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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해 May 12. 2021

캠핑의 맛

각자 그리고 함께 즐기는 맛


그녀는 캠핑매니아다. 덕분에 이런저런 노하우를 주워들을 수 있다. 남편의 옆구리를 살살 긁어 글램핑에 맛을 들이고 슬쩍 캠핑에 발을 들이게 되었다. 우리 가족의 첫 캠핑은 달랑 원터치텐트 하나 들고, 모든 장비를 갖춘 지인들의 틈에 끼어 간 것으로 시작되었다. 바다 수영도 하고, 북적북적 좋은 시간을 보냈지만 두둥!! 밤새 비가 퍼부었다. 약하디 약간 원터치텐트는 누군가의 타프 안에 자리해 비가 새진 않았지만, 남자들은 밤새 모래를 파 물길을 트느라 고생아닌 고생을 했다. 이 경험으로 남편은 캠핑에 대한 안좋은 기억을 갖게 되었다. 그러고도 나의 성화에 원터치텐트로 또 한 번의 캠핑을 가게 되었다. 그녀의 가족과. 

그 날은 출발 전부터 비가 내렸다. 남편은 가지 말자고 했지만, 그녀의 가족은 '이 정도면 할만 해.' 한마디만 던졌다. 믿고 출발!! 예정에 없던 큰 타프를 대여해 설치하니 나름 우중캠핑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첫캠핑에서의 퍼붓는 비와는 다르게 부슬부슬 내리는 비에 몸도 마음도 여유로워졌다. 음악이 흐르고 고기 굽는 소리는 빗소리와 섞여 묘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센스만점 그녀가 부침개거리도 준비해왔다. 

치지직~~~ 

'비오는 날의 캠핑도 나름 운치있구나.'

비소식을 알고 미리 챙겨간 우비를 입고 아이들과 캠핑장 주변을 산책하고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그날의 캠핑으로 남편과 나의 기억 속에서 우중캠핑은 나름 괜찮은 것으로 자리매김 하게 되었다.


그 후로도 자주 함께하자 했지만, 서로의 일정상 함께하는 것이 그리 쉽지 않았다. 두 번째 가족캠핑은 시간이 많이 흐른 후에야 함께 할 수 있었다. 우리 가족은 그간 원터치텐트로 버텨왔고, 글램핑과 텐트를 오가며 캠핑의 맛을 조금씩 알아가고 있는 중이었다. 그녀는 새로 텐트를 구입했다며 기존에 사용하던 텐트를 우리에게 물려주었다. '오!! 캠핑갈 이유가 또 생겼군!!' 고마운 마음은 그날의 장보기를 우리가 하는 걸로 하고 텐트는 우리 곁으로. 

우리가 함께한 두 번째 캠핑에서는 첫째 아이들이 엄마없이 둘만의 샤워타임을 가졌다. 외부에서는 엄마도 걱정, 아이들 스스로도 불안한 마음이 있었는데 어느새 자라 "우리끼리 다녀 올게요."가 가능해졌다. 알아서 놀고 알아서 먹을 때 되면 돌아온다. 매일 같은 일상 속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아이들의 성장이 그 날 마음으로 훅~ 들어왔다. 


남편은 불멍을 좋아한다. 불멍만으로도 캠핑갈 이유가 충분한 사람이다. 아이들은 풀어놓으면 몇 시간이고 뛰놀고 흙파고, 물놀이하며 시간을 보낸다. 무엇보다 엄마,아빠의 잔소리가 없다. 나는 원래 자연을 좋아한다. 그냥 새소리, 바람에 나뭇잎 사삭대는 소리만으로도 좋다. 

작년엔 캠핑장을 예약했다가 취소하기를 여러 번. 코로나로 편히 가기도 힘든 상황이었다. 올해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지만, 잊었던 캠핑의 맛을 조금 음미해볼 수 있으려나. 





최미영님과 함께 연재 중(같은 주제 다른 이야기)

매월 2일, 12일, 22일 발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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