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여행기 | 07
제주도에서 로또 맞았다. 하루 다섯 번 운행하는 950번 버스를 탔기 때문이다. 환승 할 필요없이 한방에 모슬포항까지 가는 노선인데, 우연히 시간대가 맞아 탔다. 탔는데 기사 아저씨랑 나 밖에 없어서 렌트카 수준으로 제주도 남서부 지역을 누볐다. 종점인 모슬포항까지 간다니깐 이 버스 한참 돌아가니깐 중간 지역에서 내려서 환승하라는 걸 귀찮아서 그냥 타고 가겠다고 했더니 길동무 생겼다며 좋아하신다. 9호선 급행열차 수준으로 수많은 정류장을 마구 지나치더니, 슬쩍 시계를 보고 너무 달려서 시간 조정에 실패했는지 과자 사 먹고 오라며 중간 지점에서 버스를 세웠다. 진짜로 내려서 과자 사서 아저씨 한 봉지 드리고 에어컨 빵빵 틀며 신나게 모슬포항까지 왔다. 과자 놓을데가 없어 급한대로 바짓가랑이 사이에 올려놓고 운전하는 아저씨가 허허벌판을 가리키며 "여기가 신공항 들어오려고 하던 곳이었어, 신도거든 여기가? 그게 동쪽에 들어서면서 여기 땅 산 사람들 많이 울었어." 투기 실패한 사람들의 눈물이 모여 신도 땅이 촉촉해졌다는 전설이 담긴 기념비석 하나 세워야겠다는 농담을 치려다 말고, 가만히 과자를 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