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여행기 | 12
비상구 좌석을 배정 받는 것을 끝으로 갑작스러운 제주 여행을 마쳤다. 지금은 다시 서울이다. 누군가가 갑작스럽게 쥐어준 비행기표였다. 한사코 거절했지만 다녀오라고 했고, 다녀온 지금, 정말 다녀오길 잘했다는 마음이다.
장소가 바뀌면 네 미래도 변할 것이라는, 일종의 "너도 떠나보면 알게 될 거야" 같은 문장의 여행 감성 팔이가 싫다. 한껏 과잉, 꾸밈로 덧칠한 여행 사진은 더 흥미가 없다. 큰 고민 생길 때마다 혼자 이곳저곳을 다녀봤지만 결국, 장소가 아무리 바뀌어도 내 현재는 그대로고 오히려 줄어든 통장 잔고를 다시 채워야 하는 부채감만 늘어난 것만 깨달았다.
이번 제주 여행 역시 마찬가지다. 이방인 신분은 채 며칠이고 다시 도시빈민이다. 그러나, 이전 여행 했을 때와는 다른 영향을 얻었다. 싱싱한 시선과 감정을 공유하고 사방팔방 흩어진 생각을 깔끔하게 정리해야 할 이유를 찾았다. 가야 할 방향과 방향성을 짚었다.
한 두 번 넘어졌을 때는 다시 금방 일어났는데 자꾸 넘어지니깐 이제는 왜 또 넘어졌나 허무해서 땅에 코박고 가만히 있었다. 그렇게 가만히 엎어져서, 사는 거 정말 재미없다 하다 뭐해 먹고 살지 하다 나이 먹는게 싫어서 주름살 없는 바다가 부럽다고 하다 삶의 성과와 목표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한 대답을 망설이며 붙어 있는 숨만 들이쉬고 내쉬었다.
성공한 사람들이 마이크나 글자에 대고 말하는 삶의 전환점, 인생의 변화까지 얻었으면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김난도를 롤모델로 삼았겠지만 사람 본 성질은 그리 쉽게 변하지 않는다. 단 며칠만의 내 삶 전체가 긍정적으로 바뀌었어요 정도면 종교나 자기계발 관련 일하는 사람들이 할 일이 없다. (공급 과잉 현상으로 그들끼리의 일자리 경쟁으로 취업난이 생길 수도 있다) 이 짧은 여행을 통해 얻은 건, 품고 있던 생각을 현재 시제에서 과거 시제로 넘겼다는 정도다.
이렇게 적어놓고 내일 또 다른 "공격"에 풀죽을 수 있다. 하지만 어차피 나중에 관 뚜껑 혼자 못 닫고 흙으로 썩어 문드러질 몸이다. 그런 공격에 일일이 반응하는 것이 시간 아깝고 마음 쓰는 것도 귀찮다. 너는 너고 나는 나고 가면 가는 거고 오면 오는 거다.
언젠가 꼭 마지막 문장으로 활용하고 싶었던 문장을 끝으로 급! 제주 여행 글을 급! 마무리 지으려고 한다.
"꿈은 없고요 그냥 놀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