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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또또비됴 Apr 04. 2023

<리바운드>의 미덕은
공격이 아닌 패스!

영화 <리바운드> 리뷰

 <더 퍼스트 슬램덩크>로 시작된 스포츠 붐, 장항준 감독과 김은희 작가의 협업, 신인 배우들의 열정, 2012년 단 6명의 선수로 준우승을 기록한 부산 중앙고 실화. 리바운드>는 관객을 사로잡을 작전 요소가 다채롭다. 그럼에도 이 영화의 공격 패턴은 변칙보단 정공법을 따른다. 그리고 후반전 가장 중요한 시점에서 멋스러운 공격이 아닌 감동의 ‘패스’로 마무리 한다. 


영화 <리바운드> 스틸 / 사진제공 바른손이앤에이


해체 위기에 놓인 부산 중앙고 농구부. 학교는 부활이 아닌 구색 갖추기로 가닥을 잡고, 프로농구를 잠시 맛본 후 지금은 공익근무요원으로 일하는 양현(안재홍)을 코치로 발탁한다. 중앙고 농구부 출신으로 어떻게든 과거의 명성을 되찾고 싶은 그는 이곳저곳 전화하고 돌아다니며 어렵사리 선수를 모은다. 하지만 더 이상 키가 자라지 않는 가드 기범(이신영), 발목 부상 후 방황하는 스몰 포워드 규혁(정진운) 등 고작 6명이 다다. 딱 봐도 최약체팀. 그러나 시련을 딛고 일어난 이들은 언더독의 힘을 보여준다.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일들이 벌어지는 스포츠의 세계. 이를 스크린으로 옮긴 영화에서 관객들이 기대하는 건 서로 다른 이들이 모여 원팀이 되기까지의 성장 스토리와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드는 기적 같은 이야기다. 는 부산 중앙고 농구부의 믿을 수 없는 준우승 실화를 가져와 관객들이 기대하는 바를 그들의 방식으로 충족시킨다.


영화 <리바운드>  스틸 / 사진제공 바른손이앤에이


영화는 크게 전반전과 후반전으로 나뉘는데, 전반전은 농구라는 접점 하나로 모이는 코치와 오합지졸 선수들이 첫 고교 농구대회에 나가 보란듯이 패배하는 실패에 집중한다. 감독은 성장스토리를 쌓을 때 꼭 필요한 이들의 실패를 자양분 삼아, 각 인물의 전사를 잘 쌓아올린다. 마치 이들이 얼마나 농구를 사랑하고 코트에 뛰고 싶어하는지를 알려준다. 그 마음이 한데 모여 단합된 힘을 보여줄 것이라는 기대도 전한다. 


영화 <리바운드> 스틸 / 사진제공 바른손이앤에이


후반전은 이 오합지졸 선수들이 코트에 뛰며 스스로 성장하고 승리를 쟁취하는 이야기로 채워진다. 기범이 전두지휘하며 각 포지션에 위치한 이들이 자신의 몫을 다해내는 모습은 원팀으로서의 조직력을 보여주는 동시에 성장한 이들이 대견스러워진다. 고속촬영과 다채로운 카메라 앵글, CG작업으로 만들어낸 박진감 넘치는 농구 장면까지 더해지며 보는 재미를 전한다. 


마치 영화는 전반전에 무리한 3점슛 시도보단 2점슛만으로 점수를 쌓아나가고, 후반전에 가서 비축한 힘을 쏟아부어 승부를 거는 식이다. 10점 이상 벌어져도 기세를 타고 몰아치면 언제든 역전이 가능한 농구의 특성과도 닮아 있다. 


영화 <리바운드> 스틸 / 사진제공 바른손이앤에이


이 뒷심은 안재홍의 노련함과 신인 배우들의 열정에 기인한다. 김은희 작가가 깔아놓은 판에서 장항준 감독이 휫슬을 불면 이신영, 정진운은 물론 김택, 장건주, 김민, 안치호 등 자신의 위치에서 온 힘을 다해 뛰는 젊은 배우들의 열정이 분출된다. 자칫 그 에너지가 과하다 싶으면 특유의 코믹함과 진중함을 가진 안재홍의 연기가 톤의 균형을 잡아준다. 특히 안재홍은 휘문고와의 결승전 하프타임 때 ‘리바운드’의 의미와 ‘농구는 멈춰도 인생은 멈추지 않는다’는 명대사를 전하며 관객의 가슴을 울린다. 


영화  <리바운드> 스틸 / 사진제공 바른손이앤에이


영화의 백미는 마지막에 있다. 장항준 감독은 영화의 주인공은 배우들이 아닌 실제 부산중앙고의 기적을 만들어낸 실존 인물들이라는 생각으로, 이들에게 영광의 볼을 넘긴다. 실화의 감동을 넘을 수 없고, 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듯한 이 판단은 예상치 못한 감동으로 밀려온다. 멋진 수식어 없이 담백한 텍스트로 전달되는 중앙고의 기적 같은 이야기, 그리고 각 배우들의 얼굴에 오버랩되는 실제 선수들의 모습은 그 자체로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주요 장소는 물론, 당시 코트에서 뛰었던 선수들의 키와 생김새의 싱크로율을 맞추려고 노력했다는 장항준 감독의 의도를 비로소 알게 된다.  


영화  <리바운드> 스틸 / 사진제공 바른손이앤에이


<리바운드>는 웃음과 감동의 공수 밸런스가 뛰어난 영화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선생님 등 주변 인물들의 잦은 유머로 인한 실책성 플레이는 눈에 밟힌다. 그럼에도 이 영화가 가슴을 울리는 건 중앙고 농구가 우리의 인생과도 같아 보여서 일것이다. 슛이 림을 벗어나도 리바운드를 성공하면 재차 기회를 얻는 것처럼 감독은 인생의 실패 이후 낙담이 아닌 리바운드를 통해 또 한 번 도전하라 말한다. 점수는 숫자에 불과한 것. 경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고, 공격 기회는 많이 남아 있다. 




별점: ★★★ (3.0)

한줄평: 농구도 인생도 후반전부터! 지금부터 리바운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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