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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또또비됴 Jul 16. 2023

노년의 사랑이 다가 아니다!

영화 <디어 마이 러브> 리뷰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서일까. 생의 종착역을 앞 둔 시점에서 우연히 만난 노년의 남녀. 한 명은 다가가고 한 명은 밀쳐내기 바쁘지만, 그럼에도 이들은 ‘사랑’이란 걸 해본다. 마지막일 것 같은 감정은 부표처럼 쉬이 가라앉지 않고 미래를 향한 항해를 함께 하기로 다짐한 것. <디어 마이 러브>는 이처럼 노년의 사랑을 그린 작품처럼 보인다. 하지만 우리가 모르는 또 다른 사랑이 숨겨져 있다.


▲ 영화 <디어 마이 러브> 스틸 / 뮤제엔터테인먼트 제공


아일랜드의 한 바다 마을. 과거 배를 타는 선장이었지만 지금은 은퇴 후 삶을 사는 하워드(제임스 코스모)는 오션뷰를 자랑하는 집에서 혼자 산다. 아내가 세상을 떠난 뒤 혼자 사는 아버지가 마음에 쓰이는 딸 그레이스(캐서린 워커)는 가끔이라도 고향 집을 찾아가지만, 환대는커녕 아버지의 차가운 시선을 받는다. 그런데도 고집스런운 아버지를 케어하기 위해 가사도우미 애니(브리드 브레넌)를 고용하는 그레이스. 고집불통인 하워드는 애니의 방문이 반갑지 않고, 그녀에게 상처가 되는 말과 행동을 한다. 하지만 자신이 버린 선장 제복을 세탁해놓는 등 애니의 마음을 뒤늦게 알게된 하워드는 그녀에게 사과를 하고, 닫혔던 마음의 문을 연다.


<디어 마이 러브>는 표면적으로 노년의 사랑을 다루는 작품이다. 서로 다른 삶을 살아왔던 하워드와 애니가 공통된 과거의 아픔을 발견하고 이내 가까워지는 모습, 그리고 더 이상 찾아오지 않을 것 같았던 사랑이란 풍랑에 온몸을 맡기는 이들의 결정은 그 자체로 사랑스럽고 아름답다. 백발의 두 노인이 서로를 위해 자신의 방식을 바꾸고 이해하며, 보듬어 살아가는 모습은 젊었을 때의 겪는 사랑의 열병과는 다르지만, 넘실거리는 작은 파도에 옷이 젖듯 그렇게 노년의 사랑은 보는 이의 마음에 물들어 간다. 예견된 수순처럼 그레이스가 이들의 사랑을 방해하는 장애물로 등장하고, 이들은 끝내 그들만의 사랑을 확인하고 아름답게 마무리 짓는다.


▲ 영화 <디어 마이 러브> 스틸 / 뮤제엔터테인먼트 제공


이처럼 하워드와 애니의 사랑은 아름답지만 어디서 본 듯한 기시감을 지우기는 힘들다. <노트북> <러블리 스틸> 등 여느 노년의 사랑을 다룬 영화처럼 비슷한 길을 걸어가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가지 다른 점은 있다. 이 영화는 노년의 사랑을 다루면서도 부녀의 엇갈린 사랑을 다룬 작품이기도 하다. 감독은 이 부분을 첫 장면부터 보여준다. 노년의 사랑을 다루는 영화의 시작은 주인공인 하워드나 애니의 모습으로 시작되겠다고 생각하지만, 이들 대신 화면에 등장하는 건 그레이스다. 집단 심리 치료를 받는 그레이스를 향해 상담사의 질문이 시작되고, 마음의 짐을 덜기 위해 툭 터놓고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다른 이들과 달리, 그녀는 쉽게 대답하지 못한다.


그레이스의 마음이 아픈 건 자식 중에 유독 자신만을 냉대하는 아버지 때문이다. 가장 가까이에 살면서 청소에 요리에, 건강까지 챙기지만 아버지의 차가운 시선은 사라지지 않는다. 하나밖에 없는 딸이기에 가족이기에 책임을 다해 챙기는 그레이스의 삶은 점점 피폐해져만 가고, 관객은 그녀의 이런 행동이 아버지를 사랑하는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어린 시절 배를 타고 멀리 나가는 아버지를 대신해 아픈 엄마를 돌봐야 했던 과거의 일 때문이다. 그레이스에게 아버지는 너무나 무책임한 사람이며, 너무나 일찍 현실의 짐을 떠안게 한 장본인. 이런 이유에서 그녀의 직업이 간호사라는 것, 아버지보다 환자에게 더 친절한 모습은 아이러니함을 전한다.


▲ 영화 <디어 마이 러브> 스틸 / 뮤제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레이스의 심리 변화와 내적 평화를 갖는 과정을 통해 감독은 사랑의 범위를 넓힌다. 특히 가족 간의 사랑은 오해와 상처 등 솔직한 감정을 토로하고 대화하면 진심이 닿는다는 이야기를 전한다. 결국 세 사람은 각자 감내하기 힘든 높은 파도를 만나고, 그 과정을 통해 평화라는 안전한 항구에 도착한다. 특히 후반부 그레이스에게 고통의 공간이었던 아버지의 (아버지의 과거 사진이 빼곡하게 걸려 있는) 어두컴컴한 집 복도의 변화만 보더라도 그녀가 내적 평화를 얻었다는 걸 알 수 있다.


▲ 영화 <디어 마이 러브> 스틸 / 뮤제엔터테인먼트 제공


물론, 아버지를 향한 양가적인 감정과 애니에게 자신의 자리와 집 모두를 빼앗겼다는 열패감, 남편과 소원해진 관계 등 그녀를 절벽으로 몰아넣는 설정은 인위적으로 느껴진다. 이로 인해 그레이스의 독단적인 행동과 후반부 애니와의 화해가 잘 맞물리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세 사람의 항해를 끝까지 보게 하는 건 배우들의 연기 덕분이다. 극 중 거센 해풍에도 꿈쩍하지 않는 하워드의 해안 절벽 집처럼 이들의 연기는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가며, 이내 마음을 두드린다. 사랑하고 싶다면, (넓은 의미에서) 사랑이 무엇인지 알고 싶다면, 영화가 전하는 연서를 펼쳐보길 바란다.




평점: 3.0 / 5.0

한줄평: 늦었다 포기 말고, 사랑한다 말해요!




(이 리뷰는 ’헤드라잇’에 쓴 글을 재편집한 콘텐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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