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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준혁H Aug 16. 2021

삶이 6개월밖에 남지 않았다면

21.01.16.

 

삶이 6개월밖에 남지 않았다면. 나는 아래의 다섯 가지를 꼭 해두고싶은 목록에 올리고 싶어.



A. 에어비앤비나 기타 숙박 대여 등을 통해 멋드러진 시티뷰를 자랑하는 집을 몇달간 빌릴 거야. 그 집의 루프탑에서 매주 금요일•토요일 저녁에 절친한 사람들을 불러 파티를 열고 싶어. 하루는 고향 친구들. 하루는 동기들. 하루는 학교 선후배들. 맥주도 잔뜩 마시고 맛있는 음식들도 맘껏 먹으며 제가 골라온 음악들을 신나게 틀어놓으며 흥을 돋울 거야.


B. 미뤄왔던 고백을 진실되게 해보겠어. 묵혀온 고뇌들, 감췄던 내용들, 가려졌던 감정들. 나의 소중한 이들에게 가감없이 털어놓으면서 속에 응어리진 것들을 쏵 시원하게 정리하겠어. 너무 솔직하고 완전 민낯이래도 괜찮을 거라 생각해. 마지막을 앞둔 만큼 내 자신에 당당해져야 하니깐, 콤플렉스든 비밀이든 그저 맘껏 토로하고 말해보겠어.


C. 영화 속에 나타나는 대만과 일본의 감성을 정말로 좋아하는 편인데, 그 작품들 속 촬영지에 찾아가 그 특유의 분위기를 온몸으로 마주하고 싶어. 벚꽃, 풍등, 해변, 카페, 골목길, 강가, 야시장, 사원 등등 여러 장소를 이리저리 거닐며, 마치 주인공들처럼 영화의 장면들을 되새겨보고 싶어. 그 자리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난 낭만에 빠져들 것 같아.


D. 그동안의 '황준혁'을 담아낸 출판물을 만들어내고 싶어. 나만의 큐레이션으로써 내 인생을 기억하고 기록할거야. 그리고 이렇게 인쇄된 책을 사람들 앞에서 낭송회같이 읽어보기도 할거야. 영상도 사진도 같이 보여주면서 내가 간직해온 인생의 여정을 직접 이야기하며 안내해볼래. 그 방식이야말로 진정으로 나의 인생을 예술로 승화하는 것이지 않을까 싶어.


E. 고향에 가면 자주 찾아가는 해변가가 하나 있어. 노을이 지면서 말끔히 반짝이는 물살이 주변의 섬들과 어우러지며 빼어난 절경을 자아내는 곳이지. 물도 얕고 길이랑도 가까워서 언제든 맘편히 들를 수 있는 그 해변가에서, 산홋빛 오후터 남색빛 저녁까지 돗자리를 펼친 채 담요를 덮으며 가족과 단란하게 시간을 보낼거야. 총천연색으로 꾸며지는 자연의 절경과 합체하듯 존재한다면 어떤 비극도 우리를 함부로 덮치진 못할거라 믿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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