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에 온 이후 사람들이 다시 어렵게 느껴지기 시작했어. 너무나도 다른 환경과 배경에서 온 갖가지 유형의 사람들이 한 곳에서 뭉치고 또 얽혀 있으니, 매일매일이 새롭게 적응해가는 복잡한 과정의 반복일뿐이었어. 남에게 실망도 많이 했고, 나 스스로가 부끄럽기도 하고, 윗사람들의 눈치도 엄청 보였지.
그렇게 그저 스산하고 황량할 것만 같던 군생활이, 어떻게 견디고 지내다보니 절반 넘게 흘렀어. 지금의 난 군 생활 초반과는 다르게 많이 여유로워졌고 편안해졌어. 여전히 바깥이 절실히 그립고, 진짜 생생한 속내를 완전히 다 드러내기 힘들며, 아직도 비즈니스 관계처럼 솔직하지 못한 채로 지내고 있는 부분도 있더라고. 그럼에도 반년전 이등병 시절보단 훨씬 사람들과 자연스럽고 원할하게 이곳에서의 생활을 이어가고 있어.
이렇게 자리잡을 수 있게 된 데 있어 동기들 세 명의 공로가 아주 컸다고 생각해. 군에서 만난 여러 사람들로부터 크고 작은 영향을 받았지만, 걔들과 나눴던 아주 진솔하고 솔직한 대화가 나한테 굉장한 도움이 되었어. 동기들은 내가 분과에서 일을 배울 때, 부대에서 작업을 할 때, 막사에서 생활 할 때 등 모든 면에서 어리버리하고 막막해 했던 나에게 가끔씩은 조언과 쓴 소리를 또 가끔씩은 위안과 상담을 해주었어.난 그러한 이야기들을 통해서 자신을 다시 가다듬을 수 있었어.
군대에서 좋은 인연을 쌓는게 어찌보면 제일 어려운 일이라고 하던데, 그래도 나름 사람을 잘 만난 것 같아. 사람의 전부가 완전하고 맘에 들 수는 없지만, 걔들과 나는 정말 밖에서 만나 인연을 맺었어도 오래 갔을 것 같다 생각이 들어. 앞으로 남은 절반을 다시 잘 '존버'하면서 서로에게 선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성숙한 사이가 되어가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