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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또또비됴 Apr 09. 2023

먹음직스러운 만찬이지만 배고프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헝거> 리뷰

보기 좋은 음식이 먹기도 좋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그 수가 많다면 고민을 좀 해봐야 한다. 태국에서 제작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헝거>는 마치 작은 접시 안에 먹음직스러운 음식이 가득 담겨 있듯, 다양한 이야기가 혼재되어 있다. 시간이 흐르니 먹기는 하지만 도대체 어떤 맛인지는 가늠하기 힘들다. 



방콕의 한 볶음국수 가게에서 아버지의 대를 이어 가게를 운영하는 오이(추티몬 추엥차로엔수키잉). 가족을 위해 열심히 일하고는 있지만 정작 자신의 꿈과 멀어지는 것 같아 조바심을 느낀다. 때마침 태국 최고의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 ‘헝거’에서 스카웃 제의가 들어온다. 지금보다 더 특별해지고 싶은 마음에 헝거로 향한 그녀는 담백하면서도 정확한 웍질로 만든 볶음밥으로 테스트에 통과한다. 기쁨도 잠시, 첫날부터 악명높은 셰프 폴(자야나마 노파차이)의 지옥 같은 가르침이 시작된다. 


<헝거>의 주재료는 ‘배고픔’이다. 제목이기도 이 단어는 최고의 셰프로 군림하는 폴이 좌우명이자 가난을 벗고 오히려 자신을 찾는 부자들에게 음식으로 한 방 먹이겠다는 계기(진흙처럼 보이는 소스에 찍어 먹는 바닷가재 음식, 핏물이 흐르는 고기 말이 음식 등), 그리고 그가 정상의 자리를 유지하는 동력이다. “최고의 승자는 가장 허기진 사람들입니다”라는 극 중 대사만 봐도 알 수 있다. 이에게도 마찬가지다. 볶음국수라는 요리를 만드는 셰프지만 채워지지 않는 배고픔에 허덕이고, 그 공허함을 채울 기회로서 ‘헝거’라는 레스토랑에 들어온다. 



하나의 목표를 위해서라면 노력의 끝을 보여야 성공할 수 있다는 지론을 영화에 옮기듯 감독은 냉혹하면서도 치열한 요리와 셰프들의 세계를 보여준다. 이는 다른 듯 서로 닮은 폴과 오이의 관계를 통해 드러낸다. 고기를 굽는 것부터 사사건건 트집을 잡는 폴에게 오이는 조리도구나 마찬가지. 그런 셰프에게 오이는 끈기와 발악으로 어떻게든 일을 해내고 점차 인정받게 된다. 


이쯤 되면 영화는 길거리 요리사가 못돼먹었지만 요리 실력은 최고인 셰프를 만나 성공하는 이야기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면 또 다른 이야기가 펼쳐진다. 감독은 기본 이야기에 빈부격차, 권력관계, 세대 간의 갈등 등 사회적 문제를 함께 담아낸다. 더불어 오이와 직장 동료와의 멜로 라인도 빼놓지 않는다. 요리를 소재로 한 다수의 영화처럼 같은 길을 가지 않겠다는 마음에서인지 다양한 요소를 마구 섞는다. 



태국 드라마 <그녀의 이름은 난노>, 영화 <귀수동화>의 시티시리 몽콜시리 감독이라는 점에서 요리를 소재로 한 새로운 시도는 그에게 맞는 도전처럼 보인다. 하지만 과욕이었을까? 본래 영화가 말하려는 주제는 흐릿해진다. 길거리 셰프의 성공담인건지, 권력욕에 사로잡힌 셰프의 명과 암을 보여주는 게 중요한건지, 이 세상 최고의 음식은 가족의 사랑이 담긴 집밥이고, 유명해지는 것보다 가족이 중요한건지 등 다양한 이야기가 혼재되어 있다. 


다수의 장면에서 몇몇 영화의 설정과 장면이 떠올라 신선함도 떨어진다. 오이와 폴의 관계는 <위플래쉬>의 스승과 제자처럼 보이고, 셰프가 권력자와 재벌가들에게 음식으로 한 방 먹이는 장면은 <더 메뉴>, 독불장군 셰프의 모습은 <더 셰프>가 떠올라 연거푸 기시감이 든다. 



더불어 배우들의 연기마저 특색 없이 느껴진다. <배드 지니어스>로 좋은 연기를 보여줬던 추티몬 추엥차로엔수키잉은 사회적 제도에 반항하면서 분출됐던 전작의 뜨거운 에너지가 이번 영화에서는 쉽게 휘발된다. 다양한 모습이 요구된 탓인지 버거운 느낌마저 든다. 


좋은 식자재와 조리 도구, 그리고 최고의 팀원이 있다고 해도 좋은 요리가 나올 수 없는 것처럼 영화도 마찬가지다. 극 중 오이가 메인 셰프로 시작한 레스토랑 이름인 ‘프레임’처럼, 시티시리 몽콘시리 감독이 제일 잘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닌 요리 영화로 뭔가를 보여주겠다는 의욕이란 프레임에 갇힌 듯 보인다. 오이의 마지막처럼 감독의 차기작 또한 같은 길을 가길 바란다.




별점: ★★ (2.0)

한줄평: 음식이든 영화든 과하면 망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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