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에는 어둠과 밝음이 극을 달하는 아이였다. 누구보다 밝고 재미있는 아이이지만, 결정적인 순간엔 못난 나를 숨기기 바빴던 아이, 홀로 있을 땐 깊은 어둠 속에서 나오지 않았던 아이. 그땐 나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을 몰랐다.
20대에는 내 안의 어둠을 인정하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마치 N극과 S극처럼 극에 달했던 내 안의 것들이 서서히 융화되기 시작했다. ‘이제 내 인생이 꽃피우는구나’ 하는 순간.
결혼과 출산으로 인해 30대는 다시 혼란의 시기를 겪게 된다. 내 안의 많은 것들과 부딪히고, 내쫓고, 끌어안으며 그렇게 또 나를 조금씩 알아간다.
40대가 되었다. 인생이라는 긴 여정 위에 40이라는 숫자는 적은 걸까? 많은 걸까? 어린 시절 내가 생각했던 마흔은, 삶의 지혜로 가득한 나이였다. 무엇이든 척척 해낼 수 있는 나이, 커다란 무언가를 품을 수 있는 나이. 하지만 아직도 헤매고, 부딪히고, 넘어지고, 일어서고를 반복한다.
‘난 나이가 들어도 왜 이럴까?’,‘언제쯤 이 안개가 걷힐까?’ 어깨가 축 처진 나에게 엄마가 말씀하셨다. 나이가 들수록 걱정거리는 더 많아진다고. 더 어렵고 더 알아야 할 게 많다고. 그게 어른이라고 말이다.
나는 오늘도 마치 퍼즐을 맞추듯 나에게 주어진 조각들을 맞춰나가는 중이다. 여긴가, 저긴가
상하좌우로 살피다가 하루가 흘러갈 때도 있고, 우연히 손에 든 조각이 한 번에 Yes일 때도 있다. 완성이 되기는 하는 건가 의심할 때도 있지만, 나를 믿고 힘을 낼 때도 있다.
인생의 작은 조각 하나를 붙들고 이리 재고 저리 재며 한 뼘 한 뼘 자라난다. 나이가 들수록 많은 것을 내려놓고, 인정하고, 여유로울 수 있다면 좋겠다. 어떤 작품이 완성될 지에 대한 기대로 주저하고, 불안한 마음을 물들일 수 있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