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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또또비됴 Apr 23. 2023

정해진 블록으로만 플레이하는
익숙한 재미

영화 <테트리스> 리뷰

게임 하나에 이렇게 많은 이야기가 있을 줄 몰랐다. Apple TV+ 오리지널 영화 <테트리스>는 제목 그대로 전설의 게임인 ‘테트리스’의 숨겨진 진실을 전한다. 정확히 말하자면 테트리스의 탄생 보단 얽히고설킨 저작권 관련 실화를 집중적으로 다룬다. 그리고 이 스토리를 기반으로 비즈니스에 필요한 건 바로 ‘이것’ 이란 부분도 빼놓지 않는다.  


<테트리스> 스틸 / 애플TV플러스 제공


한 소프트웨어 회사 대표이자 세일즈맨인 헹크(태런 에저턴)는 우연히 게임 박람회에서 ‘테트리스’를 발견한다. 이 게임은 무조건 된다는 마음을 가진 그는 닌텐도를 찾아갔고, 그들의 신제품인 ‘게임보이’ 출시에 맞춰 테트리스를 주요 게임으로 추가하려는 계획을 세운다. 그러기 위해서는 저작권을 구매해야 하는데, 문제는 이 지점부터다. 게임 개발자 알렉세이(니키타 예프레모프)가 소련인이었던 것. 헹크는 알렉세이를 만나 설득에 성공하지만 게임 저작권이 개인이 아닌 국가의 소유물로 생각하는 소련 정부, 그리고 뒤에서 이득을 챙기려는 KGB 요원들의 훼방이 이어진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미러 소프트 대표가 가세하며 일은 복잡하게 꼬인다. 


<테트리스> 스틸 / 애플TV플러스 제공


‘테트리스’는 쉽고 재미있는 게임이다. 규칙과 컨트롤 방법이 어려울수록 접근성이 떨어지는 게임의 법칙을 인지한 듯 알렉세이는 간단한 규칙만 알면 할 수 있도록 구성했고, 이 장점은 곧 역사상 가장 유명한 게임으로 손꼽히게 한 동력으로 작용했다. 영화는 이 게임의 장점을 오롯이 가져오듯, 누구나 쉽게 보고 즐길 수 있는 스토리로 구성한다. 


테트리스를 둘러싼 저작권 이슈는 게임과 정반대로 복잡하다. 감독은 어떻게든 게임 저작권 싸움의 사전 배경을 알기 쉽게 설명하기 위해 초반부터 헹크의 입으로 자세하게 설명한다. 특히 저작권은 게임만 해당하는 게 아닌 PC, 아케이드, 콘솔 등 플랫폼 기기별로, 북미, 아시아 등 나라별로 나뉘고 그에 따라 구매해야 한다는 걸 알려준다. 그리고 이 저작권을 가져야만 돈을 벌 수 있고, 성공 가도를 달릴 수 있다는 것도 집어준다. 이는 자신의 감을 믿고 모든 걸 건 헹크의 무모한 결정을 통해 강조한다. 


<테트리스> 스틸 / 애플TV플러스 제공


이후 영화는 게임 저작권에 둘러싼 이권 다툼과 먹고 먹히는 비즈니스의 생태계를 그려낸다. 하지만 난이도를 낮추면서 극의 재미와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는 목적으로 1980년대 미국과 소련 간의 이데올로기 대립 배경 아래 보이지 않는 전쟁을 다룬다. 첩보전을 방불케 하는 헹크와 KGB 요원 간의 추격전은 물론, 영국 거대 미디어 회사를 대항해 홀로 싸워야 하는 헹크의 고군분투가 바로 그것. 순간 잘못된 판단에 의해 블록이 잘못 쌓여올려진 상황에서 긴 블록이 나와 한순간에 해결되는 쾌감처럼, 매번 문제가 생기다가도 번뜩이는 아이디어나, 조력자의 도움 등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헹크의 모습은 그 자체로 재미를 전한다. 당시 게임 느낌을 살린 그래픽 디자인들은 향수를 불러일으키며 흥미를 돋운다. 


실화를 바탕으로 할리우드 장르 문법에 따라 만들어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다는 점은 장점이자 단점이다. 기시감이 드는 내용과 장면, 그리고 예상 가능한 진행 과정은 시간이 흐를수록 극의 긴장감을 떨어트린다. 마치 앞으로 나올 블록들을 모두 보면서 게임을 하는 듯한 느낌이랄까.


<테트리스> 스틸 / 애플TV플러스 제공


그럼에도 영화가 기억나는 건 비즈니스 측면에서의 흥미로운 지점 때문이다. 마치 누군가가 ‘세바시(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에 나와 비즈니스 성공사례 중 하나로 이 이야기를 소개하듯 영화는 비즈니스 맨들이 꼭 가져야 할 ‘신뢰’라는 덕목을 잘 보여준다. 국경을 초월한 우정과 훗날 동업자로서 관계를 맺는 헹크와 알렉세이는 처음에 좋지 않았다. 하지만 안 되면 되게 만드는 헹크의 추진력, 게임 개발자를 향한 존경과 게임에 대한 순수한 열정, 그리고 개발자로서 얻어야 하는 보상을 꼭 마련해주겠다는 말과 이 약속을 지키는 모습이 모아져 ‘신뢰’라는 결과물을 만들어 낸다. 이는 영화의 마지막 헹크와 알렉세이가 미국에서 ‘테트리스 컴퍼니’를 공동 창업한 사진 한 장으로 이어지며 그 자체로 감동을 전한다. 



추신: 아시는 분들은 다 아시겠지만, <테트리스> OST에 에스파가 참여했다. 게임 테트리스의 유명한 실제 테마곡을 샘플링한 테크노 장르 곡 '홀드 온 타이트'(Hold On Tight)가 바로 그것. 영화를 다 본 후, 여운이 남는다면 테트리스 게임을 하며 이 곡을 들어보는 걸 추천한다. 





한줄평: 정해진 블록으로만 플레이하는 익숙한 재미! 

평점: 3.0 /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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