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빛나는 밤에

고흐의 탈을 쓰다

by 채코

드디어 고갱과의 동거가 시작된다. 고갱은 내가 짐작했던 대로 예술세계관이 넘치는 인간이다. 그와 함께 걸어간다면 어떤 두려움도 존재하지 않고 함께 높이 멀리 나아갈 것이라 예상했다. 하지만 고갱의 말솜씨는 나를 늘 기분 상하게 한다. 그는 나에게 '돈도 못 버는 화가'라고 낙인을 찍는다. 노란집에 와서 초라하게 사는 꼴을 본 이후로 불평불만과 잔소리가 더욱 심해진다. 나 또한 고갱의 잔소리가 듣기 싫어 '돈만 아는 화가'라고 응수했다. 고갱은 시시때때로 시비를 걸고 그의 껄끄러운 표정은 주변인에게 민망할 정도이다. 1층 카페 마담 지누를 서로 그리면서 고갱에게 크게 실망한다. 나는 고갱이 그린 그림을 보고 화를 참지 못하고 한쪽 귀는 자르는 것으로 서로의 관계에 마침표를 찍었다. 그 후 마을에서 정신병자 취급을 받아 생 레미 요양원에서 요양하며 지낸다.


밤 하늘의 별을 보고 있노라면 지난날의 고통이 치유되는 느낌이다. 기차를 타고 저 멀리 여행을 가는 꿈을 꾸기도 하고 하늘거리는 사이프러스 나무 사이를 걷고 있는 느낌을 가진다. 어두컴컴 하지만 그 속에서 희망을 찾고 하늘로 올라가면 더 나을 것 같은 기분이다. 촘촘한 별들 사이에서도 유독 빛나는 것들이 눈에 들어온다. 그 빛이 내 눈에 들어앉은 것을 보면 우리네 삶과 별과 우주의 이야기가 동일시되는 듯하다. 별들 속에서도 더욱 반짝이려고 요란을 떠는 녀석들은 결국 더 아름답게 빛날 것을 약속한다. 정신병원의 창살에서도 신비함을 발견할 수 있는 나 자신이 그렇게 초라하지는 않는다. 다만 자유롭게 더 많은 별을 다른 각도에서 관찰하고 내가 원하는 시간에 화폭에 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흰색과 노란빛의 황홀함 속에서 기쁨이 넘치다가도 어두운 그림자가 들어차면 죽음과 맞서기도 한다. 죽는다는 것이 과연 나쁜 것일까? 죽어서도 삶이 존재한다고 하니 그 속의 검은 그림자 따라 들어가 쉬고 싶은 마음이다. 하지만 창살 너머로 보이는 반짝이는 별이 나에게 희망을 준다. 지나간 일들이 고통스러워 울부짖어도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이 매일매일 그 자리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것은 변함이 없다. 내 삶의 굴곡을 가졌을지 모르나 꿈이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이룰 수 있는 꿈이 아직 마음속에 존재하므로 행복하다. 내가 가진 꿈 또한 그것과 마찬가지로 반짝반짝 빛날 것이다. 그 사실을 너와 내가 알고 있으니 참으로 다행이다.


도시를 표현한 지도의 검은 점을 보며 꿈을 꾸는 것처럼, 밤하늘의 별은 항상 나를 꿈꾸게 만들어._고흐


고흐의 그림을 보고 글을 쓰다보니 나도 어느새 정신병에 걸린 사람처럼 보인다. 무슨 말이냐면 새벽4시에 일어나니 낮이되면 사방이 흐릿하고 눈이 스르륵 감기며 정신이 몽롱한 상태가 지속된다. 때론 그 고통마저 즐기며 살아간다. 드디어 내일 두번째 북토크가 "영종하늘도서관"에서 열린다. 이틀전 리허설에서 말이 떠오르기 않아 더듬기를 반복한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말을 아름답게 꾸미려니 기억나지 않았다. 그래서 마음을 고쳐 먹었다. 고흐가 정신병원 창살 사이에서 별을 관찰하며 쉼을 가진 것처럼 자연스럽게 말하기로 결심한다. 꾸미지 않은 순수한 인생사를 옆집 여인에게 수다떤다는 느낌으로 나와 비슷한 중년의 마음을 훔치려고 한다.


작전 성공이다. 나는 무엇이든 할수있다._채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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