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부르던 노래가 멈추고, 각자의 취향이 시작된 자리
우리는 더 이상 거실 소파에 나란히 앉아 똑같은 CM송을 흥얼거리지 않습니다. "손이 가요 손이 가"라는 가사가 흐르면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다음 소절을 따라 부르던 시절, 과자 광고는 단순한 판촉 수단이 아니라 한 시대를 공유하는 '문화적 배경음'이었습니다. 하지만 어느덧 그 떠들썩했던 소음은 사라지고, 우리 앞엔 정적만이 감도는 각자의 스마트폰 화면이 놓여 있습니다.
실제로 주요 제과 업체들의 광고 예산은 이미 TV라는 광장을 떠나 SNS와 인플루언서 마케팅이라는 골목길로 스며들었습니다. 기술이 발전하며 우리는 채널을 돌리는 대신 인스타그램 피드를 넘깁니다. 광고가 사라진 것이 아니라,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 우리의 '스크롤' 사이로 교묘하게 숨어들었을 뿐입니다. 이제 과자는 TV 속 화려한 모델의 손이 아니라, 내가 구독하는 스트리머의 거친 먹방이나 인플루언서의 세련된 테이블 위에서 그 모습을 드러냅니다.
이 변화는 단순히 효율적인 매체로의 이동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우리가 무언가를 '신뢰'하는 방식이 '대중'이라는 거대한 집단에서 '개인'이라는 파편화된 섬으로 흩어졌음을 시사합니다. 보편적인 취향은 사라지고, 알고리즘이 큐레이션한 좁고 깊은 '취향의 감옥'이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되었습니다.
기술의 진보는 마케팅의 정의를 다시 썼습니다. 과거의 광고가 '제품의 우수성'을 선포했다면, 지금은 '맥락'과 '동행'을 팝니다. 우리가 유튜브 리뷰를 보며 지갑을 여는 건 대기업의 이름값이 아니라, 매일 소통하며 쌓아온 크리에이터라는 '사람 IP'에 대한 신뢰 때문입니다. 이제 소비자는 완성된 상품이 아니라, 크리에이터가 제품을 뜯고 음미하는 '탐구의 과정' 그 자체를 경험으로 구매합니다.
정보가 과잉된 시대에 사람들은 기업의 일방적인 구애보다 개인이 걸러낸 '필터'를 원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 지점에서 우리는 한 가지 역설을 마주합니다. '나를 잘 아는' 알고리즘이 제안하는 과자는 분명 맛있지만, 그것은 동시에 내가 알지 못했던 새로운 맛을 발견할 기회를 차단합니다. 우리는 효율적인 소비를 하고 있다고 믿지만, 사실은 데이터가 설계한 궤도 안을 맴돌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기술이 제안하는 최적의 경로 속에서 '우연한 만남'의 낭만은 점차 희박해져 갑니다.
디지털로의 이동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입니다. 그러나 모든 것이 '클릭'과 '전환율'로 치환되는 이 효율의 시대에, 우리는 다시금 인간적인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우리가 과자를 먹으며 얻고자 했던 진정한 가치는 무엇이었을까요? 그것은 단순히 당분을 섭취하는 행위가 아니라, 누군가와 같은 맛을 공유하고 같은 노래를 부르며 느꼈던 '연결의 감각'이 아니었을까요.
기술은 마케팅을 똑똑하게 만들었지만, 때로는 그 똑똑함이 인간 사이의 온기를 식게 만듭니다. 이제 기업과 창작자들은 도달률이라는 숫자보다, 파편화된 개인들을 다시 하나의 '경험의 흐름'으로 묶는 법을 고민해야 합니다. 광고가 사라진 자리에 남겨진 것은 고립된 개인이 아니라, 서로 다른 취향을 존중하면서도 공통의 서사를 써 내려가는 성숙한 공동체여야 하기 때문입니다.
과자 한 봉지를 뜯으며 우리는 과연 무엇을 소비하고 있을까요? 알고리즘이 점지해준 '검증된 맛'일까요, 아니면 타인과 소통하고 싶은 '막연한 그리움'일까요? 어쩌면 우리가 정말로 되찾아야 할 것은 추억 속 TV 광고가 아니라, 세대와 공간을 초월해 모두가 함께 흥얼거릴 수 있는 우리만의 '느린 멜로디'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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