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있을때

20.08.09.

by 준혁H


무언가에 지치거나 질릴 즈음이면
사진첩과 게시물을 흝어내리는 습관이 있다.
지나간 삶의 흔적들을 바라보며

다시 회상하게 되는 그 나날의 감촉들은,

비록 온전하지는 않더라도
저마다 향긋하고 다채롭고 산뜻해서
기분이 쉽사리 좋아진다.

하지만 곧이어 환희와 감성의 향과 색은 바래지고
뭉게뭉게 화면 위로 피어올라오는 후회와 미련이
너무나 분명하고 삭막하고 먹먹해서
기분은 어느새 다운된다.

혹시 그때로 돌아간다면,
불가능하단 것을 너무 잘 알지만

그래도 만일 그 곳 그 시간 그 사이로

다시 흘러들어갈 수만 있다면,

‘ 나는 어떻게 맞이하게 될까
나는 어디로 발걸음을 향했을까
나는 어떤 사람으로 자리잡았을까’

스무살의 나에게,

1년전의 나에게,

몇달전의 나에게
전했으면 싶은 그리움과 아쉬움이

맘 속에 남아있다.
너무나 어렸고 여렸던

과거의 자신을 향해서
지적해주고 싶고 응원해주고 싶고 함께해주고 싶은
소박한 제안과 솔직한 후회가 말 속에 섞여 있다.

내가 노래한 표현의 크기를 더 높여볼걸.
내가 품어온 사랑의 두께를 더 키워볼걸.
내 배짱과 배려의 깊이를 더 늘려볼걸.
내 사색과 산책의 너비를 더 벌려볼걸.

추억 자체를 감탄하며 훑어보다가도
추억 속 그림에 붓을 대며 덧칠하고자 하는 나.
아마도 더 아름다울 수 있었고

더 풍부해질 수 있었던 그때의 나의 세상을 이제와서 애써 상상하기란
공허하게 부질없다가도 애틋하게 다가온다.

“있을 때 잘해”
이제는 참으로 뼈저리게 느끼고 있는,
당연하지만 그래서 냉담하기도 한 말
그리하여 자꾸만 앞을 기대하는 게 아니라
앞선 길을 되짚게 하는 미련들.

색색이 달큰하면서 어쩐지 씁쓸하고 쓸쓸한
경험 기억 여정 인연이라는 어떤 페이지들.
그 모음집 뒤에 드리우는 그림자가

난 어찌 쓰라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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