앞으로 무엇을 하고 싶으냐는 질문 앞에서는

자주 말을 고르게 된다.


좋아하지 않는 것도 아니고,

그만두고 싶다고 말할 만큼

싫은 것도 아니다.


다만

이 일이 나의 전부가 되어도 괜찮은지

묻게 된다.




하루를 채우는 일들은

여전히 손에 익어 있다.

해야 할 말과, 가져야 할 태도도 안다.


그래서 더 헷갈린다.

잘 해내고 있다는 감각과

이대로 괜찮은가 하는 질문이

같이 남아서.




요즘의 고민은

떠날지 말지의 문제가 아니다.


지금의 나와

앞으로의 나를

어떻게 이어야 할지에 가깝다.


지금 쌓아온 것들을

버리고 싶은 마음은 없는데,

아직 오지 않은 나를

외면하고 싶지도 않는 마음.



아마 많은 사람이

이런 틈에 서 있을 것이다.


안정과 가능성 사이,

지금의 나와

조금 다른 나 사이에서


말로 꺼내기엔 애매해서

각자 혼자서만

생각을 굴리는 시간들.




나는 이 시간을

틈이라고 부른다.


결정을 미룬 시간이 아니라,

다음으로 가기 전

나를 정리하는 자리.




혹시 지금

당신도

지금 하는 일과

앞으로 해볼 수 있는 일 사이에서

자주 서성이고 있다면,


그건 부족해서가 아니라

아직 건너지 않은

가능성이 남아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이 틈은

불안만 있는 자리가 아니다.


지금까지의 나와

앞으로의 나가

처음으로 마주 앉는 자리이기도 하다.


그래서 우리는

조금 헷갈려도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