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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또또비됴 Mar 29. 2023

마블 히어로보다 필요한 건
‘오토’라는 영웅!

<오토라는 남자> 리뷰

괴팍하다. 매사 신경질적이다. 꼰대 그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이 ‘오토’라는 할배는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사람이다. 하지만 귀찮아하는 이웃들이 어려움에 부닥치면 그들을 지키고 도와준다. 그럴수록 이웃 사람들은 그에게 마음을 주고, 가까이 지내려고 노력한다. 지금 미국이란 현실 속에서 마블 히어로가 아닌 ‘오토’라는 영웅이 필요한 것처럼 말이다. 


▲ 유사 부녀관계로도 보이는 오토와 마리솔 /  소니픽처스 제공


오토(톰 행크스)는 살아가는 게 지옥이다. 세상 사람들이 바보같이 행동하는 것, 예의 없는 것에 마구 화를 내고, 사랑하는 아내가 떠난 뒤 삶의 목적을 잃은 그는 집에서 자살을 계획한다. 목을 매달기 위해 구매한 밧줄을 천장에 매달고 이를 실행하려던 그때, 새로 이사 온 마리솔(마리아나 트레비뇨) 가족의 자동차가 심기를 건드린다. 자살보다 급한 건 동네를 어지럽히는 이들이라 생각한 오토는 곧바로 문밖을 뛰쳐나간다.   


<오토라는 남자>는 프레드릭 베크만 작가의 소설을 원작으로 2016년에 영화화한 오베라는 남자>의 리메이크 작품이다. 그렇기 때문에 원작과의 비교는 피할 수 없는 부분인데, 전작은 스웨덴이란 지역적, 사회적 배경아래 이웃 간 잦은 교류로 변해가는 오베의 모습에 비중을 뒀다. 그에 반해 <오토라는 남자>는 한 발짝 더 나아가 ‘오토’라는 인물을 통해 죽어가는(?) 미국 사회의 문제와 심폐소생술을 은연중에 보여준다.


▲ '오토'라는 파수꾼? / 소니픽처스 제공


우연일지 몰라도 오토가 사는 빌리지를 없애고 싶어 하는 부동산 업체 이름은 ‘DYE & MERIKA’다. 빠르게 말하면 ‘DYIN AMERICA’로 들린다.(극중 오토도 비슷한 이야기를 한다.) 거대 자본이 공동체 사회를 없애는 등 미국이 죽어가고 있다는 걸 비유하듯, 영화는 빌리지를 놓고 오토라는 과거 미국 사회와 부동산 및 변질된 현재의 미국 사회의 맞대결처럼 보이기도 한다. 


▲ '오토'가 보살펴주고 보살핌을 받는 이웃들의 모습 / 소니픽처스 제공


젊었을 때와 달리 이제는 마을 공동체 회장직에도 밀려난 그에게 남은 건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온 자부심과 자존심이다. (극 중 그의 심장이 큰 건 이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은 뒷방 늙은이 취급을 받는다. 자신이 이 사회(가정)에 필요 없어진 이후 죽음을 생각하지만, 되려 그의 삶을 연장시키는 건 멕시코 이민자와 과거 아내가 가르쳤던 동성애자 학생, 각종 질병을 안고 사는 노부부다. 그의 신경(자살)을 거스르게 하는 그들의 부름에 답을 하며 끊어졌던 관계가 다시 복구된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그는 이들의 영웅이 되어가고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삶은 연장된다. 


감독은 보통의 할리우드 리메이크 작품에서 볼 수 있는 따뜻한 휴머니즘을 넣으면서도 이제 주변에서 볼 수 없었던 공동체 의식, 이웃 간의 정, 사회적 소수자들을 보듬는 마음을 다시 가져야 한다고 덧붙인다. 그런 의미에서 오토 역에 톰 행크스가 출연한다는 건 그 의미가 크다. 


▲ 톰 행크스라는 미국의 초상! / 소니픽처스 제공


톰 행크스는 미국을 대표하는 배우이자 미국인들이 원하는 이상적인 인물을 많이 연기해 왔다. 설리: 허드슨강의 기적>  등 다수의 영화에서 그가 맡은 역할만 봐도 이를 알 수 있다. 영화를 보기 전 이 괴팍한 할배와 톰 행크스의 접점이 크다고 생각하지 않겠지만, 영화를 본 후에는 왜 이 역할을 그가 맡아야 했는지 알 수 있을 정도다. 마블 히어로는 아닐지언정 가장 미국적이면서도 가장 이상적인 우리의 영웅으로서 그만한 배우는 없을 정도니까. 


북미에서 <오토라는 남자>가 개봉 15일 만에 역주행 흥행을 일으켰는데, 이는 영화가 가진 의미가 반영된 것으로 생각한다. 미국인들도 ‘오토’ 같은 우리 이웃의 영웅을 그리워하는 건 아닐까. 바쁘디바쁜 현대사회 속에서 과거의 유산을 잊고 사는 우리도 이런 영웅을 기다려왔을지 궁금하다. 




p/s: <오토라는 남자>를 보면 떠오르는 영화 두 편이 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그랜 토리노>와 빌 머레이 주연의 <세인트 빈센트>다. 두 영화 모두 우리 이웃의 숨겨진 영웅들의 이야기인데, <오토라는 남자>를 재미있게 봤다면 두 영화도 함께 보면 좋을 듯 싶다. 




별점: ★★★ (3.0)

한줄평: 마블 히어로보다 멋진 오토라는 영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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