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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또또비됴 May 01. 2023

팅커벨의 별빛 가루도 소용없다고?

디즈니 + <피터팬 & 웬디> 리뷰

지난 28일 디즈니의 실사화 프로젝트로 탄생한 디즈니 플러스 <피터팬 & 웬디>가 공개되었다. 시대의 흐름과 시의성에 따른 각색으로 이전 실사화 프로젝트 영화에서 문제 되었던 자기 복제는 비켜 나가는 것엔 성공. 그럼에도 실망스런운 결과물이 눈앞에 펼쳐졌다. 행복한 생각을 하게 만드는 팅커벨의 별빛 가루도 소용없을 정도. 과연 무엇이 문제였을까?


<피터팬 & 웬디> / 사진제공_디즈니+


기숙사 학교로 떠나기 전날 밤, 웬디(에버 앤더슨)는 마음이 뒤숭숭하다. 집을 떠나 낯선 곳에서 생활하는 것도 두렵지만, 점점 어른이 돼야 한다는 걸 받아들이지 못해서다. 그날 밤, 웬디와 두 남동생들 앞에 책에서만 봤던 피터팬(알렉산더 몰로니)과 팅커벨(야라 샤히디)이 나타난다. 그리고 함께 네버랜드로 떠나자 말한다. 그토록 가보고 싶었던 네버랜드를 피터팬과 함께 간다는 것만으로도 설레는 웬디는 행복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훨훨 날아 그곳에 도착한다. 그리고 이들을 기다렸다는 듯이 후크 선장(주드 로)은 해적선을 몰고 이들과 대결을 벌인다. 


J. M. 배리의 소설 <피터팬>을 원작으로 영화화한 작품을 살펴보면 원작 설정을 그대로 가져온 경우는 별로 없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후크>(1993)는 나이 든 피터팬(로빈 윌리엄스)이 네버랜드로 돌아가는 설정이었고, 조 라이트의 <팬>(2015)은 원작의 프리퀄로 검은 수염(휴 잭맨)을 등장시켜 변화를 꾀했다. 이런 각색은 원작 스토리가 너무나 잘 알려져 있고, 그 자장 안에서 변주의 폭이 작기 때문이다. 


<피터팬 & 웬디> / 사진제공_디즈니+


이런 상황에서 1977년 <피터의 용>을 리메이크한 <피터와 드래곤>의 감독 데이빗 로워리는 적역처럼 보인다.(각본도 참여했다.) 디즈니가 가장 잘하는 걸 심플하고 담백하게 보여줬던 감독의 연출력과 각본 실력이라면 지금 이 시대의 어울리는 피터팬 이야기가 나올 것이라는 생각 때문. 예상처럼 감독은 피터팬이 아닌 웬디의 성장담을 주요 테마로 잡고, 피터팬과 후크 선장의 숨겨진 이야기를 추가했다. 여기에 피터팬 역에는 인도계 배우인 알렉산더 몰로니, 팅커벨은 흑인 배우인 야라 샤히디 등을 캐스팅하면서 캐릭터에 변주를 가했다. 



<알라딘>의 쟈스민 공주처럼, 수동적이 아닌 능동적으로 자신의 길을 펼쳐나가는 웬디는 현시대에 맞게 변화된 매력을 보여준다. 이런 당찬 소녀가 또 어디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피터팬의 도움 없이 스스로 어려움을 극복하고, 해적들의 공격에 맞대응한다. 이런 점에서 한 액션 하는 밀라 요보비치의 딸인 에버 앤더슨을 왜 캐스팅했는지 그 이유가 설명된다. 


<피터팬 & 웬디> / 사진제공_디즈니+


과거엔 친구였다가 지금은 적으로 돌아선 피터팬과 후크선장의 과거사 또한 새로움을 전한다. 어른의 세계가 싫어 떠난 이들이 어른(엄마)의 세계를 동경하는 마음으로 와해한 후, 서로 못 잡아먹어서 안달 난 관계가 된다는 이야기는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자기복제의 늪에서 안전하게 벗어난 영화의 문제는 오히려 캐스팅에 따른 개연성 부족에서 빚어진다. 최근 디즈니 실사화 프로젝트에서 가장 이슈가 되는 게 PC(political correctness·정치적 올바름) 주의인데, <피터팬 & 웬디>에서도 이를 반영해 아시아인과 흑인을 전면에 배치했다. 차별적 인습을 무신경하게 되풀이하는 것보다 사회적 흐름을 따라가고, 다양성 추구 면에서 디즈니의 PC 주의 시도 자체는 긍정적으로 본다. 하지만 원작의 주인공이 아예 다른 모습이 되어 스크린에 등장하는 건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고 위험부담도 크다. 근데 디즈니는 이걸 자주 잊는 듯하다.   


<피터팬 & 웬디> / 사진제공_디즈니+


이번 영화에서 과거 영국을 배경을 했기 때문에 인도 계열의 배우를 등장시킬 수 있지만, 그 개연성이 너무 약하다. 과거 백인들에게 차별받았거나 백인인 후크와 보이지 않는 계층의 벽으로 인해 이들의 사이가 멀어졌다는 등 전사를 통해 당위성이 보장되어야 관객들은 어느 정도 수긍했을 것이다. 전체관람가 영화에서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라고 할지 모르지만, 이런 부분이 갖춰지지 않으면, 이번 캐스팅이 관객들의 눈치를 보다 선택하거나 인도 시장을 노린 것으로만 판단하기 쉽다. 흑인 팅커벨의 경우에도 이 판단은 동일하게 가져갈 수밖에 없다. 


<피터와 드래곤> 이외에도 <고스트 스토리> <그린 나이트> 등 좋은 연출력 지닌 데이빗 로워리 감독이 이 정도로 만들었다면, 디즈니의 실사화 프로젝트의 성공 가능성은 그리 밝아 보이지 않는다. 디즈니가 현대적인 시각으로의 각색, 그에 따른 캐릭터 구축과 캐스팅에 좀 더 심혈을 기울이기를 바라는 마음뿐. 오는 5월 개봉 예정인 <인어공주>의 반응은 어떨지 심히 궁금하다!




한줄평: 별빛가루를 뿌려도 안 되는 건 안 된다! 

평점: 2.0 /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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