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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또또비됴 May 10. 2023

불완전해도 괜찮아! ‘팀 가디언즈’의 마지막 인사!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ume 3> 리뷰

마침내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ume 3>로 팀 가디언즈와 작별을 했다. 10년 동안 이어진 시리즈의 마침표를 찍는 순간, 눈물이 났다. 왜 그랬을까? 오랜 시간 함께한 마블 히어로와의 작별이라서? 더 이상 제임스 건의 B급 취향을 맛보지 못해서? 주옥같은 OST를 들을 수 없어서? 모두 맞다.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불완전해도 괜찮다는 위안을 온몸으로 표현하는 이 팀을 만날 수 없어서다.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ume 3> 스틸 /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팀 가디언즈의 은신처인 노웨어 행성. 이곳에서 피터 퀼(크리스 프랫)은 술독에 빠져 산다. 그 이유야 그의 연인 가모라(조 샐다나)가 세상을 떠났기 때문. 다행히 퀼과 다르게 여타 멤버들은 맡은 바 임무를 수행한다. 하지만 갑작스런 ‘아담’(윌 포터)의 공격에 로켓(브래들리 쿠퍼)이 큰 부상을 당한다. 치료하려 해도 그의 몸에 심어진 ‘킬 스위치’ 때문에 손을 못 쓰는 상황. 죽어가는 친구를 위해 해제 키를 찾기로 결심한 이들은 로켓의 과거가 숨겨져 있는 곳으로 향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지금의 로켓을 만든 하이 에볼루셔너리(추쿠디 이우지)의 존재를 알게 된다.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ume 3> 스틸 /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시리즈의 중심은 우주 최고의 별종, 불완전한 팀 가디언즈 자체다. 1편은 이들의 만남과 팀 체제의 시작을, 2편은 리더인 퀼의 전사를 통해 이들이 진정한 가족이 되는 과정을, 3편은 자신들의 불완전함을 인정하고 정체성을 찾아가는 여정을 그린다. 마지막 모험의 선두에 선 캐릭터는 로켓이다. 팀원 중 과거의 이야기가 밝혀지지 않았던 인물인데, 어디서 왔고,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이름은 왜 ‘로켓’인지 등등 전사가 거의 없다. 개인사 자체로도 불완전함(?)이 느껴지는 로켓의 이야기는 영화의 맥락과 일치하는 건 물론,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하다.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ume 3> 스틸 /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ume 3> 스틸 /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로켓으로 포문을 연 여정의 키는 영화의 빌런인 하이 에볼루셔너리다. 그가 하는 일은 완벽한 세상과 개체를 만들기 위해 동물을 대상으로 끔찍한 실험을 자행한다. 이를테면, 기계로 만든 손과 발을 동물에게 이식해 직립 보행을 가능하게 만들거나, 뇌를 이식해서 뛰어난 지능을 갖게 한다. 불완전함은 세상을 어지럽힌다 생각한 그는 계속해서 실험을 단행했고, 로켓을 포함한 동물 친구들은 자신들의 동의 없이 완벽한 괴물의 모습이 된다.


이런 과거를 가진 로켓은 안타깝게도 스스로 자신을 혐오한다. 남들과 다른 생김새보다 그를 부끄럽게 하고 짓누르는 건 언젠가 함께 파란 하늘을 함께 보자고 했던 동물 친구들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 때문. 오프닝에 라디오 헤드의 ‘creep’이 나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랬던 로켓이 마음을 다잡고 더 이상 자신을 갉아먹는 행동을 하지 않겠다는 선언처럼 창조주에게 총구를 겨눈다. 마치 불완전해도 보란 듯이 잘 살아갈 수 있고, 친구들과 함께 위험에 처한 이들을 돕는 위대한 사람도 될 수 있다는 걸 말해주는 것처럼 보인다. 이 과정을 겪은 후 마침내 미국 너구리라는 정체성을 인정한 후, 자신의 이름도 변경한다.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ume 3> 스틸 /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ume 3> 스틸 /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이런 불완전함과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이야기는 로켓에만 해당하는 건 아니다. 피터 퀼은 다른 우주에서 온 가모라를 통해, 네뷸라(카렌 길런)는 드렉스(데이브 바티스타)와 맨티스(폼 클레멘티에프)를 통해 불완전한 자신과 상대를 인정하고, 그 과정을 통해 자신은 누구이며, 무엇을 원하는지에 대한 통찰을 경험한다. 감독은 주인공들의 여정을 보여주며 누구나 불완전하지만 그 자체를 인정하고, 서로 도와주며 살아가는 것 자체가 행복의 길이라 말하는 듯하다. 무한한 힘을 가졌지만, 그 힘을 어떻게 써야 할지 몰라 과오를 저지르는 아담에게 또 한 번의 기회를 주는 것, 완벽함과 거리가 먼 아이들이 자주 등장하는 것 역시 감독이 말하는 것을 뒷받침한다.


이런 주제 의식은 이 시리즈를 관통하는 중요한 동력으로 작용하는 동시에 마블 시리즈가 관객에게 사랑받은 이유를 생각하게 만든다. 제임스 건 감독이 의도했던 안 했든 간에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시리즈는 루저들이 세상을 구하는 이야기다. 영웅과 루저라는 상반된 이미지를 제임스 건은 잘 믹스했고, 관객들에게 무한한 사랑을 받았다. 마블의 히어로 또한 정신적 신체적 불완전함을 가진 이들이었다. 그런 그들이 세상을 구하는 과정에서 한 단계 성장했고, 그 성장을 지켜본 관객들은 공감과 애정, 그리고 신뢰로 화답했다.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ume 3> 스틸 /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그렇기에 이번 작품은 과거 마블 영화(<어벤져스: 엔드게임>까지)의 향수를 자극한다. 불완전한 영웅들을 보며 자신과 친구, 지인을 떠올리게 되면서 얻는 공감과 친근함이 다시 느껴졌다. 그래서 생과 사를 넘나든 로켓의 모습에, 친구를 살리기 위해 무모한 작전을 펼치는 이들의 모습에 감동과 눈물을 흘렸는지 모른다. 유머는 좀 줄었지만, 감동이 배가 된 건 다 이것 덕분. 불완전해도 괜찮다는 걸 온몸으로 말하며, 작별을 고한 팀 가디언즈에게 마를린 먼로가 한 말을 대신 전한다. “불완전한 것이 아름답다!”  





지난 8일 국제 동물 보호 단체 PETA(동물을 인도적으로 사랑하는 사람들)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ume 3>의 제임스 건에게 Not a Number 상은 수여했다. PETA는 “영화를 통해 관객들에게 모든 동물은 실험실 우리에 가두는 것보다 탁 트인 하늘 아래에서 자유의 삶을 누릴 자격이 있다는 것을 상기시켰다"고 밝혔다. 팀 가디언즈의 작별과 더불어 눈물샘을 자극하는 건 어린 시절 로켓과 철창 안에서 함께 지낸 동물 친구들과의 우정과 이별 장면일 것이다. 단 한 번도 파란 하늘을 보지 못하고 실험실 우리에서 평생 고통을 받다 죽임을 당하는 이들의 운명은 참으로 가혹했다. 중요한 건 이 장면이 지금도 자행되고 있다는 것. 영화를 보고 동물 권리에 대해서도 한 번쯤 생각해 보길 바란다.    




평점: 3.5 / 5.0

한줄평: 4년 만에 돌아온 마블의 참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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