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제주도

바다 없는 제주

2016 여행기 | 11

by 지은

해안도로 끼고 달리는 버스를 타면 제주 시내까지 2시간이 걸린다. 계속 말하지만 해안도로가 지겨운 나는 "쾌적하고 빠르면서 안 가본 길로 가는 노선" 찾았고 마침내 755번 버스를 발견했다. 배차 간격이 경의중앙선만큼 깡패지만 한 번 타면 제주시내까지 1시간 채 걸리지 않는다. 꿀 노선이다.


설레는 마음으로 버스 정류장에 서있는데 현지 마을 주민 아주머니가 대뜸 몇 시냐고 물어서 대답했더니 버스가 이미 가버렸다며 아쉬워했다. 그러더니 '저 쪽' 정류장에 가더니 이곳에 바로 오는 버스가 있다면서 나를 불렀다. 기다린지 5분 채 되지도 않아 750번 버스를 탔다. 755번과 거의 비슷한데 급행 개념이라 제주 시내에 더 빨리 도착하는 꿀꿀 노선이다.


내륙을 대각선으로 통과하며 본 창 밖은 온통 안개로 가득했고 버스 승객들도 대부분 나이 지긋한 현지 주민들 뿐이었다. 이 분위기는 우연히 새별오름을 지나치면서 한껏 고무됐다. 스무 살 때 영후와 혜인이와 제주도 여행을 와서 우연히 들린 곳이었기 때문이다. 그땐 깊은 가을이었고 오름은 온통 갈색이었는데 지금은 안개를 탈의실 삼아 초록으로 마구 영글었다. 여름 타는 새별오름이다.


바다 없는 제주도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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