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SNS에 봄을 알리는 꽃사진이 줄지어 올라온다. 아이의 등굣길에도 바람에 살랑살랑 흰 꽃눈이 날린다. 날리는 눈송이를 잡으려 아이들은 뛰고 또 뛴다. 머리에 어깨에 내려앉은 꽃잎에 나도 봄의 예쁨을 느껴본다. 결혼 전에는 알지 못했다. 꽃들이 주는 설렘을, 여름의 짙푸른 산의 시원함을, 낙엽 밟는 소리의 사근거림을 , 엉성하게 만든 눈사람만으로도 얻을 수 있는 행복을.
나이가 들어가며 봄, 여름, 가을, 겨울 모두 좋은 계절임을 깨닫는다.
계절은 각자의 매력을 뽐내며 우리에게 찾아온다. 누군가는 한껏 초록 에너지를 뿜는 여름의 활기에 매력을 느끼고, 누군가에게는 책갈피에 꽂힌 빨간 단풍잎이 가을을 더 깊게 해주기도 할 테다. 이 좋은 계절을 넷이나 함께 할 수 있다니 행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봄의 매력은 모든 생명의 깨어남이 아닐까 생각한다.
겨울잠에서, 땅속에서, 겨울눈에서, 얼음속에서, 이불속에서, 시련속에서, 아직은 덜 떠진 눈을 비비고
이불밖은 위험하지 않다며 한 발, 한 뼘 나오는 계절이다. 겨울눈에 고이 감싸있던 싹이 고개를 내민다. 나도 두꺼운 옷 속에서 움츠렸던 몸을 세상 밖으로 꺼내어 본다. 한 걸음 한 걸음 걷다보면 봄이란 녀석은 어느새 색색의 옷을 입고 나의 세상을 향기롭게 물들인다. 산책길에 만난 라일락 나무에서는 주머니에 담아가고픈 향이 난다. 담장 너머 노랗게 핀 개나리는 노래 가사처럼 병아리가 소풍을 떠날 것만 같다. 봄이다.
겨울이 가면 다시 봄이 오는 것이 순리이지만, 겨우내 우리는 봄이 그곳에 있었는지조차 잊고 지낸다. 그리고 추위 속에서 한껏 떨고 찬바람을 맞이하고 나서야 봄을 찾는다. 기다리고 기다리는 우리에게 봄은 그곳에서 조용히 모습을 드러낸다.
따스한 봄바람이 불어와도 마음의 여유가 없다면, 봄의 기운을 한껏 느낄 수 없다.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것들을 잘 모으고 다듬어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길 바라본다. 봄은 기다리는 이에게 찾아온다.
겨울의 혹독한 추위를 잘 견뎌내기를.
당신의 봄이 아름답기를.
물음표 or 마침표
계절마다 생각나는 음식이 있어요.
그걸 먹어야 이 계절을
제대로 보낸 것만 같습니다.
봄이면, 냉이와 소리쟁이 넣은 된장국
오돌오돌 식감 좋은 곰피
여름이면, 시원한 오이 냉국수와 냉면
가을이면, 말랑말랑 연시
겨울이면, 군고구마와 손이 노래질 때까지 까먹는 귤
당신은 어떤 음식이 떠오르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