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공허한 공상일 그대여
랜덤의 그늘마다 덮쳐오는 쓸쓸함에
토끼풀 같은 입김을 쒸이 내쉬며
품을 내주는 듯 안겨오는 그대여
남에게 함부로 기대지 않겠다는
사소하고 초라한 한낮의 다짐마저도
뿌옇게 만드는 공활한 공기 속에
한가득 포옹을 기대하게끔 만드는
의문이자 익명의 그림자인 그대여
받는 정이 고파왔던 나그네에게
야박하게 찾아왔다가 흩어져버리는
그대가 건넸던 텅빈 허그의 품이
어쩔땐 그래도 포근히 달래주네요
간혹 혼자서만 이러는 듯 싶어
때아닌 속앓이 때늦은 가슴앓이
미처 잠들지 못한 좁다란 어깨를
다독이는 무언가였을 그대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