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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또또비됴 Mar 23. 2023

<멍뭉이>, 국제 강아지의 날에  봐야 하는 이유!

영화가 가진 선한 영향력을 잊지 말자!

지난 1일 개봉한 <멍뭉이>가 17일 만에 안방에서 볼 수 있게 되었다. 21일 기준 약 16만명 동원에 그쳤고, 점차 우리 기억 속에서 희미하게 사라질 예정이다. 기대만큼 짜임새 있는 이야기도 아니었고, 차태현, 유연석 등 주요 배우의 연기가 인상적이지도 않다. 하지만 왠지 마음이 간다. 이 영화를 만든 사람들의 선의가 모여 만들어낸 선한 영향력 때문이다.


영화 '멍뭉이' 스틸컷. ㈜키다리스튜디오 제공


동생처럼 여기는 반려견 루니를 위해 매일 정시 칼퇴를 하는 민수(유연석). 어느 날 여자친구에게 청혼하려다 뜻밖의 이야기를 듣는다. 실은 개 침 알레르기가 있었다는 것. 민수는 이 안타까운 일을 인생이 잘 안 풀리는 사촌 형 진국(차태현)에게 털어놓는다. 진국은 완벽한 집사를 찾기 위한 면접을 제안하고, 이들은 제주도까지 이어지는 긴 여정을 시작한다. 이건 운명이었을까? 여정을 떠날수록 귀엽고도 가여운 멍뭉이들이 그들과 함께한다.


반려인 1,500만 시대. 처럼 강아지가 등장하는 영화가 기획되는 건 당연한 결과다. 중요한 건 이야기 구성 방향이다. 예상하건데 제작하는 입장에서는 할리우드 영화처럼 웃음과 감동 어린 강아지 영화를 만들고 싶었을 것 같다. 하지만 그건 미국이나 캐나다라서 가능한 것. 우리나라의 현실은 앞서 소개한 두 영화를 만들기에는 마음에 걸리는 게 너무나 많다.


영화 '멍뭉이' 스틸컷. ㈜키다리스튜디오 제공


<멍뭉이>의 단점 중 하나는 주인공들의 여정을 통해 벌어지는 강아지들과의 인연이 너무 급작스럽고 이어붙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건 연출력의 문제이긴 하겠지만, 감독은 그럴지언정 우리나라에서 강아지의 삶이 얼마나 힘겹고 어려운지 보여주는 쪽에 무게를 실었다. 잃어버린 강아지를 각 지역이나 사설에서 운영하는 보호소에 맡겨도 자리가 없고, 자리가 있어도 10~15일 동안의 공고 기간(보호소마다 차이가 있음)을 넘으면 안락사를 면하지 못한다. 극 중 김지영 배우가 분한 보호소 직원의 모습을 통해 살리는 아이들보다 안락사로 무지개다리를 건너는 아이들이 많고, 이를 담당하는 사람으로서 갖는 죄책감과 업에 대한 열패감이 묻어나 있다.


이뿐인가! 박스에 강아지들을 넣고 인적이 드문 도로가에 버리는 일, 쇠줄로 묶어놓고 말 안 들으면 주인에게 매질을 당하는 시골개들의 인생, 아기랑 강아지를 같이 키우면 좋다고 무작정 입양하려는 모습, 자신의 허세를 돋보이게 하기 위해 강아지를 키우려는 행태 등 반려인이 늘어나고 있음에도 고착화되어 있는 반려견 문화를 보여준다. 어쩌면 두 남자의 여정은 우리나라의 이런 반려견 문화를 다시 한번 상기시켜주기 위한 장치로써 활용된다고 볼 수 있다.


영화 '멍뭉이' 스틸컷. ㈜키다리스튜디오 제공


영화는 한발 더 나아가 좋은 환경에 키우는 게 다가 아닌 가족의 일원으로서 사랑을 주고받는 것이 반려견을 위한 가장 중요한 자세라고 말한다. 특히 두 남자의 반려인 면접 최종 목적지인 제주도에서 이 부분이 잘 드러난다. 이들은 몸이 아파 제주도에 있는 큰 저택에서 요양 중이면서 자신처럼 몸이 아프고 버려진 강아지들을 키우는 여성을 만난다. 좋은 환경에서 자라는 강아지들을 보며 좋아하지만, 교감도 하지 않고 이름도 모른 채 자연사할 때까지 키운다는 그녀의 말에 민수와 진국은 그 즉시 서울행을 택한다. 특히 민수는 루니를 향한 자신의 선택이 잘못되었음을 깨닫게 된다. “무슨 일이 있어도 끝까지 함께 하는 게 가족이야”라는 대사처럼, 영화는 동물에게 좋은 환경도 중요하지만 함께 살아가는 사람과의 관계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한다.


그래서인지 교훈을 담은 이 영화는 본의 아니게 착하다. 등장하는 강아지는 물론, 등장인물 대부분 착한 마음을 갖고 있다. 내용상 극적 부분이 가감되지만 이 착한 마음들이 모이며 관객들로 하여금 인간과 강아지의 공존에 대한 생각을 갖게 하고 지금보다 이로운 방향으로 나아가야겠다는 다짐도 하게 만든다. 이는 가 가진 힘으로, 루니를 포함해 다수 강아지의 표정과 행동에 기인한다. 이들과 교감하며 함께 연기하는 두 배우의 진심도 큰 힘이라 말할 수 있다. 유연석은 최근 SBS 예능 에도 한 명의 반려인으로서 유기견을 향한 진심을 보여주며 영화의 진정성을 더했다.


영화 '멍뭉이' 스틸컷. ㈜키다리스튜디오 제공


3월 23일은 국제 강아지의 날이다. 세계 모든 강아지를 사랑하면서 보호하는 것은 물론, 유기견 입양문화를 정착시키자는 취지로 만들어진 날이다. 가 이 날을 기념하기 위해 3월에 개봉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반려견과 이 영화를 함께 보기에는 너무 좋은 작품이다. 만약 칼퇴를 할 수 있다면, 오후 산책 후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사랑하는 반려견과 함께 이 작품을 보면 어떨까? 만족보다 아쉬움이 들 수 있지만 이 작품에 담긴 선의와 그로 인해 생긴 선한 영향력은 두 손 모아 받아들이자!



p/s_진정 강아지를 키우고 싶다면 거듭 생각해보고, 꼭 극중 진국처럼 유기견을 입양하길 바란다. 지금도 많은 지역의 유기견들은 가족을 기다리고 있다.



별점: ★★☆ (2.5)

한줄평: 만족 보단 아쉬움, 선의는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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