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프러스나무가 있는 밀밭

고흐의 탈을 쓰다

by 채코

생레미 정신병원에 있지만 자연의 위대함은 여전하다. 병원에 들어오고 발작 증세가 더욱 심해져서 고민이다. 그런다고 그림 그리는 것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오늘은 캔버스를 가지고 밖으로 나가려 한다. 물론 병원 직원과 대동하여 소풍을 가니 안심하기 바란다. 뜨거운 태양과 대기의 하늘거리는 바람이 나를 반긴다. 자유를 찾은 듯 붓놀림이 예사롭지 않다.


뭉게구름이 엄청나게 피어올라 마치 오동통한 솜사탕 느낌이 든다. 서로 자연스럽게 어울려 지내는 모습이 너무 환상적이다. 우주를 가르고 높게 뜬구름 사이로 화가 많이 난 아버지의 모습이 떠 있고 조금 딱딱하지만 인자한 어머니의 모습과 나를 믿어주고 지지하느라 힘겨운 테오의 모습도 구름 사이를 가른다. 구름 아래 노란 밀밭이 넓게 펼쳐진다. '임파스토' 기법을 이용해 여러 번 유화 물감을 덧칠하여 생동감을 더해준다. 밀밭 아래 화초가 옹기종기 모여있고 빨간빛을 더하니 그림이 살아있는 느낌이다.


그림이 팔리지 않고 자신감을 잃어가고 몸이 점점 쇠약해지지만 저기 우뚝 서서 똬리를 틀고 올라간 사이프러스나무처럼 되고 싶다. 나의 불꽃같은 예술에 대한 마음을 누군가는 분명히 알아주리라 믿는다. 그것을 묘사하려고 밤낮으로 고민하느라 사이프러스나무가 항상 내 머릿속을 꽉 채운다. 유심히 관찰하고 바람과 구름 사이로 흔들리는 느낌을 담으려고 여러 번 스케치한다. 연습을 많이 할수록 사이프러스나무가 내가 되고 내가 사이프러스나무가 된다. 지중해의 많은 국가들에서 사이프러스나무는 전통적으로 죽음과 연관되어, 많은 묘지를 자리하고 있다. 아마도 그때가 점점 다가오지 않나 하는 미묘한 감정이 오고 간다.


사이프러스나무들은 항상 내 마음을 사로잡는다. 그것을 소재로 '해바라기' 같은 그림을 그리고 싶다. 사이프러스나무를 바라보다 보면 이제껏 그것을 다룬 그림이 없다는 사실이 놀라울 정도다. 사이프러스나무들은 푸른색을 배경으로, 아니 푸른색 속에서 봐야만 한다._고흐


무엇 하나에 심취하여 그것을 관찰하고 있는 그대로 느낌 가는 대로 표현하는 그의 발자취를 존경한다. 스스로 좌절하고 포기할 만도 한데 어려운 상황에서도 자연을 사랑하고 온몸으로 담아내려는 그의 열정에 박수를 보낸다. 과연 불꽃처럼 강렬한 삶을 살아내고 있는지 스스로 살짝 의심을 해본다. 오늘도 가슴 깊숙이 용광로처럼 펄펄 끓는 무언가를 찾아 헤맨다.


어떻게 하면 나는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있을까, 무엇을 함으로써 사회에 도움이 될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다. 정답은 내 마음 안에 있을 거라고 믿는다._고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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