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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또또비됴 Nov 19. 2023

어른도 봐야 하는 ‘어른’의 영화

다큐 <어른 김장하> 리뷰

점차 어른이 실종되어 가고 있는 시대에서 우리는 진정한 어른을 만날 수 있을까! <어른 김장하>는 이 물음에 답하듯 우리 주변에 숨어있는 그 어른을 카메라에 담는다. 영화는 단순히 김장하 선생의 전사를 하나씩 밟아나가며 그의 일대기를 조명하는 형식 대신 미스터리 구조를 가져온다. 여타 작품과의 차별화 포인트로서 작용하는 이 형식은 자신이 아닌 어려운 이웃을 위해, 지역사회를 위해 묵묵히 공헌한 그의 삶을 역추적하는 동력으로 작용하며, 이 시대에 어른다움이 필요한 이유를 역설한다. 


다큐 <어른 김장하> / 시네마 달 제공


경남 진주, 60여 년간 남성당 한약방을 운영하는 김장하 선생이 있다. 평생 이웃과 사회를 위해 기부와 힘을 보탠 독지가인 그를 인터뷰하기란 하늘에 별따기다. 그런 상황에서 구세주로 등장한 건 김주완 전 경남도민일보 기자. 제작진은 김주완 기자와 함께 김장하 선생을 인터뷰하고 영상으로 담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이 어른에게 이 방법은 통하지 않는다. 그래서 다른 방법을 택한다. 김장하 선생의 주변인들, 이웃들, 장학생 등의 회고를 모아 그의 삶을 되짚어 본다. 


이 다큐의 제목을 많이 들어봤다면, 맞다. MBC경남 2부작 다큐멘터리로 방영되었던 그 작품이다. 제59회 백상예술대상 TV교양부문 작품상을 받으며, 시청자는 물론, 평단의 사랑을 받았다. 지역 방송사 프로그램으로는 최초로 이 상을 받은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그만큼 이 작품이 상을 받을 수 있었던 것 중 하나는 진정한 어른이 부재한 시대 속 그 필요성이 크다는 것을 반증한다는 이야기다. 


다큐 <어른 김장하> / 시네마 달 제공


앞서 소개한 것처럼 작품을 만든 김현지 감독은 김주완 기자와 함께 자신의 선행을 알리고 싶지 않은 선생의 스타일에 맞춰, 주변인들의 이야기로 그의 삶을 따라간다. 그들이 만난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선생은 한약방을 개업하고 큰돈을 번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는 건 물론, 고등학교 설립, 여성 인권, 환경 보호, 문화 예술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한약방을 운영하면서 아픈 사람들이 준 돈으로 살아가는 게 큰 죄책감으로 산 그는 “돈은 똥과 같아 모아놓으면 악취가 진동하지만 뿌려놓으면 좋은 거름이 된다”는 말처럼, 그 부를 가치 있게 쓰려고 노력한다. 여기에 형평 운동(衡平運動)에 입각해 사회적 차별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어떻게든 도움을 주기 위해 노력한 그의 삶은 선한 영향력을 넘어 그 대단함에 감탄하게 된다. 그 흔한 자가용 없이 도보, 자전거,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자신은 늘 검소한 생활을 하면서도 더 많은 이들에게 나눔을 실천했다는 점은 긴 여운을 남긴다. 


다큐 <어른 김장하> / 시네마 달 제공


영화의 인상적인 점은 자칫 우상화가 될 수 있는 부분을 최소화한다는 것에 있다. 모든 삶과 일에 대해선 명과 암이 있듯 김장하 선생이 한 일에 대해 밝은 면만을 비추지는 않는다. 지속적으로 도움을 준 지역신문 이야기를 꺼내며 무조건 적인 지원과 도움이 꼭 좋은 결과를 내는 것은 아니라 보여주기도 한다. 음악도 장엄한 오케스트라 연주를 빼고, 촬영도 슬로우 장면은 넣지 않는다. 


다큐 <어른 김장하> / 시네마 달 제공


어른으로서 그리고 자신의 신념에 따른 삶을 사는 한 인간으로서 면모도 보여준다. ‘많이 안다는 것만으로는 지식이 아니다. 아는 것을 실천해야 진정한 지식’라는 남명 조식 선생의 말을 그대로 따라가려는 그의 신념과 행동은 마치 구도자의 삶을 보는 듯하다. 60년 동안 한약사로 독지가로서 살아가는 그의 인생이 얼마나 힘들었을지 그 아픔도 느껴지는 모습은 좀 더 선생을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여지를 전한다. 


다큐 <어른 김장하> / 시네마 달 제공


TV 버전과 다르게 영화는 초반부 오랜 세월 지역 기자로서 활동한 김주완 기자의 스토리를 소개한다. 감독은 자신의 신념에 입각해 묵묵히 그 길을 걸어간 이들의 모습을 묘하게 겹쳐 보여주면서 진정한 어른의 뒷모습을 담는다. 자신을 내세우기보다 다른 이를 위해 쉼 없이 사부작 사부작 꼼지락 꼼지락 걸어간 어른들. 영화는 김장하 선생의 이야기를 통해 이 세상 많은 곳에서 그 멋진 뒷모습을 보여주며 살아가는 어른이 있다고 말한다. “우리 사회는 평범한 사람들이 지탱하고 있는 거다”라는 선생의 말처럼 이 세상 수 많은 어른들이 있기에 이 사회가 이어져가고 있는 것을 아닐까. 이런 점에서 영화는 젊은 세대들은 물론, 어른 세대에게도 큰 깨달음을 전한다. 



평점: 3.5 /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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