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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코 Sep 29. 2024

[100-46]놀이 공부 9탄_이불로 동굴 만들기

놀이 공부 9탄_이불로 동굴 만들기
심심해요. 더 이상 집에서 놀만한 게 없어요.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아요. 무엇이든 아이와 시간을 때워야 해요. 주말에는 하루 종일 붙어 있는데 어찌하여 날마다 눈이 감기나요. 직장맘이라서 금요일 밤에 늦게까지 즐기다 보니 아침에는 10시 아니면 11시에 눈이 떠지는 건 왜일까요? 아이는 밥 달라고 징징대는데 몸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아요. 그렇게 엎어져 자느라 일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데 신기하게 어느 순간 밖이 조용해요. 무엇을 하고 있는지 상상이 되나요? 그곳으로 당신을 인도하려고 해요. 눈을 동그랗게 뜨고 같이 지켜봐요.


<준비물>
장롱 속의 봄, 여름, 가을, 겨울 이불


방법 1
1. 혼자서 놀 거리를 만들어요.
2. 텔레비전이 없으니 아이는 늘 심심해요.
3. 가만가만 놀지 않아요.
4. 평소에 잔소리를 하지 않으니 집을 싸악 뒤집어 놓아요.
5. 먼지가 폴폴 난리더라고 조용히 있어요.
6. 아이는 잠자는 엄마의 허락을 구하지 않고 바로 실행해요.
7. 우선 장롱 속 이불을 모두 바닥으로 와르르 꺼내요.
8. 봄, 여름, 가을, 겨울 이불이 주르륵 딸려 나와요.
9. 맘에 드는 놈을 골라서 침대를 만들어요.
10. 돌돌 말기도 하고 곱게 접기도 하며 폭신한 침대를 만들어요.
11. 라푼젤 아시나요. 라푼젤을 위해 성을 만든다고 해야 하나 이불을 가지고 둥그런 성을 만들어요.
12. 아이만 허락한다면 왕처럼 호위병들과 함께 아이가 만든 성에 당당히 들어가는 행운이 공짜로 주어지기도 하니 아이의 비위를 잘 맞춰야 해요.
13. 방해하지 않고 살살 긁어대면 성에서 가장 편하고 좋은 자리를 내어주어요.
14. 벌러덩 드러누워 달콤한 휴식을 취해요.
15. 세상을 모두 얻은 기분이라고 할까요?
16. 포근하고 편안해서 깜짝 놀라요.
17. 근사한 성이 되면 이제 의자를 군데군데 놓아요.
18. 의자 위로 이불을 얹어요.
19. 이불이 스르륵 흘러내리지 않도록 커다란 빨래집게를 이용해서 끝부분을 잘 붙들어 매요.
20. 서로를 연결하여 지붕을 팽팽하게 만들어요.
21. 성, 동굴을 만들어 놓으니 동화 속에 온 기분이 들어요.
22. 고요하고 잔잔한 음악이 흐르면 좋겠지요?
23. 아이를 위해 [오블라디 오블라다/비틀즈] 음악을 틀어요.
24. 아이가 좋아하든 말든 저 혼자 음악에 취하여 흥얼거리며 성에 누워서 즐겨요.
25. 한껏 즐기고 있는데 시간이 벌써 지났다며 아이는 성에서 나가라고 명령해요.
26. 음악에 맞춰 엉덩이를 흔들면서 조용히 퇴장해요.
27. 주말에 편하게 마음의 휴식과 안정이 필요하다면 아이에게 동굴 만들기를 요구하세요.
28. 아이의 창의력이 마르지 않고 하늘에서 반짝이는 별처럼 독특한 힘을 느낄 수 있어요.

방법 2
1. 아이는 조금 지루한가 봐요.
2. 여름 이불을 이용해서 패션쇼를 시작해요.
3. 윗옷을 훌러덩 벗고 얇은 이불을 이용해서 위쪽을 사선 모양으로 감싸요.
4. 저는 흘러내리지 않도록 끝부분을 매듭 지어요.

5. 하얗고 긴 목선이 드러나니 모델보다 더 아름다워요.
6. 어릴 적부터 다른 아이들보다 키가 한뼘 더 커서 모델을 하면 좋겠다며 흥을 돋워요.
7. 그래서인지 아이는 무대 체질이에요.
8. 이제 아래쪽은 조금 편하게 치마처럼 이불을 이용해서 길게 늘어뜨려요.
9. 오호 아름다움이 극에 달하네요.
10. 마지막으로 끝부분을 매듭 처리해요.
11. 위아래의 색 조합이 기가 막히게 어울리며 뒤태가 예쁘고 아름다워요.
12. 그러면 뾰족구두를 신고 거실을 무대 삼아 워킹 들어가요.
13. 바닥이 신발 덕분에 지저분하다고요.
14. 언제부터 신경 썼다고 난리 법석인가요.
15. 패션쇼의 화려하고 멋진 스포트라이트만 생각하세요.
16. 목을 빠빳하게 쳐들고 시선은 정면을 보는 거예요.
17. 하나, 둘 외치며 스텝 소리에 맞게 입으로 박자를 맞추기도 해요.
18. 엉덩이를 살짝살짝 과감하게 비틀어대면 아이의 웃음 코드가 빵빵 터져요.
19. 모델들의 당당하고 우아한 뒤태를 머릿속으로 상상하며 한 걸음씩 힘차게 걸어요.
20. 때로는 '워킹, 워킹'을 반복하며 최고의 모델의 모습을 시범 삼아 보여줘요.
21. 엄마의 뻔뻔한 모습에 아이들은 까르륵 웃어요.
22. 오늘도 놀고 내일도 노는 거예요. 신나게 놀아봐야 공부의 흥미도 느끼고 스스로 하고 싶은 열정을 끄집어 낼 수 이어요.
23.  놀다 보니 재미있고 공부하다 보니 잘 하고싶고 포기하지 않는 마음을 심어주며 함께 세상살이의 재미를 만끽하게 해주세요.
24. 부모가 조급하게 잔소리하지 않고 든든한 지원군이 되면 무엇이든 잘 하고 싶은 마음이 저절로 싹트거든요.
25. 일급 비빌이 한꺼번에 쏟아져서 안타까운 기분이 들지만 당신에게만 들러주는 거예요.


그럼 오늘도 놀고 내일도 놀아요. 

신나게 놀아보자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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