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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또또비됴 Jul 12. 2023

카메라 앞에선 명주동 ‘언니’들의
화려한 외출!

다큐멘터리 <작은정원> 리뷰  

배움에는 때가 있다? 아니 없다. 영화의 ‘영’자도 몰랐던 평균 나이 75세 명주동 언니들이 단편 영화를 찍고 다큐멘터리 영상 작업에 매진하는 걸 보면 알 수 있다. 이들이 영화를 배우면서 성장하는 모습을 담은 다큐멘터리 <작은정원>은 우리에게 배움은 무엇이고, 시니어의 삶은 어떤 것인지 생각하게 만드는 것은 물론, 카메라를 통해 비로소 나를 알아가는 감동의 여정으로 안내한다. 


다큐멘터리 <작은정원> 스틸 ⓒ (주)시네마 


강릉 명주동의 이웃 모임 ‘작은정원’. 모임 멤버인 언니들의 평균 나이는 75세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걸 보여주듯 이들은 스마트폰 사진을 3년 동안 배우며 작은 사진전도 열었던 경력을 갖고 있다. 그런 그들에게 내려진 한 가지 미션! 바로 영화 찍기다. 카메라 뒤가 아닌 카메라 앞에 서는 게 쉽지는 않을 터. 하지만 주변의 도움을 받으며 단편영화 <우리동네 우체부>를 완성한다. 영화제에 초청도 되고, 상도 받고, 언니들의 인생에 느지막이 꽃길이 열린다. 이를 동력 삼아 명주동 언니들은 다큐멘터리 만들기에 도전한다. 


다큐멘터리 <작은 정원> 스틸 ⓒ (주)시네마 달


<작은정원>은 어느덧 노년의 나이에 접어든 이들이 영상을 배우고, 영화라는 것을 만드는 과정속에서 빛나는 순간을 기록한 작품이다. 태어나서 한 번도 영화를 만들 거로 생각하지 않았던 이들은 늙어버린 자기 모습이 카메라에 담기는 걸 꺼린다. 늙어서 뭐 좋다고 카메라 앞에 서냐는 식의 말로 손사래를 친다. 하지만 이들의 사진, 영상 작업을 도와주는 선생님들이 이끌고, 작은 정원 멤버들 모두 함께 하는 데 의의를 두면서 이 나이에 함께 무언가를 만드는 것에 의의를 둔다. 


약 3년의 영화 작업 기간을 묵묵히 카메라에 담은 이마리오 감독은 작품의 관전 요소 중 하나로 명주동 언니들의 ‘관계’에 집중해달라고 말한 바 있다. 짧게는 35년 길게는 70년 명주동에서 함께 살아온 이들은 가족이나 다름없다. 서로 안부를 묻고 챙겨주고,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밀어주는 등 지역의 공동체로서 협심해서 영화를 완성해 가는 과정은 실로 놀랍다. 1인 가구, 개인주의 성향이 짙어 가는 현대 사회에서 이 같은 공동체의 힘이란 ‘기적’과도 같은 것. 그것도 시니어로서 영화를 만들었기에 그 대단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다큐멘터리 <작은정원> 스틸 ⓒ (주)시네마 달


<작은정원>의 재미는 명주동 언니들이 영화를 만들고 카메라를 잡으면서 조금씩 성장해 가는 과정에 있다. 이마리오 감독은 이 성장 서사를 위해 극초반 명주동 언니들, 명주동 할머니들이 아닌 춘희 언니, 희자 언니, 정례 언니 등 각각의 이름과 각기 다른 성격과 성향을 소개한다. 이는 더 이상 이들을 ‘할머니’라는 단어로 뭉뚱그리는 것이 아닌 개개인으로 봐 달라는 메시지로 보인다. 리더 춘희 언니, 꼼꼼한 희자 언니, 분위기 메이커 정례 언니 등 각각 캐릭터가 생기고 이들이 일주일에 한 편씩 찍는 스마트폰 영상에도 그 성향이 배어 나와 보는 재미를 더한다. 시간이 지나며 카메라 앵글, 스토리, 음향 등 작지만 점점 발전해 나가는 영상을 보는 즐거움도 쏠쏠하다. 


다큐멘터리 <작은정원> 스틸 ⓒ (주)시네마 달


<작은정원>의 감동 포인트는 함께 만든 영화의 결과물이 아닌 그 과정에 있다. 창작을 위해서는 먼저 자신을 들여다봐야 하는 법. 명주동 언니들은 시니어 세대가 되어서야 자신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진다. 그동안 자식, 남편을 챙기느라 자신이 뭘 잘하고 뭘 원하는지 모르며 살아왔던 이들은 카메라 앞에서 조심스럽게 자신을 들여다본다. 극 중 희자 언니는 “예전엔 상대방 위주로 살고 뭐든지 양보하고 섭섭한 일이 있어도 참고 이랬는데, 이 사진을 찍다 보니까 밝아지면서 내가 표현을 많이 하게 되더라”라는 말을 남긴다. 이처럼 남이 아닌 오롯이 자신의 모습을 찾아가는 언니들의 모습은 관객들에게 왠지 모를 미안함과 행복함이 뒤섞인 감정을 갖게 한다.  


때로는 웃고, 때로는 울고 하는 이들의 영상은 가감 없이 있는 그대로 자기 감정을 보여준다. 코로나로 추석 명절을 홀로 보내야 하는 춘희 언니는 먼저 세상을 떠난 남편의 이야기를 하며 눈물을 흘리고, 자식들에게 ‘나는 어떤 엄마였어?’라고 물어보며 조심스레 답을 들으며 웃고 우는 언니들의 모습에서 찐한 감동을 얻는다. 이들의 진심 어린 감정이 스크린을 뚫고 관객들에게 가닿을 정도로 그 에너지는 실로 놀랍다. 이는 다큐멘터리의 힘이기도 하면서 용기 내어 카메라 앞에 선 명주동 언니들의 매력이기도 하다.


다큐멘터리 <작은정원> 스틸 ⓒ (주)시네마 달


물론, 한편의 극장용 다큐멘터리로서 <작은정원>이 뛰어난 완성도를 자랑하는 작품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이들이 직접 찍은 영상을 보면 눈을 떼기 힘들다. 그 누구도 따라 하지 못하는 따라 할 수도 없는 명주동 언니들만의 영화 작업 과정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영화는 새로운 경험인 동시에 삶의 기쁨이다. 늙어가는 게 아닌 조금씩 익어가는 거라는 노사연의 ‘바램’ 가사처럼 영화로 멋진 인생 2막을 연 이 언니들의 다음 작품도 기대해 본다. 




평점: 3.0 / 5.0

한줄평: 시니어를 성장하게 한 카메라의 마법! 




(이 리뷰는 ’헤드라잇’에 쓴 글을 재편집한 콘텐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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